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인에게 조국의 이미지는 축복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요, 살기좋은 나라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세계 제일의 국가가 미국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인의 그런 자부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실로 미국인치고 미국을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냉엄한 반성을 촉구하는 사람마저 흔하지 않다. 가수는 더구나 그렇다. 그런데 전형적인 양키이면서 미국에 내재하는 부정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매우 유별난 가수가 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80년대에 팝 부분은 주지하다시피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가 석권했지만, 록 부분에 관한 한 최고의 영예는 그의 것이었다. 지는 "84년 미국에서 태어나(Born in the USA)>앨범이 발표된 후 스프링스틴은 '가장 위대한 미국의 록큰롤러'의 타이틀을 안기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소개된 바 있듯 한동안 그의 인기 열풍은 마이클 잭슨 열풍을 넘어설 만큼 거세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록계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그의 별명이 보스(Boss)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이 록계의 두목이 노래를 통하여 그려내고 있는 미국의 상태는 한마디로 '빨간 신호등'이다. 거기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를 비록한 대다수 민중은 일등 국민의 자부심을 지니고 사는 선택받은 국민들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실한 채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무리들이다. 보스의 작업은 바로 노동자와 민중의 편에 서서 지금의 미국은 살시좋은 나라가 결코 아니며 그들의 '총체적 절망 구조'에 빠져 있음을 만방에 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업적이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을 보고 록 가수가 되기로 한 그는 대학을 포기한 채 여러 그룹을 전전하면서 실력을 함양한 노력으로 카인의 후예에서 미국의 위대한 록큰롤러가 됐다. 그는 음반 작업에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특히 '록 뮤직의 현장성'을 갈조, 공연 중심의 활동을 펼치며 또 '관객을 공동의 경험 수준으로 이끌 줄 아는 유일한 가수'라는 찬사가 말해주듯 혼신의 정열로 콘서트에 임한다.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미국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록 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덧붙여 음반 활동을 해온 20년간 한번도 일탈 내지 변절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