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지은언니를 만나고 집에 들어오는 길 이였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였고 한 9시 30분 쯤? 하지만 거리에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평일에는 차도 움직이기 힘들고 거리 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북적 거리고 힘들 정도 이지만, 주말에는 가끔 보이는 사람 이라고는 술이 떡이 됀 아저씨 몇 명 뿐인 여의도 이다
애들이랑 문자 하면서 혼자 킥킥 대면서 상가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어떤 남학생 하나, 배낭 든 거인처럼 큰 아저씨, 그리고 옆만 지나가도 술 냄새가 펄펄 풍기는 조금 늙으신 중년 아저씨
이렇게 세 사람이랑 같이 길을 걷게 됬다
근데 왠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뭐랄까 무슨 미행 당하는 느낌 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아무튼 뭔가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요즘 세상이 위험하다, 위험하다 하니 내가 민감한가 싶기는 했지만
그래, 정말로 위험한 세상이니깐 그냥 내가 피하지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X동 이 우리 집인데 일부러 Y동 으로 들어가서
경비아저씨께 친한척 하면서 인사를 드리고 엘레베이터를 눌렀다
(X동 이랑 Y동 은 동은 달라도 다 이어져 있는 복도식 아파트임)
그런데 역시나 그 더럽던 기분이 괜한 탓은 아니였던지
그 세 남자가 모두 나랑 같은 엘레베이터 를 타는 것 이였다
(우연 치고는 너무 #$@#$ 해서 오싹 해졌다)
그리고 그 배낭 든 키 큰 아저씨는 아내분 이랑 통화를 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갑자기
"여보 나 집에 거의 다 왔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께" 라면서
전화까지 끊으시더라는...
물론 혼자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내 착각일꺼야 내 착각일꺼야 다들 이 아파트 사는 사람들 일꺼야"
라고 되새겼는데 너무 무섭고 이상한 기분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는 맨 끝에 층을 살아서 버튼을 누르고
그 남학생은 6층 이였는지 5층을 눌렀다
근데 배낭 든 큰 아저씨랑 술 취하신 분은 버튼을 안 누르는 거 였다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고 너무 무서웠다
남학생이 끝까지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 했는데
홀라당 내려 버리는 것 이였다!
혼자 안절부절 해 하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은 끝 까지 층수를 누르지 않고 있었다
내가 평생 탄 엘레베이터 중 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무섭고 두근 거렸다
그런데 내 무서운 예감을 적중 시키기라도 하듯이 계속 그 술냄새가 진동하는 술 취한 아저씨가 나를 쳐다봤다
이건 내 느낌이 아니라 정말 계속 쳐다봤다!!!
술에 취하셔서 시야가 흐릿 하셔서 쳐다보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그순간
배낭 든 아저씨가 술 취한 아저씨 한테
"죄송하지만 몇 층 가시나요?" 라고 말 하셨다
그랬더니 술 취한 아저씨가 가만히 나만 보고 계시는 거 였다
다시 배낭 아저씨가 술 취한 아저씨 한테
"술이 많이 되신 것 같은데 제가 대신 버튼 눌러 드리겠습니다. 몇 층 사시나요?" 라고 말 하니깐 그 술 취한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는 그 상태 그대로 아무 버튼이나 띡 누르는 거...
(아마 10층 을 누르신 걸로 기억함)
너무 무서웠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그 술 취한 아저씨가 처음에는 10층에 왔는대도 안내리시니깐 배낭 아저씨 께서 그 아저씨가 내리실 때 까지 엘레베이터를 잡고 계시고
그 술 취한 아저씨가 내려서 엘레베이터를 돌아 보시자
배낭 아저씨께서 그 큰 몸으로 엘레베이터 문 앞을 떡 가로막고
안에 있는 내가 안보이게 해주셨다
그리고는 문이 닫기고 엘레베이터가 올라갈 때 까지 그렇게 서 계셔주셨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 졸이며 올라갔다
정말 그 배낭 든 아저씨께 상황상 감사한다고 말씀 드리지 못한게 죄송스럽고 다시 뵙게 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정말 감사 드린다고
유학생활 하면서 뉴스에서 세상이 무섭다, 살인 사건, 유괴, 강간 이니 뭐니 이런저런 섬뜻한 얘기들 들려올 때 마다 그저 남의 일 이려니 생각 했는데
괜한 분 나쁜 사람으로 몰고가는 것 일 수도 있지만 혹시 아주 운이 나빴다면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몇 시간이나 지난 지금도 아직 무섭다
누구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 여자 탓 이라고, 누구는 그런 짓 하는 사람이 나쁜 놈 이라고 하지만 여자가 아무리 바르게 하고 다녀도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였는데...
세상이 정말 무섭다는 거 다시 세삼 느꼈다
아무튼 다시 한번 배낭 아저씨께 감사 감사 드려요
착각 아니냐, 이쁘냐 하시는 분들 리플 봤어요
저는 저 이쁘다는 말을 하려고 쓴 글도 아니고 전 제가 이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물론 제가 너무 민감하게 군 것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만큼 세상이 위험하고 나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조심하려한 것 뿐 이구요ㅎㅎㅎ...
그리고 요즘 일어나는 범죄들은 성별 나이 외모 상관 없이 일어날 뿐 더러
이유없는 범죄도 많기 때문에
단지 제 느낌으로 배낭 든 아저씨께서 걱정이 돼서 따라와주신 것 같아서
그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쓴 글 이에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