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4천만 시대
제가 휴대전화를 처음 사용했을 때가 1996년이었습니다. 기자생활 하면서 처음에는 호출기만 사용했습니다. 당시 단말기 가격이 백만 원을 넘었죠. 일반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습니다. 휴대전화 없이 기자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호출이 오면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를 찾아 빨리 회사로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보고 시간이 늦으면 선배한테 혼쭐이 났었죠. 근데 지금 휴대전화 없는 기자가 없죠. 기자뿐만 아니라 이젠 모든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4천8백만 명을 약간 넘는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런데 최근 휴대전화 이용자가 4천만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1984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22년 만에 4천만을 돌파했고, 지금 많이 사용하고 있는 CDMA 서비스가 시작된지 10년 만에 4천만을 넘은 것입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1998년에는 천만 대 시대를 넘어 ‘한 가구 한 대의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젠 휴대전화 가입율이 80%가 넘습니다. 10명 가운데 8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갓난아이와 고령자들을 제외하면,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하나씩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아 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지난 22년 동안 우리생활도 변했다
사라진 공중전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면서 우리 생활도 많이 변했습니다. 도시 곳곳에 있던 공중전화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지하철 역에서나 가끔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카드 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중전화용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편의점에서도 이젠 전화카드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공중전화가 없다 보니, 10원짜리 동전과 50원짜리 동전의 용도도 크게 줄었습니다.
“지금 몇시입니까?”
줄어든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 항상 있던 시계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손목시계, 알람시계 등이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느 시계보다 정확하고, 정확한 시간에 울리는 알람, 스톱워치 기능 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휴대전화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을 잘 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업무 중에도 식사 중에도 우리는 항상 휴대전화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의 경우 휴대전화를 껴안고 잡니다.
명함 교환도 휴대전화로
일부 직장인들은 종이 명함을 크게 줄였다고 합니다. 휴대전화의 적외선 포트를 이용해 명함을 주고 받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습관까지
휴대전화 때문에 없던 습관도 생겼습니다. 상대방과 통화할 때 “여보세요”가 아니라 “어디야?” 또는 “웬일이냐?” 등을 시작합니다. 발신자의 번호가 휴대전화에 나타나기 때문에 통화를 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사이에 엄지족이 늘었습니다.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음성 통화보다는 문자를 주고 받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1분에 300타를 치는 학생도 나타났습니다. 손가락이 보지 않을 정도입니다. 결국 휴대전화 단말기의 버튼이 가장 많이 문제가 생깁니다. 수리를 받는 휴대전화 가운데 40%가 버튼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바람에 손과 팔에 근육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미국에서는 이를 직업병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진동 기능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전화는 울리지도 않았는데, 진동을 느끼는 듯한 경우도 생겼습니다.또 생일축하 카드나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을 모두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종이 카드를 주고 받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간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종이 카드를 쓰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앞으로는 휴대전화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TV방송까지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인터넷 서핑도 가능합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집안을 감시할 수 있고 자녀들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HSDPA가 활성화 되면 더욱 많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 생활은 더욱 편리해집니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 가명 개통폰, 불법 보조금,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최근 휴대전화 단말기를 보면 과거와 달리 매우 얇아졌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기능은 더욱 많아지고 두께는 더욱 얇아질 것입니다. 기능이 많아지는 만큼 우리 생활도 많이 변할 것입니다.
SBS뉴스 김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