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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과 열탕사이] 제23장 [여성들이여, 용기를 가져라]

하늘사진 |2006.11.21 11:18
조회 41 |추천 0
[냉탕과 열탕사이] 제23장 [여성들이여, 용기를 가져라] [매거진t 2006-11-06 12:09]     MUST HAVE 용기 (a little more action)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재미 삼아 지우개를 슬쩍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좁은 문방구 안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자주, 어떻게 범행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참 의아했는데, 그 친구가 알려준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망설이지 말고, 떨지만 않으면 돼.”

20년의 세월이 지났고, 지우개를 잘 훔쳤던 친구도, 그 친구를 나무라면서 은근히 그 지우개를 얻어 썼던 나도, 모두 어른이 됐다. 이제 우리에게 최대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지우개를 훔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마음에 드는 그, 또는 그녀를 훔쳐올 수 있느냐이다. 자꾸만 그 사람 앞에 알짱거린다거나, 미니홈페이지 주소를 알아내서 남몰래 스토킹을 하는 정도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갖고 싶은 물건을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서 ‘이걸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좋아하는 놀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거다. 망설이면서 그 일을 자꾸 미루다가는, 언젠가 결국, 당신이 찍어놨던 물건 옆에 ‘품절’이라는 빨간 안내문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장바구니로 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게 또 의외로, 간단하다는 거다. “망설이지 말고, 떨지만 않으면 된다니까요.”

이 남자, 볼수록 귀여워요… 안 되겠어요!

최근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하나 있다. 드라마에서 사랑스러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던 싱싱한 신인, 이하나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너무나 순진해 보이는 남자 의사가, 절대로 아파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쩔쩔매는 중이다. “이 남자, 볼수록 귀여워요… 안 되겠어요!” 그녀의 독백 뒤에 이어지는 건,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슬쩍하듯, 순식간에 남자를 집어들어 주머니에다 쏙! 집어넣는 통쾌한 장면! 그야말로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 시원스러운 액션이다. 그리고 슬로건처럼 깔리는 문구.

아마도 이 광고는, 명랑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을 차용한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눈망울 초롱초롱한 이쁜이로 변신할 수 있지만, 평소엔 쭉- 찢어진 눈으로 음산하게 웃어대는 구우는, 시끄럽게 잔소리를 해대는 의사를 귀찮다는 듯 꿀꺽 집어삼킨다. 그 태연자약함엔, 어딘가 모르게 감동적인 면까지 있다.

상황도 다르고, 이유도 다른 이 두 장면의 공통점은,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대리만족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장면을, 이 독특한 두 여성은 천연덕스럽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나 귀찮게 하는 인간은 꿀꺽 집어삼키고, 가지고 싶은 남자를 확! 도둑질하고. 그녀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제발, 상상만 하는 짓은 그만두라고~”

여성들이 고백을 두려워하는 이유 고백은 액션이다.(photo from )

남성들에게 액션이라는 게, 길거리 총격전이나 자동차 추격전, 무술, 스포츠라면, 여성들에게 액션은 ‘사랑 고백’이다. 액션에는 피도 있고 상처도 있다. 승리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신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영영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성공담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실패담들이 도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둔다면, 당신은 그 귀여운 안과의사가 호호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 남자 앞에서 꾀병만 부리고 있을 것이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

여성들이 고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패담의 주인공들이 퍼뜨린 소문 때문이다. “남자들은, 먼저 다가오는 여자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왜곡된 것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모든 사람은, 원치 않는 애정공세를 두려워한다!” 이런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영화 를 생각해보자.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상대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을 이만큼 키워놓고, 그것을 한 번에 강요한다면, 상대로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공평해도 어쩔 수 없다. 애정이 클수록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여성들이 ‘용기가 없어’ 고백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마음을 무작정 무럭무럭 키워나가고, 그와 동시에 ‘실패할 확률’도 무럭무럭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백은 액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당장, 액션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액션은 ‘사랑합니다’ 라는 고백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귀여워서, 놓치면 좀 아깝겠어?’여야만 한다. 그를 사랑하게 되기 전에, 그의 미니홈피를 하루 스무 번씩 들락거리면서 방명록에 있는 여성들을 일일이 감시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아직은 설익은 당신의 감정을 캐주얼하게 표현해보는 거다. “내기할래요? 내가 이기면, 음… 주말에 기차 타고 놀러 가기! 어때요!” 하는 정도로. 문방구의 지우개를 슬쩍하듯,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태연스럽게.

만약 남자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 당신은 “어? 이게 언제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었지?” 하고 딴청을 부리면 그만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 전에’ 고백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글) 안현민 ( MBC FM4U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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