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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5년 장기계약 분석

이철호 |2006.12.01 00:57
조회 48 |추천 1
박찬호의 5년 장기계약 분석박찬호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시기가 2000년-2001년이라는 것은 야구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2001년 오프시즌에 그는 텍사스와 5년 6500만의 계약을 했고 박찬호는 그 계약의 5년간 다저스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텍사스는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보여줬던 꾸준함을 보고 장기계약을 맺었고, 2001년 당시 이 계약을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97-98, 2000-2001년 4년간의 평균 기록은: 방어율 3.47 / 218 이닝 / 15.5승 / 삼진 198

대충 이것만 봐도 상당히 꾸준한 투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웬만한 1선발의 기록이다. (Quality Start에 대해서는 거론 안하겠다.) 그리고 다저스에서 선발 투수로 뛰던 5년간 단 한번도 부상당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의 몸값을 올리는 데 일조하였다. 물론 텍사스가 투수친화적인 다저 스타디움에서 제트 기류가 있는 알링턴으로 가는 박찬호가 똑같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12-14승, 200이닝, 3점 후반-4점 초반 방어율 정도는 예상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박찬호는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그의 장기계약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박찬호는 부상이 아니었더라도 텍사스에서의 생활은 다저스에서만큼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우선 그의 FIP을 살펴보면:
참고로: FIP = (홈런*13+(볼넷+사구)*3-삼진*2)/이닝. FIP에 대해서는(http://www.hardballtimes.com/main/statpages/glossary/) 참조.

년도: 방어율/FIP
97년: 3.38/4.31
98년: 3.71/3.88
2000년: 3.25/4.29
2001년: 3.50/4.04

박찬호가 가장 잘 던졌던 이 4년간의 방어율과 FIP을 비교해보면 그는 단 한번도 방어율보다 낮은 FIP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그의 최고의 시즌으로 꼽는 2000-2001년 시즌 동안 다른 몇 선수들의 방어율/FIP을 박찬호와 비교해 보자.

선수......................2000..............2001
Roger Clemens......3.70/4.39.......3.51/3.44
Randy Johnson......2.64/2.60.......2.49/2.28
Pedro Martinez......1.74/2.24........2.39/1.76
Curt Schilling.........3.81/3.93........2.95/3.26
Greg Maddux........3.00/3.29........3.05/3.27
Mike Mussina........3.79/3.58........3.15/3.07
Hideo Nomo..........4.74/4.87........4.50/4.18
박찬호...................3.27/4.29........3.50/4.04

FIP은 투수와 타자 사이에만 나타나는 일들, 홈런, 볼넷, 사구, 삼진, 이 4개만을 이용해서 투수의 효율성을 잰다. 야수나 라인드라이브와 땅볼의 차이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투수가 투수의 영역 내에서 하는 것만 감안하는 도구다. 위의 숫자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방어율과 FIP은 비슷한 숫자를 나타낸다. 그런데 위의 투수들 중에 박찬호만 FIP이 방어율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높다. (예외가 있다면 2000년의 클레멘스 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박찬호는 이 2년간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소리다. 박찬호는 FIP이라는 수치에 나타나지 않는 인 플레이 된 공에서 상당히 운이 좋았고 이로 인해서 방어율을 많이 끌어내렸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의 팀의 DER (Defensive Efficiency Ratio. 위의 링크 참조) 이 위에 나와 있는 다른 투수들만큼 낮았다면 그는 3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절대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계속하기 전에 LOB% 와 BABIP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LOB%는 모든 주자 중에 투수가 그 중 몇%을 잔루시켰는지를 알려주고 BABIP 는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쳐서 인 플레이 된 경우에서만 계산하는 피안타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세히는 위의 링크 참조) 간단히 말해서 LOB%가 높으면 투수는 운이

좋은 것이며 BABIP가 높으면 투수는 운이 안 좋은 것이다. 다시 한번 LOB%/BABIP를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보자.

 

 

 

 

 

 

 

 

 

 

 

 

 

 

선수......................2000................2001
Roger Clemens......75.3%/.289.......73.6%/.313
Randy Johnson......77.4%/.336.......80.5%/.328
Pedro Martinez.......86.6%/.253.......75.9%/.322
Curt Schilling.........75.4%/.294........84.8%/.317
Greg Maddux.........74.3%/.286.......74.3%/.292
Mike Mussina........73.2%/.311.......73.2%/.297
Hideo Nomo...........75.5%/.311.......70.6%/.300
박찬호...................77.6%/.266.......74.9%/.266

그 시대 양대 리그를 지배하던 투수들이었던 페드로나 랜디가 박찬호보다 높은 LOB%을 기록한 건 이해할 만하지만 그때에도 박찬호보다 높은 평가를 받던 투수들이었던 클레멘스, 매덕스, 무시나가 더 낮은 LOB%를 기록한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박찬호의 BABIP를 본다면 박찬호가 운이 좋았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더욱더 납득이 된다. 페드로의 초인간적인 2000년을 제외한다면 이 표에서 박찬호보다 더 낮은 BABIP를 기록한 투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만 더하자면 FIP에 나타나는 홈런 수치는 스타디움의 크기와 모양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땅볼 투수이기보다는 플라이볼 투수인 그는 (GB/FB: 2000년: 1.29 / 2001년:0.96) 투수 구장인 다저 스타디움의 덕을 많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FIP이 상당히 높다. 알링턴으로 데리고 가기에는, 특히 5년/6500만에 데려가기에는 너무 무모한 도박이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올린 기록은 어떠한가? 우선 2002-2004년만 열거하겠다.

년도...FIP...방어율..HR/9..K/9...BB/9..BABIP..LOB%

2000 / 4.29 / 3.25 / 0.84 / 8.64 / 4.94 / .266 / 77.6%
2001 / 4.04 / 2.50 / 0.88 / 8.38 / 3.50 / .266 / 74.9%

2002 / 5.28 / 5.75 / 1.24 / 7.48 / 4.82 / .316 / 69.7%
2003 / 7.45 / 7.58 / 1.52 / 4.85 / 7.58 / .300 / 67.2%
2004 / 6.31 / 5.46 / 2.07 / 5.93 / 3.10 / .286 / 73.2%

박찬호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본다면 우선 홈런이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아메리퀘스트 필드라는 점과 그의 플라이볼 비율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의 BABIP는 다른 투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LOB%는 내 표에 있는 투수들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불론 그의 FIP과 홈런 비율의 상승을 생각한다면 그의 LOB%의 변화도 이해가 안가는 일은 아니다.

여기서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K/9 비율인데, 다저스 시절에 8점대를 유지하던 그의 삼진 비율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2002년부터 그가 겪어온 부상으로 인한 구위의 감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을 시도했다면 그의 BB/9 비율도 감소시켜야 했을 텐데 이 3년간은 그렇지 못했다.

다저스 시절에도 그의 제구력은 이슈가 되었었지만 그때의 박찬호는 높은 투구수에도 불구하고 220-230이닝을 소화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2001년 이후로 단 한번도 선발 투수로의 풀 타임 최소 이닝인 162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2005년에는 155.1이닝으로 근접) 1선발로 쓰려고 데려온 투수가 이토록 망가지는 것을 보고 톰 힉스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 지금도 화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박찬호의 계약에 대해서 ‘그것은 실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혹은 ‘그때의 FA 시장 상황으로 봐서 그 정도는 당연했다’라고 들 말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박찬호의 계약은 그 당시의 성적으로도 (상당히 운이 수반된 성적이었다.) 오버페이였다. 박찬호의 몸값은 그 시점에서는 약 4년/3600만 정도가 적당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그 가격도 그 이후의 성적으로 봐서는 오버페이겠지만.

이제 박찬호의 2005-2006년을 보자. 그가 장출혈로 쓰러지기 전에는 그래도 부상 없이 꾸준히 던지던 두 시즌이다.

 

 

 

 

 

 

 

 

 

 

 

 

 

 

 

년도...FIP...방어율..HR/9..K/9...BB/9..BABIP..LOB%

2005 / 4.40 / 5.74 / 0.64 / 6.55 / 4.64 / .342 / 65.6%
2006 / 4.88 / 4.81 / 1.32 / 6.32 / 2.90 / .303 / 69.2%

2005년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잘 던진 시즌이다. 박찬호는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년 내내 부상 없이 지냈고 FIP으로 본다면 텍사스 이적 이래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런데 그의 방어율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5.74이다. 그 이유는 양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그의 DER, 그리고 그의 커리어 최악을 기록한 BABIP와 LOB%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투수의 영역’ 안에서는 잘 던졌지만 그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불운 때문에 높은 방어율을 기록한 한 해였다.

2006년은 박찬호가 아주 많이 달라진 시즌이다. 그의 방어율/FIP/xFIP은 4.81/4.88/4.80을 기록했다. (xFIP에 대해서는 위의 링크 참조.) 그러므로 그는 그가 던진 효율성만큼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그의 BB/9 비율이다. 박찬호는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낮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고 이것은 그의 K/9과 비교해서 생각해 본다면 그가 파워 피쳐보다는 컨트롤 투수로의 변신을 의식적으로 시도했고 그것이 적잖이 성공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2005년에는 부상 없이 지냈지만 162이닝을 넘지 못했다. 등판당 5.34이닝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2006년은 상당히 나은 모습이다. 구원등판을 뺀다면 21번 선발 등판에 132이닝이므로 평균 6.29이닝. 32게임 등판을 했다면 201.14이닝. 200이닝 돌파다. 텍사스 시절의 박찬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박찬호가 부상만 없었다면 끝까지 잘 던졌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는 이제 장기 계약이 끝나고 이제 FA 자격을 얻는다. 그의 가격은 무엇인가? 그는 아쉽게도 계약 마지막 해를 부상 없이 보내지 못했고 그의 가격은 대폭 내려갈 게 뻔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디플레이션이 있을 건가 인데, 요즘 시장 상황을 돌아가는 걸로 봐서 내 생각으로는 500만 +@ 정도가 박찬호의 계약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GM이고 가정하고 이 가격 이상으로 보라스가 부른다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찬호 선수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아무리 경험, 경륜이 많고 부상 전에는 잘 던졌다지만 전성기를 훨씬 넘기고 구위가 많이 떨어진 선수에게 이 이상 투자하는 것은 GM으로써 취할 이치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박찬호를 좋아하는 야구 팬으로써 아쉬운 말이 될 진 모르겠지만 그는 다저스 시절에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1선발 감이라기 보다는 운이 더해진 2선발 감이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는 운이든 뭐든 좋은 기록을 남겼고 장기계약을 이끌어냈다. 물론 그때의 FA 시장이 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말도 많고 비난도 많았던 장기 계약이 끝난 이상 이제 박찬호에게는 계약이라는 방어막이 없다. “드라이포트나 햄튼은 박찬호보다 더했다,”나 “이번 해 부상만 없었다면 10승, 200이닝은 가능했다,”이런 말도 이젠 핑계거리가 되지 못한다. 내년 어디에서 계약을 하고 뛰든 초반부터 이번 시즌 이상의 활약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다면 바로 웨이버 공시되고 방출될 수도 있다. 더 이상 5점대 방어율은 허용되지 않는다. 야구는 비즈니스니까.

박찬호가 내년에 어떻게 던지든 간에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가 호투하면 응원해 주고 부진하면 다시 잘 던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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