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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되어 가는 아픔

김면수 |2006.11.17 17:00
조회 24 |추천 0

면역되어 가는 아픔 / 김면수詩

 

 

 

 

 

그대만 생각하면
방금 씻은 얼굴인데도
눅눅한 슬픔이 한 웅큼 묻어 옵니다
거울 속 나를 외면하면서 애써 참아보지만
그것도 잠시
충혈된 눈으로 한없이 그리운 사람이란 걸
마른 수건에 손도 대어보지 못하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 고개 숙여 울었습니다


얼마나 더 울어야만 그대없이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허기진 배를 채우다가도
잠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조여드는 심장
어머니 나를 부르면 습관처럼 떨어 뜨리는
무수한 밥알과 숟가락과 채 식지못한 사랑


그대가 아니어도 이제는 옮기는 걸음 마다 
속속들이 묻어오는 아픔, 끝은 어디입니까

 



병원에 가서도 이 못난병의 근원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치유될 수 없는 증상만을
들먹이면서 겨우 겨우 조제한 약 한봉지 
아침이면 매없이 울컥하는 가슴과
새벽까지 생각없는 송장처럼 눈 뜬 나를
그대 아닌 누가 이병을 치료 하겠습니까


압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떠나실 때 당신께서 조제하신 그 시간들
누구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당신때문에
쓴 액처럼 그 시간들을 삼키고도 모자라
기억의 죄명들을 송두리 채 끄집어 내어   
아주 오래된 비밀처럼 온 몸을 씻습니다
오늘처럼 혀 끝을 깨물어 참아도 봅니다


그런데도 그대를 만나 짧게 사랑한 나는
온전치 못한 몸으로 하루하루 덜 아프게
다만 덜 아프기만을 바라면서 남은 시간
잊을 수 없다면 아름다운 기억 그대로를
가슴에 고이 간직한 채 면역된 항체로만
살고 싶습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는
한 주에 한슬픔 소파에 기대어 마음편히


정말이지 이젠 고개 숙여 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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