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 현대문학 > 자거라, 네 슬픔아....... 라니;이 얼마나 청승스런 제목인가. 이 책을 집어들면, 정말로 내가 슬픔이 가득차서, 그 슬픔을 잠재워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할 거 같아서쳇, 하며 이 책 옆을 지나쳐 버렸다.그 찰나, '신경숙'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와다시 책 앞으로 돌아와 한장한장 넘겨보니,사진도 있고, 사진마다 짧은 글이 있으며,자거라, 네 슬픔아는 한 장의 사진에 할당된 것 뿐이었으니..뭐 빌리더라도 내가 그리 청승스런 사람이진 않겠다 싶어서선뜻 손을 내밀어 책을 집었다. 그간, 소설류만 너무 편식해서 읽던 터라,이런 산문집을 읽는 것이 참 산뜻하게 느껴졌다.멋스런 옛날 사진들과,사진을 보며 떠오른 작가의 추억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져어느새 나의 아직 몇 안되는 추억들 구석구석까지 닿게 되었다. 사진을 보면, 누구나 옛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이 책 역시 사진을 보고 난 후, 밝은 미래를, 힘찬 꿈을 지지하는 내용은 없다.그저 옛 이야기를 자꾸만 끄집어 낼 뿐.그러나 다 읽고나면, 직접적으로 미래 이야기를 한바도 없는데왠지 훈훈한 기운 때문인지더 잘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 +) 내용과 상관없는 맘에 드는 구절 콜랙션 저 남자가 스물이 되기 전의 거리 풍경과 지금은 너무나 달라졌다. 이제 버스요금은 교통카드가 대신 지불하며 다방은 모두 지상으로 올라와 커피 전문점이 되었으며 불법 복제 카세트 테이프를 리어카에 올려놓고 파는 모습도 쉽게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연탄 대신 도시가스 배관이 땅속에 묻혀 있으며 이제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같은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며 교복을 입지 않는 여학생들은 흰 운동화도 신지 않는다. 겨우 살아남은 풍경이 저 남자인 것이다.--> 얼마되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글로 읽으니 정말로 옛날의 그 길거리 풍경이 떠오르면서, 그 길 위에 교복을 입고 서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타고났다고 하는데도 왜 지나고 보면 주어진 운명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에 불과한가.--> 나도 지금 운명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하다, 나의 그간 자유의지는 어디로 가고. 시들지 않은 꽃과 같이 영원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람을 집중시키다가 어느덧 가버리는 게 여름이다.--> 다만, 여름뿐이랴. '집중'이란 단어가 참으로 잘 살려진 문장같다. 나도 어차피 세상의 할머니들처럼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것인데 그때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면 외로워서 앞뒤 맥락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람이 간다고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부시럭부시럭 천 원짜리를 꺼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에요, 할머니! 손을 내젓는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난 콧잔등 뿐 아니라, 눈물이 주룩 흘렀다. by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