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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수단이지 목적 아니다”

이칠화 |2006.12.05 16:57
조회 82 |추천 1
“한미FTA, 수단이지 목적 아니다”

[한미FTA 신국민보고서]③ 혁신자원 수입 통해 내부 개혁 효과 -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시욱 연구위원

한·미 FTA에 대한 최근 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논의 자체가 지나치게 정치화되면서 찬반 양론의 이분론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엄밀한 경제논리와 실증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FTA의 득실을 차분히 평가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소위 ‘졸속추진’이라는 추진체계 상의 문제가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나, 기실 그 근저에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개방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FTA를 포함한 제반 개방정책은 수혜를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을 발생시키고 광범위한 경제적 이득이 창출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의 위험성도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신념이나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풀리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과대 포장하여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의 저하, 고용 없는 성장 등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정책적 수단의 일환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 FTA 체결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피해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보상 및 지원체계를 수립하고 개방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1.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와 한·미 FTA

우선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자.
과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던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그림 1>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하락현상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점은 노동, 자본 등 요소축적 뿐만 아니라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도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 그림 1>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연평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3%와 1.3%로서 전체 GDP 성장률에 대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기여분이 28.1%와 22.0% 수준에 달하였던 반면, 2000~03년 기간 중에는 총요소생산성 증가가 0.5%에 그쳐 전체 GDP 성장률인 4.1% 중 생산성 기여분이 11.5%에 불과하였다.
생산성 제고가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최근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급격한 둔화는 우리경제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라 하겠다. 

한편, 우리 경제는 1988년을 정점으로 최근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1988년 총고용의 29.4%를 차지하던 제조업이 2003년에는 19.1%까지 하락하였다. 특히 섬유,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고용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서비스업에서의 양질의 고용창출 필요성이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중국 등 BRICs 국가들의 부상과 이에 따른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격화가 이어짐에 따라 국내생산기반에 바탕을 둔 공산품 수출위주의 기존 경제성장 전략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IT 산업의 비약적 발전, 노동집약적 저기술 제품 수출에서의 비중 감소 등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 변화 속도가 매우 급진적이어서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국내외 경제여건의 빠른 변화를 고려해 볼 때, 대내적으로 경제성장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의 향상을 기할 수 있는 성장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고 평가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생산성 및 인적자본의 제고에 향후 정책적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이론에서는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주요 요소로 기술혁신 및 경제 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혁신 및 우리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일차적인 방식은 내부의 제도 개선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자체적인 혁신능력의 배양에 있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자본과 노동의 집중 투입에 의한 이른바 '요소투입형' 경제의 한계를 경험한 우리나라는 기술혁신이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는 인식 하에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제도 개혁과 연구개발 투자 확충에 힘써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제도 개혁의 성과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기술혁신 및 우리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보다 효과적인 경로로 실증분석에서는 교역이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을 통해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지식이란 그 특성상 비경합적(non-rival)인 동시에 배제성(excludability)의 정도가 낮다. 생산성 향상에 있어 내부적인 자원 이상으로 외부 자원의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실증분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Coe & Helpman (1995)은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에서 R&D 투자가 많은 상대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면 될수록 총요소생산성이 높고, 특히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OECD 국가들의 경우 내부의 연구개발 투자 보다 교역으로 창출된 해외로부터의 R&D 파급효과가 생산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건대, 한·미 FTA와 같은 능동적인 대선진국 개방전략의 채택을 통해 해외의 글로벌 스탠다드와 혁신자원을 흡수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혁의 추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아닐까 한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계기로서 급속한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겠다. 


2. 한·미 FTA와 세계화를 보는 시각

주제를 바꾸어서 최근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을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도록 하자. 세간에서는 이분론적 구도 하에 한・미 FTA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실제로 반대론 내에도 상이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바, 필자는 찬성론과 반대론에 더하여 신중론을 추가하여야 한다고 본다.(참조)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FTA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확산시키는 구체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며 한·미 FTA를 포함한 제반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에 있어 세계화는 1970년대에 나타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한 자본가들의 전략적 일환으로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선진국들에 의해 의식적으로 주도된 결과이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를 가장 신자유주의인 FTA로 규정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 한・미 FTA 자체가 신자유주의이자 세계화인 셈이다.

이러한 인식은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반세계론자들은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규정한 세계화에 관련되어 주장되는 제반 병리적 현상의 모든 시발점이 한·미 FTA인 양 확대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 및 의료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한・미 FTA 협상의 논의 내용에서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반대진영은 “한·미 FTA의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특히 에너지, 교육, 의료, 문화 등에 집중되어 있다“ 등의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래서야 과연 찬반 양진영 간의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협상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찬반 양진영간 접근방식의 대폭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를 포함하여 한·미 FTA를 찬성하는 측은 개방화 시대에서의 소득격차 완화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및 비전 제시가 미흡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방안 수립에 힘써야 한다. 반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은 한·미 FTA를 세계화와 동일시하여 한·미 FTA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슈까지 논쟁의 대상으로 확대 재생산시켜 초점을 흐리는 접근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3. 한·미 FTA관련 논의의 평가

최근 한·미 FTA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은 사안으로는 한·미 FTA의 기대효과와 국가별 FTA의 우선순위 문제, FTA와 양극화의 관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FTA의 수출창출 효과는 관세율 조정을 통한 수출품의 가격하락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기업의 생산성 증가 등으로 연결된다.
첫째, 일각에서는 미국의 현행 평균 유효관세율은 1.5%로 우리나라의 7.2%의 약 1/5 수준이므로 한·미 FTA를 통한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증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채 수입만 크게 늘어 전체적으로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필자는 지금과 같이 CGE 모형 추정치를 통한 단기적인 관세율 효과 위주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가 적다고 평가하는 논의 방향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 CGE 모형은 경제주체를 소비자와 생산자로 구분하고 이들 개별주체의 최적화 행위를 통해 국민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경제모형이다.

과거 NAFTA 체결 당시 미국의 관세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나 캐나다의 대미수출이 NAFTA 체결 이후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결국 FTA의 수출창출 효과가 관세율의 조정을 통한 수출품의 가격하락에 머무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 상승, 개방 및 경쟁촉진을 통한 국내기업의 생산성 증가 등이 이러한 수출증대의 주요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 경쟁력 있는 자본재의 접근용이, 기술의 학습효과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효과에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미 FTA 효과 추정치에 따르면, 관세율 하락을 통한 순가격효과만을 고려할 경우에는 실질 GDP가 0.42%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1% 수준의 생산성 효과까지 추가할 경우 이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7.75% 수준의 GDP 증가효과가 있다고 추정된다.

둘째, CGE 추정 결과를 근거로 대개도국 FTA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소위 FTA 우선순위(sequencing) 문제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서 대선진국 FTA를 통한 기술학습효과를 간과하고 있는 점, 선진국과의 교역은 주로 상호 보완성이 높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주류라는 점, 그리고 특히 범세계적 FTA 확산 추세에서 볼 때 개별 FTA 간 시계가 짧다는 점 등을 고려 할 때 우선순위 자체는 커다란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소득 양극화의 주원인은 IT 등과 같이 전문직 인력의 수요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기술 및 산업구조가 변화한 데 기인한 것이지 FTA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최근 소득 양극화와 관련해서 멕시코의 사례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기존 연구결과(Esquivel & Rodriguez-Lopez, 2003 등)에 따르면, 멕시코의 소득 양극화 현상은 NAFTA 체결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었고 NAFTA 체결 자체가 임금격차 확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양극화 문제도 중국의 부상, 세계화 진전, 기술변화 등 대외적 요인과 대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 대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외환 위기 이후 이미 급진전 상태이다. 향후 IT산업 등 전문직 위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어 가면 갈수록 전문직과 비전문직간 소득의 상대적인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한 고령화시대의 진전과 복지지출의 증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수요는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미 FTA 등을 통한 적극적인 개방정책의 추진과 이를 통한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및 소득 창출로 정부지출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양극화 완화 등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 하겠다.

향후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과의 FTA 추진도 예상되는 바 한·미 FTA를 개방화 시대에 있어서의 양극화 해소방안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제도개혁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가 우리나라를 해외 투기자본의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은 선진국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국제 자본시장 통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투기적 해외자본의 국내 유입과 이에 따른 국내기업의 경영권 위협, 과도한 배당 요구, 투자 부진 등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투기적 성격이 강한 자본 유입의 경계인 바, 해외자본과 국내자본에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해외자본의 유입이 가져오는 안정적인 해외자금의 유입, 국내산출량 증가, 선진기업의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 이전 등의 다양한 순기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편적인 사례만을 가지고 모든 외국 자본의 진출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4. 결론

최근 한·미 FTA에 대한 논쟁은 그 과정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엄밀한 경제논리와 실증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FTA의 득실을 차분히 평가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미 FTA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가운데, 최근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제도 개혁과 동반한 지속적인 개방정책의 추진은 우리나라 경제의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인 바, 개인적인 신념이나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논의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계기로서 급속한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미 FTA의 기대효과는 FTA 체결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이에 동반한 국내의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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