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까 책을 팔라는 여자아이와 정 읽고 싶으면 빌려서 읽으라는 사서, 결국 여자아이는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그 여자아이가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책 『눈의 여왕』
여자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소년이 왜 그 책을 갖고
싶어하냐고 묻는다. 여자아이는 6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항상 읽어주시던 책인데, 홧김에 찢어버렸다가 다시
보고파서 사려고 했더니 이미 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여자아이에게서 연락이 온다. 눈의 여왕이 살고 있는
라플란드로 가고 싶은데, 자신은 너무 어려서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활주로로 달려 나간다.
비행기를 태워 주겠다고 간신히 설득한 소년은 대신
놀이공원에서 비행기를 태워준다.
헌책방에서 『눈의 여왕』을 찾은 소년은 여자아이에게
놀이공원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친한 친구가
죽는 바람에 그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눈의 여왕처럼 차가웠던 아이, 라플란드로 가면 돌아가신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 눈의 여왕이 외로워서
카이를 데려갔다고 생각한 아이, 그 아이 또한 외로운 아이였다.
어느 날 못된 악마가 거울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흉측하게 보이는 거울이었지요.
악마는 그 거울을 들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신과 천사들을 놀려 주려고요.
하지만 하늘이 가까워지자, 거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만 악마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산산조각 난 거울은 먼지처럼 떠다니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차갑고 잔인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어느 작은 도시에 카이와 게르다가 살았습니다.
둘은 오누이처럼 사이좋은 친구였지요.
두 아이의 다락방은 서로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 창문 앞에 장미 화분을 갖다 놓아
멋진 장미 정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장미 정원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함께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장미꽃 피고 지네.
아기 예수 보이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할머니가 카이와 게르다에게 말했습니다.
"저 눈 가운데 가장 큰 게 눈의 여왕이야. 한밤중이면
도시를 날아다니면서 집 안을 들여다본단다.
그러면 창문에 얼음 꽃이 피는 거야."
"눈의 여왕이 집으로 들어올 수도 있나요?" 게르다가 물었어요.
"들어오기만 해 봐. 내가 난로에 녹여 버릴 테야!" 카이가
큰소리를 쳤지요.
그날 저녁 카이가 창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지더니, 곱고 하얀 옷을 입은
여자로 변하는 거예요. 바로 눈의 여왕이었어요!
눈부시게 반짝이는 눈의 여왕은 아름다웠지만 차가워
보였습니다.눈의 여왕이 카이에게 손짓을 하자,
마치 커다란 새가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해 여름, 카이와 게르다가 장미 정원에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야!" 갑자기 카이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뭐가 눈을 찔렀어! 가슴도!"
그건 바로 악마의 거울 조각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카이는 얼음처러 차가운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장미는 벌레 먹었잖아!" 그러면서 장미를 꺽어 버렸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해 주는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흉내 내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카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게르다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시 겨울이 되었습니다.
카이는 광장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고 놀았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커다랗고 하얀 썰매가 나타났어요.
거기에는 하얀 털옷을 입고 하얀 털모자를 쓴 사람이
앉아 있었지요.카이는 자기 썰매를 그 큰 썰매에 묶었습니다.
썰매 두 대는 거리를 지나고 성문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바람처럼 달려갔습니다.
카이는 무서워졌습니다.
묶었던 줄을 풀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기도문을 외우려고 해도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어요.
"도와주세요! 살려 줘요!"
하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썰매가 멎고, 큰 썰매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렸습니다.
눈부시게 하얗고 아름다운 모습, 바로 눈의 여왕이었어요.
"왜 그렇게 떨고 있니? 자, 이 안으로 들어오렴."
눈의 여왕은 카이를 옆에 앉히고 털옷으로 감싸 주었습니다.
카이는 마치 눈더미에 파묻힌 기분이었어요.
눈의 여왕이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처음에는 얼어붙을 듯 춥더니, 곧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여왕이 다시 입을 맞추자 카이는 게르다도, 할머니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여왕이 끄는 썰매는 곧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발밑으로 거친 바람이 윙윙거리고 늑대가 울부짖었습니다.
카이는 눈의 여왕의 성으로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