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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번째 이야기...

고현아 |2006.11.11 23:55
조회 31 |추천 0

 

#. 취 월 관

 

 

“ 이를 어쩐다.. 연수 오라버니께는.. 아직 소식이 없더냐?

 연통을 넣은 지가 꽤 지난 듯 한데..

 이를 어쩐다.. 불쌍한.. 길이.. 그 아이를 어쩐다...“

 

그 악몽 같은 밤이 지난 후,

 며칠간을 안채에서 두문불출 한 체, 전전긍긍하고 있는 연화.

장생에게 갔다 온다며, 며칠 지방으로 떠났다고 매향에게 둘러 댄 후,

 매향이 행여나 공길이 잡혀간 것을 알게 될까봐 ..

누구에게 상의도 못한 체..

청나라에 가 있는 박연수에게서 소식이 오기만을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 박연수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 ”

 

연화.. 사그라들던.. 촛불에.. 불씨가 다시 살아난 듯..

반갑기 그지없는데..

기쁜 마음에 버선발로 달려 나가 연수를 맞이한다.

 

 

“ 오셨습니까?

 먼 길 오시느라..고단하시겠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셔요.. “

 

박연수, 안으로 들기가 무섭게.. 주변을 물린 후,

 연화에게 서신의 내용을 묻는데..

 

 

“ 공길이가.. 잡혀갔다니.. 대체 무슨 일이냐? ”

 

 

연화.. 박연수에게 그간의 일들을 하나하나 얘기하는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연수의 표정이..점점 어두워진다.

 

 

“ 이거..일이..쉽지 않게 되었구나.

내 처음부터.. 그 점이 마음에 걸려..

그녀가 취월관에 머무는 동안 내내 불안하였었는데..

그 불똥이 공길이에게로.. 갔구나.

매향이..그녀가 알게 된다면,..

이제야 겨우 안정을 찾은 듯 했는데..

일이 불거지면, 두 사람은 물론,

우리 또한 곤란을 면치는 못할게야..

 이를 어쩐다... 어쩐다...“

 

 

 그때.. 문 밖에서.. 여종 아이하나가.. 연화를 부른다.

 

 

“ 행수어르신..

저.. 밖에 장생이라는 자가, 어른을 뵙겠다..찾아 왔습니다 ”

 

순간, 연화와 박연수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 이름을 되새긴다.

 

 

 “ 내 손님이니, 어서 안으로 뫼시어라”

 

장생과 다리를 안으로 안내한 여종이..

그들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부린다.

 연화..그것을 놓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아이를 쏘아보자,

 여종아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밖으로 나가는데..

 연화.. 얼른 일어나, 두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 장생이라.. 했지요?

그때.. 지운 도련님과.. 함께 왔던..분. 맞죠?

공길이에게 얘길 하도 들어.. 낯설지가 않습니다.

 헌데.. 행색이.. 어찌.. 이러시오?

 지금은.. 남사당패에 있어야 할 줄로 아는데..  “

 

연화.. 장생의 곁에 조용히 앉아있는 다리를 훑어보며, 장생에게 묻자,

 장생..

 

 

 “ 기억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장생이라 합니다.

 제 곁에 있는 아이는.. 함께 남사당패에 있던..

제 아우나 다름없는 아입니다.“

 

다리.. 장생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고 연화와 연수를 향해.. 인사를 한다.

 

 

 “ 처음 뵙겠습니다. 다리라고 합니다. ”

 

장생.. 자세를 고쳐 앉으며.. 연화와 연수에게..

짤막하게 사정이 있어 남사당패를 나오게 되었다며,

 공길을 만나러 왔다고 말한다.

그 말에.. 두 사람.. 난감한 기색을 감추질 못하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에.. 연화와 연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장생의 눈빛을 마주하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얘기를 털어놓는다.

 

 연화의 얘기를 듣고 있는.. 눈에 띄게 야윈 얼굴의 장생.

푹 패인 두 볼 때문인지.. 더욱 퀭해 보이는 두 눈에..

시퍼렇게 빛나는 눈빛만이..적을 눈 앞에 둔 맹수와 같이.. 번뜩 인다.

그의 두 주먹이.. 무릎 위에서.. 꽉 쥐어진 체.. 떨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 밖에서 쨍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연화, 얼른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어젖히고는.. 순간,

 멈칫 굳어버린다.

 

문 앞에는..

 깨진.. 유리조각을 밟았는지..

치마 밖으로 나와 있는 버선발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줄도 모른 체

 넋 놓은 사람 마냥,,매향이 주저 앉아있다.

연화.. 매향을 부축하여 방 안으로 들어오자,

 그 모습을 보고는 박연수 얼른 일어나.. 그녀를 거들어..

 자리를 내어 준다.

매향을 보고는.. 벌떡 일어선 장생..

매향..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몸을 빼낸 후,

정승처럼 서 있는 장생의 손을 꼬옥... 보듬어 잡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어쩌면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일.. 공길에게서

서로의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던 때문일까?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공길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 다.. 서로가 누구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듯.. 서로를 알아보니..

 때론..말보다..마음이 사람을 먼저 알아보는 가 보다.

 

자신이 곁에 없던 시간.. 큰 일을 당했던 공길에 대한 미안함으로

 괜히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고 매향의 앞에 선 장생.

매향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깊은 한숨이..새어나온다.

 

 

“ 길이가.. 우리 길이가... 어찌 되었다고요?

붙잡혀 갔다 했습니까?

장생이.. 이 사람을 만나러.. 갔단 말을 듣고는.. 내심.. 불안했었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면서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하던 아이가..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갑작스레.. 떠났다 하기에..

그리움이 커서.. 그런가 보다..

자꾸만.. 드는.. 걱정들을 애써 지웠더랬습니다.

헌데.. 그 아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 사람.. 장생이가

이리..녀석을 만나러 왔는데..

우리..길이..

우리.. 착하기만 한.. 길이가.. 어딜 갔다고요? “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어가는 매향 앞에서..

모두가.. 할 말을 잃은 듯.. 그녀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그녀.. 흐르는 눈물은 아랑곳 하지 않은 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생의 볼을 쓰다듬으며..

마주 잡은 손을 더욱 꼭.. 잡아본다.

 

 

 “ 장생이구나..

 언제나.. 어떤 이인가.. 궁금하여.. 머릿속으로만..그려봤었는데..

 내가 그려봤던 그대로구나..

 어찌 이리.. 야위었소..

우리 길이가 보면.. 마음 아파하겠네..

흑흑... 길아..

불쌍한..녀석..

어미 때문에.. 니가.. 또.. 이리 아프구나..

내.. 아가.. 흑흑... “

 

 

장생을 쓰다듬다.. 슬픔이 북 받히는 지..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는 그녀를 품에 안고는 ..

들썩이는 그녀의 여윈 어깨를 감싸고 있는 장생.

 

그렇게 한참동안..

모두가.. 조용히.. 그녀의 울음이.. 사그러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장생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은 매향.

모두가.. 침울한 가운데... 천천히..입을 연다.

 

 “ 제가.. 그 분을 만나겠어요. ”

 

 

 

#. 김 량의 집

 

 

 

유영재의 집에 공길을 그대로 가둬둔 체로

 거나하게 취한 체.. 새벽녘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온 김 량.

입 궐 준비를 하며, 벌써부터 일어나 있던 대감마님..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는 그의 발소릴 듣고는 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그 소리에.. 취기가 싹..가시는 지

김 량.. 얼른.. 흐트러진 매무새를 만지고는.. 꾸벅..인사를 올리는데..

한심스럽다는 듯.. 쯧쯧 혀를 차는 대감..

 

 

“ 내.. 너 같은 인사를 아들로 둔 것을 보면.. 지은 죄가 많은 가보다.

명색이 정승 집 자제가.. 밤이슬이나 밟고 다니고..

 대체.. 언제까지..그리 망나니 마냥 살 것이냐?

쯧쯧쯧.... “

 

김 량.. 아버지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는..

얼른.. 뛰어올라가..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 아버지.. 제가.. 도망했던.. 공길이 놈을 잡아놨습니다. ”

 

 

공길이의 이름에.. 대감마님.. 흠짓..놀라는데..

 

 

 “ 뭐라? 공길이?

 아니.. 그 아이를 어디서 찾았다더냐?

지금.. 데려왔느냐? “

 

 

대감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 의기양양해진 김량.

얼른.. 자초지종을 말한 뒤,

 

 

 “ 그놈이.. 글쎄.. 광대노릇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놈이 인물하난 빼어나질 않았었습니까..

그 인물.. 어디 가나요?

 꽤..재주도 있나 보더라구요..

아버님도 유영재..아시죠?

그 자가..공길이 그놈을 탐내기에.. 비싼 값에 팔아넘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잃었나 부다..했던 놈이 ,십년 만에 제 발로 굴러들어왔으니..

 이거.. 공 돈 생긴 것 같지 않습니까? 하하.. “

 

 

너스레 까지 떨어대며.. 지껄여대는.. 그놈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듯.

 

 

“ 이놈아!

 그 아이가.. 네 주머니에 차고 다니던 엽전이라도 되었더냐?

 네 깟 놈이 뭐라고, 그 아일 팔아 넘기니 마니..하고 들먹여?

누가 그러더냐?

 그 아이가 네 놈 것이라고?

 헛 소리말고, 냉큼 가서.. 내 앞으로 데려오너라.. “

 

 

갑작스런.. 노기서린 아버지의 호통에.. 무안해진 김 량.

원망스러운 듯.. 아버지를 쳐다보며.

 

 

“ 어찌.. 그리.. 제 일이라면.. 전부 못마땅해 하십니까?

날 밝으면.. 데려 오겠습니다. “

 

 

말을 마치고는.. 홱 나가버리는 김량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는.. 김윤무...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듯.. 희끗희끗한..반 백의 머리에..

깊은 주름살의 그가 회한의 한숨을 내쉰다.

 

 

 “ 공길아... 이 녀석아... ”

 

 

 

#. 취 월 관

 

 

 

“ 김윤무.. 그 사람을 만나 시겠다구요?

쉬이 만나 주겠습니까? “

 

공길의 아버지를 찾아가겠다는.. 매향의 말에 박연수,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젊은 날의.. 연정의 대가라 하기엔..

너무도 큰 아픔만을 주었던 모진 사람.

그 사람을.. 십 년을 훌쩍 넘기고, 이슬머금은 꽃마냥 젊디 젊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서.. 

 다시 마주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쉽지 만은 않은 일일 터이다.

 허나..

허튼 소리를 할 그녀가 아님을.. 너무도 잘 아는 그였다.

 박연수..하는 수 없다는 듯.

 자신과 연줄이 닿아있는 관리를 통해,

 그를 만날 약속을 받아내었는데..

막상,

 김 대감의 집 앞에 까지 함께 오긴 했으나,

 그녀를 들여보내는 것이.. 영.. 내키질 않는 듯..

 박연수

재차, 매향에게 자신이 다른 방도를 찾아보겠다 설득해보지만,

그녀.. 꿈쩍도 하질 않는다.

 

 미리 약조를 해두었던 터라,

 박연수와 매향,

하인이 대감에게 고하는 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부름을 받고는 방 안으로 먼저 들어서는 박연수.

그를 보고는..

 

 

 “ 아.. 상단을 이끌고 있는 거상이라 들었소.

 헌데. 무슨 일로 날 보자셨소? ”

 

 

 김 대감.. 연수를 보며.. 말을 건네다.. 뒤 따라 들어서는 매향을 보고는..

 할 말을 잃는다.

 

 “ 헛... 자네가.. 어떻게.. ? ”

 

박연수, 그런 김 대감을 보며,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 그럼...전.. 잠시 밖에서 있을 터이니.. 말씀 나누시지요. “

하며.. 자리를 비켜 준다.

 밖으로 나가며.. 매향을 다시금..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그를 보고는..

 그녀, 걱정 말라며.. 흔들림없이 고요한 눈빛으로....그를 안심시킨다.

 

이젠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그녀였지만,

 조선 제일 가는 절색이라 불리던 그녀였다. 그 미색이 세월의 빛에

바래긴 하였어도.. 여전히 반듯한 얼굴에..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깊어진 그녀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박연수가 밖으로 나가자,

매향.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김 윤무의 앞으로 나아가,

 다소곳하게 앉는다.

 

“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도 이젠 많이 늙어 시들었지요?

그 옛날 대감과 마주 앉아 달빛에 취해 술잔을 기울이던 매향이도..

 세월 앞에선 별 수 없더이다. “

 

김 윤무.. 눈 앞의 매향의 얼굴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의 한숨을 내쉰다.

 한 때는.. 이 사람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 놓아도

 아깝지 않다 여겼던 이다. 허나,  

그 사랑이 그녀에게 준 것은.. 평생을 두고도 씻기지 않고 계속되는

 모질기만 한 아픔 뿐이니...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

 평생을 가슴에 상처로 묻어 두고도.. 지워버리지 못했던..

야속한 이를 눈 앞에 두고...

 애써.. 눈물을 참아내고 있다.

 

 

 “ 그동안... 어찌 지냈소..

 내.. 그대를 죽어 저승가기 전엔 못 볼 줄 알았었는데..

 이리.. 내 눈앞에.. 그대가 앉아 있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질 않소..

내.. 고개를 들고 그대 얼굴을 볼 면목이 없소.. “

 

 

그리도 매정하게,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어린 공길이 손을 잡고는 떠났던.. 그가 아니였던가..

 젊어 한창 때인지라..

세상이 알아주는 인재로, 부와 명예를 거머 쥔 그에게..

 사랑했던 그녀는.. 도망치고 싶은 짐일 뿐이였었다.

어린 공길을 데려온 것도..

 그녀를 위한 일이라 말은 그리 했지만,

 어찌 보면.. 훗날 제 자신에게 흠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여

곁에 두고, 제 마음 편하잔,  요량이 더욱 컸을 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후회와 번민으로 남아,

재산도 권력도.. 모두가 다.. 낙엽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 마냥

휑한 가슴하나 따뜻하게 데워주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허상과 같은 것이란 걸.. 꺠달아 갈 무렵..

그토록.. 맘쓰고 눈치보던 서슬퍼런 본처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홀로 쓸쓸히 앉아, 아무런 낙도 없이 지내다 보니..

  부쩍.. 마음 저 밑바닥에 묻어두었던..  

그렇게 제 스스로 끊어버렸던..

매향과 공길이.. 자주 떠올랐던 그였다.

 

김 윤무.. 제 앞에 놓인 서안을 한 켠으로 치우고는 매향에게 다가앉아,

한 쪽 무릎 위에 가만히 놓여있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자,

 매향, 얼른 몸을 돌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앉는다.

 

 

“ 어찌.. 그렇게도.. 제게 모질게 하셨습니까? "

 

그녀의 말에.. 대감.. 그 자리에 앉은 체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 저를 버리신 건.. 괜찮습니다.

이 나라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 다는 것 쯤은

 미천한 소인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왜.. 그 아이.. 우리 아이.. 공길이에게 마저 그리 하셨습니까?

배 곯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려서 평범한 아이같이..

키워준다지 않으셨습니까?

헌데.. 노비라니요?

 세상에.. 제 새끼를 종살이 시키는 부모도 있더이까?

대감께서.. 그리.. 그 아이 가슴에 못을 박고,

 그 아이 평생에.. 족쇄를 채우실 줄 알았더라면..

함께 굻어죽으면 죽었지..

그리 허망하게 떼어놓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감께서.. 제게.. 저희 모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신지..

알고는 계십니까?

그걸 알면서도..

 지금.. 아무렇지 않게.. 제 손을 잡으려 하시는 겁니까? “

 

 

매향..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 속으로 삭히고 삭혀왔던 울분이 터져 나와,

한마디 한마디 내 뱉을 때마다,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와..

 눈 앞을 가린다

 그녀를 보며.. 김윤무. 아무런 변명도 못한 체..

 그저.. 멍하니.. 그녀만 바라보는데..

 

 

 “ 저 따위는 어찌 되어도..좋습니다.

 제 평생.. 목숨 바쳐 지킬 것이라고는.. 그 아이 하나 뿐 이였습니다.

 그런.. 제 살이고, 제 피 같은 아이를

십년 세월이 흘러서야 겨우 만났습니다.

 이제야 겨우 만났는 데..

 못난 애미 때문에.. 세상에 나면서부터 외로웠던..그 가여운 아이가

이 못난 애미 때문에..

지금 .. 또 다시..

 개, 돼지 마냥, 팔려가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제가..바라는 것..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아이만..

제게 그 아이만 돌려주십시오.

 그러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나으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

 

 

피를 토하듯.. 말을 잇던 매향..

 창백한 안색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한데..

김윤무.. 그런 그녀를 애닮은 눈으로 바라보며..

 

 

 “ 미안하오... 미안하오..

못나고.. 못난.. 내 죄가.. 크오..

어찌...그대 한 맺힌 가슴을 풀어줄 수 있겠소..

 미안하오.. “

 

그녀앞에..고개를 숙이고.. 겨우 말을 꺼낸..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것을 본 매향..

그 모진 시간동안.. 수십, 수백번을 원망하고 원망했던 그였는데..

 미련하게도.. 이젠 늙어 힘없어진 그의 하찰것 없는 눈물에

흔들리려는 못난 제 마음을 다잡고는..

조용히.. 일어서며..

 

 

“ 제 뜻은 모두 전하였으니..

 돌아가.. 대감께서 답을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평생에.. 단 한번.. 드린 소원이니..

반드시.. 저버리지 않으시리라.. 믿고 돌아가겠습니다. “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짧은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김윤무는 ..

마치.. 아주 잠깐 동안.. 꿈을 꾼 듯..

 그녀가 사라진 그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았다.

 문 밖에는..

그녀가 걱정되어 앉지도 못한 체로.. 문 앞을 서성이던  박연수가..

그녀가 나오자 얼른.. 그녀에게 다가오는데..

그토록.. 강해보이던.. 그녀.

등 뒤에서 문이 닫히자,

 그만..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박연수..그런 그녀를.. 얼른.. 들쳐 엎고는..

 취월관으로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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