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광주 · 전남 미래와경제 창립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격려사를 게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분들의 의견이
있어 소개하고 첨부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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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사 내용]
광주·전남 ‘미래와 경제’ 세미나 격려사
고 건
여러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바쁘실 터인데 이처럼 자리를 함께 해 주셔서 연구 모임 ‘미래와 경제’의 발기인이자 자문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서 분출되는 열기를 보니 연구모임 ‘미래와 경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와 경제의 앞날에도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광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냉전시절의 베를린 장벽 앞에서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Ich bin ein Berliner!"라며 외치던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모습입니다. 현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마음 한 편으로 광주시민, 전남도민이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모두 광주·전남의 희생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멀리는 일제하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부터 가까이는 5.18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빛고을 광주·전남은 민족자존의 빛이요 양심의 빛이며 인간존엄과 민주주의의 빛이었습니다.
이러한 광주·전남과 개인적인 인연으로 맺어진 것을 저는 무척 소중하게 여깁니다. 젊은 시절에는 도지사로서 풍수해 잦던 가난한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발로 뛰며 밤잠을 설쳤습니다. 지금도 제가 산파노릇을 했던 영산강 4개 댐과 하남공단 그리고 여수 광양의 산업기지들을 보면 감회가 깊습니다.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불러온 5.17 비상계엄확대에 반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직을 던졌고 (아마 군부에 항거해 사직한 유일한 공무원이었을 겁니다), 국무총리가 되어서는 광주항쟁에 희생된 영령을 모시는 묘지를 국립묘지로 만들고 정부차원의 추모행사를 거행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광주·전남의 피와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모두가 편안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너무나도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민생은 고달프고 나라는 엔진과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 마다, 들리는 일마다 한숨 나오는 일 뿐입니다. 뉴스 보기가 겁이 납니다.
서민들은 하루 살기가 힘든 데 아이들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한참 자랄 시절 입시준비로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됩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해도 일자리는 태부족이고 요행 잡은 일자리도 낮은 임금에 내일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허리띠 졸라 저축해도 정부의 호언장담이 우습게 내 집 마련 전망은 안 보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시대라는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일본, 중국 사이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정말 큰 일 났습니다. 모두의 지혜와 에너지를 합쳐 노력해도 어려운 고비입니다. 그런데 나라살림을 맡은 정부는 할 일은 안하고 해서 안 될 일은 하면서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 역시 기둥 썩는 것은 모르고 부질없는 명분 싸움으로 갈등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벌어놓은 자산 까먹으며 편싸움으로 지새는 사이, 노인인구가 반이 넘는 노령화사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래와 경제’는 이런 암담한 상황을 보다 못해 만든 연구모임입니다. 꺼져가는 나라의 동력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좌표를 새로 세울 길을 찾는 것이 그 활동목적입니다. 미래와 경제에서는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사적 상황에 걸 맞는, 지난 시대의 국가주도 경제발전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발전모델과 그 실행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미래와 경제에서 공부하면서 저는 지금 시점에서 네 가지 원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첫째, 경제경쟁력확보가 국민복지의 원천이라는 생각입니다. 둘째, 지방이 부강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원리입니다. 셋째, 지식경제시대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건설이 아니라 사회자원의 진흥, 즉 문화·환경·경제의 통합에 있다는 확신입니다. 넷째, 좁은 한반도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퍼져있는 한상·한류와 연대해서 세계무대로 나갈 때 우리의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광주의 비전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두고 전남의 미래를 J프로젝트로 개척하려는 발상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호나 발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업내용을 구체화하고 진행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지역의 문화, 경제, 교육, 환경, 행정역량을 살찌우는 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면 과시적 건설사업으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문화사업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실용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지방의 발전은 중앙으로부터의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지방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여름, 저는 뜻밖의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제가 서울 시장시절 시작한 상암의 ‘새천년 신도시’를 보러 서울을 찾은 영국 국회 시찰단이었습니다. 이들은 세계최고수준의 축구전문경기장으로서 드물게 수익을 내는 월드컵 경기장, 세계 최대의 쓰레기 산에서 화려하게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월드컵 공원을 주의 깊게 둘러보았습니다. 이들이 특히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은 디지털 미디어 시티 Digital Media City DMC)였습니다. 첨단산업과 문화산업의 결합을 통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산업단지로 광주 아시아문화센터와 상통하는 면도 있습니다. 홍보 캠페인이 요란한 청계천이 아니라 굳이 그 그늘에 가려진 디엠시 (DMC)를 보겠다는 이들의 요구에 약간 거북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이 제대로 부강해져야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습니다. 광주문화수도와 J프로젝트가 잘 되어야 나라가 잘 됩니다. 그러나 이들이 잘 되려면 나라의 울타리가 든든해야 합니다. 안보가 흔들리는 나라, 정부가 무능한 나라,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는 나라에서는 지방이 제대로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나라의 기틀을 지키는 외교안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핵실험에 대한 대책에 대해 정부가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핵과 관련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 시키는 가을볕 정책을 주장합니다. 동포에 대한 따뜻한 인도적 지원과 협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한반도비핵화선언 위반에 대해서도 상응한 조치가 따라야 합니다. 햇볕과 서리가 공존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가을볕 정책은 수구냉전세력이 주장하는 제재일변도의 강풍정책. 그리고 감상적 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절대적 포용정책을 모두 배격합니다. 대신, 확고한 용미선린(用美善隣)의 외교원칙 아래 상황에 맞추어 햇볕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절함으로써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나가자는 것입니다.
무능한 정부, 고장난 정치를 고치는 길은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도실용주의에 입각한 중도통합론을 주창해왔습니다. 좌우양극단을 뺀, 개혁적 보수세력과 합리적 진보세력이 중도, 실용의 정치노선을 중심으로 연대, 통합하여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질없는 이념 양극화로 물든 정치판의 개조 없이는 국민의 힘을 한 데 모을 수 없고, 지방과 나라의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오늘날의 중국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호소합니다. 친미냐 반미냐, 시장이냐 계획이냐, 성장이냐 분배냐 허공에 뜬 논쟁은 이제 그만합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도 접읍시다. 진보냐 보수냐의 공리공담도, 무책임한 정책실험도 그만 둡시다.
이제 팔을 걷어 부치고, 민생과 나라 살리는 현실의 과제로 돌아옵시다. 서로 미세한 차이를 들추고 키워 편을 나누는 대신, 서로의 공통점과 접면을 찾아 이를 키우고 연대합시다. 우리나라가 노령 사회가 되기 전에 빨리 나라와 지방을 살려야 개인과 집단이 설 자리가 있다는 냉정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합시다.
광주· 전남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탈압축성장시대, 세계화시대를 맞아 새로운 번영의 길로 나라를 이끌어달라는 엄숙한 요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독선과 무능으로 대다수 국민들을 적대시함으로써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렸습니다. 참여정부의 탄생을 이끈 국민 대다수가 이제는 이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정부의 첫 총리로서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구보수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초 참여정부에 기대했던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국민의 소망마저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꾸준한 실용적인 개혁과 개량을 통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권의 일대 전환이 없이는 이러한 전진이 불가능함을 이제 절절하게 알게 되었을 따름입니다.
정말, 일대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의 위기입니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광주·전남은 국난극복의 초석이 되어왔습니다. 다시금 광주, 전남이 나라의 앞길을 여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기대하며 소망합니다. 그리고 광주전남 미래와 경제가 이러한 역사적 과업에서 소중한 촉매역할을 하여 줄 것을 믿습니다. 어두움이 짙으면 새벽이 가깝습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오늘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면서 제 인사말씀을 마치고저 합니다.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 광주미래와경제격려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