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김미려 “가방에 소주잔 달고 다녔어요”
[JES 이경란.양광삼] “이기자. 술 마셔! 어서~” 실제로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개그맨들이 평소엔 진지해지는 것과는 달리 사모님의 말투는 평상시에도 거의 같다.오늘 취중토크의 주인공은 인기절정의 ‘사모님’ 김미려(24)다. 중년 부인을 연기하는 TV속 사모님에 비해 김미려는 한결 앳돼 보였고 “‘또라이’같은 행동도 일삼는다”는 솔직함에 시원시원한 술실력까지 겸비했다.
“말투가 어눌해 술을 안마셔도 간혹 사람들이 취했나 물어본다”는 김미려는 취기가 오르자 특유의 콧소리가 더 진해진다. “원샷해애애! 어서~”

●“비가 팬이래요”
지난주 서울 청담동 실내포차 ‘나쁜남자’에서 김미려와 술잔을 나눴다. 감기에 걸려 몸이 안좋다는 그에게 술을 권하기가 좀 미안했지만 “참 신기하게 술이 날 빨아들이네요”라며 다행히 청주잔을 잘 비운다.
김미려는 누가 뭐래도 가장 뜨고 있는 스타다. 개그우먼이 이렇게 화제가 됐던 것이 얼마만인가. 하지만 정작 김미려는 “뭐가 뜬건지. 또 내가 스타인지 아무 느낌이 없어요”라며 덤덤한 반응.
얼마전 쇼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비를 만났는데 김미려가 인사를 하자 비가 “안녕하세요. 팬이에요”라며 방긋 웃었다는 얘기를 전하며 호들갑을 떠는 평범한 이십대다.
요즘은 CF 촬영에 각종 인터뷰와 촬영에 밀려 하루 서너시간 잠자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편안한 술자리도 무척 오랜만이다.
“술 정말 많이 마실 땐 소주 4병도 마셨는데 이젠 몸이 안따라주죠. 피곤해서 인지 맥주 한캔에도 술취한 것 같은 날이 있구요.”
술과 얽힌 추억 하나. 중학교 3학년때 처음 호기심으로 집에 어머니가 담가 놓은 과일주와 보관중이던 양주를 종류별로 한잔씩 마셔봤다.

“왜 이런걸 마시고 취할까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처음엔 한 두잔씩 마셨는데 뭐 취하지도 않고 말짱하더라구요. ‘신기하다. 별거아니네’라면서 홀짝홀짝 들이켰는데 실내에서 TV를보다가 어느 순간 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다군요. 한참을 자다가 보니 거실 바닥에서 뻗어서 자고 있더라구요.”
“아 그런데 고교 시절에 술을 마셨다고 하면 사람들이 비행청소년으로 보지 않을까요? 저 모범생은 아니어도 나쁜 학생은 아니었는데….” 걱정하다가도 솔직한 성격은 숨길수가 없다.
“고교 때 밴드를 했는데 주말에 연습 끝나고 나면 선후배들이 술을 사가지고 올때가 있었어요. 당시엔 가방에 멋으로 컵을 달고 다니는게 유행이었는데 그 컵이 제 소주컵이 됐죠. (다 말해놓고 또 아차)사고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오해 받으면 어쩌죠?”

●음악이 좋아 3년 동안 가출
고교 시절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던 김미려에게 꿈은 개그우먼이 아닌 음악인이었다. 졸업 후 서울서 재즈아카데미에 다니는 친구가 부러워 “음악을 하러 갑니다. 큰 물에서 놀겠습니다”란 쪽지를 남기고 고향인 전남 여수를 떴다. 쉽게 말하면 가출이다. 그렇게 서울서 보낸 시간이 무려 3년이다. 고생은 불보듯 뻔했다.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생활비는 떨어지고 돈이 한 푼도 없어서 거의 일주일 간은 굶기도 했어요. 칼로리 소모를 줄여야하니까 움직이지도 않았죠. 생일이 지나 성년이 된 후 호프집·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생활에 허덕이며 3년을 열심히 돈만 벌게 됐다. 22살이 되면서 머리를 갑자기 채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고향으로 내려갔다.
“재수를 해서 공부를 해 서울로 다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공무원 시험봐서 고향서 살라고 했죠. 난 꿈을 키워보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그럼 또 나가!”라고 하셔서 결국 다시 짐싸서 올라왔죠.”
수능을 봐 한양여대에 입학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서울 대학로 주점에서 친구와 술마시다 컬투 일행과 마주쳤다. 김미려는 그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안보이는 막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취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태균오빠에게 개그맨 되다는 얘길 했는지 모르겠네요.”
몇 차례를 망설이다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이혜영·박진희·짱구·박영규 등 평소에 잘하던 성대모사도 그날 따라 잘 되질 않았다. 자신있는 노래를 몇 곡 불렀다. 정찬우는 자리를 박차더니 “으이~ 가수 오디션이나 보세요”라며 김미려를 무시했다.
오디션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뒤 술잔을 기울이다 김미려는 김태균에게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제가 진짜 생각 많이 했는데요. 어린 나이도 아니고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게요. 청소라도 시켜주세요.”
다음날로 김미려는 공연장으로 가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기자와 옆에 앉은 매니저가 김미려의 얘기에 푹 빠져 술잔을 비우지 않자 또 사모님 말투가 나온다.
“매니저 한잔해 어서! 이기자 한잔해 어서!”

●연하 남자친구 연락 끊겨
올해 초엔 컬투와 프로젝트 그룹 하이봐를 결성.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지만 가수를 하고 싶진 않아요. 소속사에서 하라면 어쩔수 없지만. 하이봐 시절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헬멧을 쓰고 무대에 올랐죠. 그때 “어머니는 우리딸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며 마음 아파했어요.”
에 선보이기 전 공연 무대에서 먼저 맛보기로 한 ‘사모님’ 코너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 “선배가 틀을 만들어주고 김기사인 (김)철민이와 함께 살을 붙였죠. 첫날 무대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죠. 사모님 말투는 평소에 제가 잘하던 목소리 연기 중의 하나예요.”
처음엔 된장녀 열풍과 연결돼 풍자극이란 평가가 있었다. “그냥 웃음은 웃음이란 생각에 사모님 캐릭터를 더 귀엽게 조금 엽기적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더 인기는 올라갔어요.”
가출을 해 성공한 김미려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아버지는 고지식한 분이라 아직 별말씀 안하시죠. 어머니는 전화와서 다음 스케줄이 뭐냐 어디에 나오냐며 거의 스토커처럼 내 스케줄을 챙기세요.
치과의사인 언니는 저를 무시했는데 내가 광주에 내려 간다니까 “오랜만에 오겠네. 아싸~”라고 하더군요. 오빠도 예전엔 동생도 아니라고 했다가 요즘어찌나 잘하는지….사람들이 그렇더라니까요.(웃음)”

이영애·옥주현·박미선·이나영 등 모두 ‘사모님’따라잡기를 시도했다. 그 중 김미려가 인정하는 가장 탁월한 실력자는 누굴까.
“이나영씨건 몇번 봤는데 이영애씨건 바빠서 사실 한 번도 못봤어요. 옥주현씨는 사모님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구요. 박미선씨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너무 잘 표현한 것 같구요.”
최근에 연하 남자친구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보도가 나가고 나니 연락이 끊겼다.
“정말이에요. 무슨 이유인지 전혀 연락이 안되고 오지도 않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 떠난 남자에 미련을 두지 않거든요. 깨끗하게 잊으려구요.”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먼저 “나 좋다”고 고백하는 스타일인 김미려는 보낼때도 쿨하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떠난 남자도 있었어요. 예전에 한번 사랑 때문에 펑펑 운 적이 있는데 그때 “울지말고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자. 더 멋진 모습으로 살자”고 결심했어요.”
온세상이 사모님에 열광하는 지금 오히려 김미려는 조용히 자기를 다스린다. 붓펜으로 글씨를 쓰면 잡념이 사라진다는 룸메이트인 개그맨 이경분의 충고를 받아들여 글쓰기를 한다.
“가끔 스스로 ‘너 괘씸해. 너는 남들에 비해 열심히 한 것도 없는데 운좋게 이렇게 떴으니 앞으로 잘해’하는 생각을 하죠. 사실 제가 뭐 한게 있어야죠.”
“아직은 많이 세상에 물든 것 같지 않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 김미려는 개그우먼으로 큰 인기를 얻기보다 더 큰 무대를 꿈꾼다.
“사모님보다 더 인기있는 캐릭터를 다시 맡을 수 있겠어요? TV에 알맞는 스타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뭐 스타성도 없죠. 연극·뮤지컬을 해보고 싶었어요. 넓은 무대에서 몸을 쫙 펴고 무대를 휘저으면서 살고 싶어요.”
스물넷 김미려에겐 사모님이 앉아 있는 차 안이 비좁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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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란 기자 [ran@jesnews.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1@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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