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8살때, 우리집에서는 퍼그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당시 우리집은 소위 '쫄딱 망한' 상태여서
마석의 산골 깊숙히 살고 있었다.
학교로 가는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이나 산을 타고 뛰어내려가야 했던 곳이었다.
집에서 학교로 오가며 뱀도 많이 봤고
집 마당으로 다람쥐가 뛰어가는 건 예삿일.
집 뒤편에는 높은 산비탈이 있었는데
거길 넘어가면 흑염소 농장이 있었다.
하루는 거기서 흑염소 한마리가 도망쳐 넘어 온 일이 있었는데
잽싸게 잡아 먹었다.
하여튼, 그런 환경에서 퍼그 한마리와
진돗개 두마리 산고양이 한마리(잡았다)
잡종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붕어(퍼그 이름)가 어느날 사라졌다.
어디 놀러나갔겠거니 했는데
이틀 사일, 일주일이 넘어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걱정하다가 나중에는 체념했다.
어디가서 잘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주 후, 나타났다.
엄마랑 시내를 갔다가 그 긴 산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언더 끝에 왠 개 한마리가 서 있었는데,
우릴 보고 서서는 왈왈 짓고 있었다.
붕어였다.
달려갔다.
한 쪽 다리가 거의 잘려
뼈가 다 보이고 근육이 너덜너덜했다.
그 뒤는 기억이 안난다.
나는 아마 기절했던 것 같다.
수술을 받고, 전기장판까지 깔아주며 보살폈다.
굉장히 금방 나았던 것 같다.
난 기절하느라 수술 할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그 중상에 꽤 담담했다.
자신의 잘린 다리보다 주인을 다시 만난게
더 중요하다는 듯 우릴 보고 짖었다.
회복기간이 끝난 후
녀석은 잘린 다리가 원래 그랬다는 듯
잘만 걷고 뛰어다녔다.
오히려 잘리기 전보다 빨라졌다 ㄱ-
한번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깡이 생긴 듯
위쪽 집에 사는 도사견 한마리가
탈출해서 동네가 (집 총 7채) 난리가 났을 때
조난 용감하게 달려 들기도 했다.
그때도 그 도사견이랑 싸우느라
귀쪽에 상처가 났던 것 같은데
녀석은 이런 상처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흔한 낑낑대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서울로 이사오면서 동물들은 모두 주변에 나누어 주었다.
다른 개들은 어떻게 됬는지 모르겠고,
마이키(산고양이)는 할머니랑 할아버지 둘이 사는 집에,
붕어는 혼자 밭 갈고 사는 할머니 집에 주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9년 전 일이지만,
나는 녀석을 생각할 때 마다 눈물이 난다.
지금도 울고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