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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바/라/기 ---- 3막 4장

박대용 |2006.11.12 22:40
조회 12 |추천 0

작은 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막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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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직을 해야겠어."

  이튿날 시은이가 아침밥을 먹으며 말했다. 취직이라는 말이 무척 생경하게 들려 왔다. 정우는 말리고 싶었지만 시은이의 결심이 확고해 보여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은이는 그날부터 직장을 알아보러 돌아다녔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봉제공장의 시다를 비롯한 몇 군데 자리가 나왔지만 시은이는 작업 환경이 열악한 데다 보수도 형편없다며 머리를 저었다.

  장래성도 있고, 수입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직업을 찾아 그녀는 거리를 배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시은이가 다소 흥분해서 돌아왔다.

  "정우야, 정우야! 내가 원하던 자리를 찾았어."

  "뭐하는 덴데?"

  "의상실이야. 명동에 있는."

  "그래? 거긴 어떻게 알았는데?"

  "지나가는데 유리문에 판매 사원을 구한다고 쓰여져 있는 거야. 조금 떨렸지만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어가 봤지. 사장님은 서로 살쯤 된 세련된 여자인데 나더러 대뜸 멸 살이냐고 묻는 거야. 아무래도 열다섯 살이라고 하면 안 써 줄 거 같아 열일곱 살이라고 거짓말을 했지. 그랬더니 사장님이 주민등록등본하고 이력서를 써 가지고 와 보라는 거야!"

  시은이는 취직이 된 듯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누나는 열다섯이잖아?"

  정우는 시은이가 꿈에서 깨어나면 몹시 실망할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오다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방법이 있어!"

  "어떻게?"

  "호적을 새로 만드는 거야."

  "호적을 새로 만든다고?"

  "그래! 너도 검정고시를 보려면 호적 등본이나 호적 초본을 떼서 제출해야 할거야. 그때마다 매번 대전으로 내려가서 서류를 떼올 수는 없잖아?"

  "‥‥‥."

  정우는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취직하고 싶어하는 시은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호적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 어머니와의 영원한 결별을 의미했다.

  "싫니?"

  "아냐, 가!"

  정우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시은이에 대한 배려에서라기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청산하고 싶어서였다.

  시은이는 동사무소를 찾아가 직원에게 호적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삼십대 초반의 직원은 아직까지 호적도 없이 살았느냐며 몹시 놀랬다.

  "읍! 이런 경우에는 두 사람이 인후보증을 서야 하는데 주변에 보증을 세울 사람은 있니?"

  "인후보증이오? 그게 뭐죠?"

  "쉽게 이야기해서 너희들이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 사람이란 걸 누군가 증명해 줘야 할 거 아니겠니?"

  "마땅히 보증을 세울 만한 사람이 없는데‥‥‥."

  "그래?"

  직원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뒷자리에 있는 상사에서 가서 물었다. 그는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오더니 백지를 두 장 내밀었다.

  "그럼 여기다가 너희들이 그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상세하게 적어라. 너희들이 그곳에서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 이름도 적고‥‥‥."

  "화, 확인해 보나요?"

  시은이가 예상치 못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물론이지! 너희들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인지도 모르는데 확인해 보지도 않고 호적을 만들어 줄 수는 없잖니."

  "그, 그렇죠."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작성하도록 만들어 놓은 테이블로 다가가면서 시은이가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이제 어떡하면 좋겠느냐는 물음이 담겨 있었다.

  한번 시작한 거짓말이었다. 정우는 적당한 거짓말을 찾아보았다. 문득, 앵벌이 생활을 할 때 태형이로부터 들은 꽃님이가 떠올랐다. 키는 시은이처럼 작고 눈은 왕눈이라고 했으니 잘만 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누나, 잠깐만‥‥‥."

  정우는 시은이를 구석진 자리로 불러서 꽃님이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금세 말귀를 알아들었다.

  시은이는 일곱 살 때 남동생과 함께 창경원에서 부모를 잃어버려, 짜부 밑에서 열한 살 때까지 앵벌이를 한 꽃님이인 것처럼 썼다. 앵벌이를 하다 도망친 뒤의 이 년은 확인할 수 없게끔 썼고, 그 뒤부터는 소망원을 나와서 살았던 행적과 일치하게 기록했다. 호석은 꽃님이의 남동생인 해수인 것처럼 적었다.

 

  "이게 모두 사실이니?"

  두 장의 기록지를 읽어 보고는 직원이 물었다.

  "네.

  "경찰관이 돌아다니면서 사실 확인을 할 거야. 만일 거짓말을 했을 경우에는 큰벌을 받게 될 거다."

  직원이 은근히 협박을 했다.

  "모두 사실이에요."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아버지 성함은 기억하니?"

  직원이 줄이 쳐져 있는 깨끗한 서류를 꺼내서 살고 있는 주소를 기입하면서 물었다.

  "몰라요."

  "시은이가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성함은?"

  "몰라요."

  "본적은?"

  "몰라요."

  시은이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지금까지는 전혀 보지 못했던 시은이의 모습이었다.

  "이름은?"

  "본명은 시은이인데 꽃님이로 불리웠어요."

  "나이는?"

  "열일곱 살이오."

  "그래? 보기보다 나이가 많는데‥‥‥ 확실해?"

  "네! 어려서부터 나이배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생일은?"

  "5월10일이요."

  동사무소 직원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생년월일을 적었다.

  다음은 정우 차례였다. 중요한 것은 시은이가 다 대답했기 때문에 정우는 금세 끝났다.

  "저어, 주민등록 등본은 어제쯤 뗄 수 있어요?"

  서류 작성이 끝나자 시은이가 물었다.

  "등본을 떼고 싶거든 한 달 뒤에 오거라.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본 뒤에 이상이 없으면 등본을 발급해 주마."

  직원은 작성한 서류를 책상 서랍 속에 넣으며 말했다.

  "취직을 해야 하는데‥‥‥ 보름 안에 해 줄 수는 없나요?"

  "그렇게 급한 거냐?"

  "네! 아저씨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음! 그럼 최대한대로 빨리 처리해 보마. 보름 뒤에 한번 와 보거라."

  직원이 선심 쓰듯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시은이는 꾸벅 인사를 했다.

  "이젠 정말 우리 둘뿐이야."

  동사무소를 나서며 시은이가 동사무소에서와는 달리 풀이 죽어서 중얼거렸다. 정우는 '꼭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취직을 하고 싶어?'라는 물음을 입안에 굴리다가 슬그머니 삼켰다.

  시은이는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공중전화로 의상실에 전화를 했다. 개인 사정이 생겨서 이 주 뒤에나 면접을 보러 갈 수밖에 없는데 양해해 달라고 간청하자 주인은 순순히 그러라고 했다.

  "됐어! 판매 사원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말 테야!"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시은이가 취직이라도 된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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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연' OS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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