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헬렌 클라크 총리와 함께, -제2회 뉴질랜드 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11월31일 저녁7시 5분 비행기를 인천에서 탔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내린 건 12월1일 아침 10시 30분. 오클랜드는 우리 나라보다 시간이 4시간 먼저 갑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12월2일 12시15분에 탔지요. 인천공항에 내리니 8시 30분. 공항에서 짐 찾고 나오니 9시 30분이 거의 다 되더라구요.
뉴질랜드에 머문 시간은 그러니까 약 26시간. 잠잔 시간 5시간을 거기서 빼면... 아주 짧은 방문이었지요.
제2회 한국영화제가 오클랜드에서 개막했습니다. 와타커리라고 오클랜드 바로 옆 도시에서 주최를 하는 이 영화제는, 크리스트처치라는 도시와 수도 웰링턴에서 순회로 열립니다. 영화제는 피터 잭슨의 친구인 변호사 마이클 스티븐스, 와타커리 시의원 리처드 덩컨, 이곳의 한인 변호사 멜리사 리 등이 주도하는 코리아 시네라마 파운데이션이라는 재단이 주관합니다. 주한뉴질랜드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테일러 외무성 관계자도 적극 후원을 하고요. 이 자원봉사자들의 열성 덕이겠지만,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가 개막식에 축사를 하러 왔습니다. 1999년부터 3선 총리를 지내고 있는 힘 센 여성이지요.
꽃다발을 전해 준 코리언 키위(뉴질랜드인을 수상은 '키위'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들은 뉴질랜드 2세 코리언.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뉴질랜드인이다.)
와타커리, 다시 말해 오클랜드 지역 개막작은 지만, 웰링턴의 개막작은 . 은 오클랜드에서도 개막도 되기전 매진이 되어버렸구요.
인구 4백만 나라에서 한인은 공식적으로 1만5천명. 한인회 분들은 그보다 더 많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뭘 보았겠어요? 비즈니스 센터에서 메일 챙기느라고 한 시간,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아카데미가 이 지역 후반작업회사 옥토버에서 한국 영화가술진 교육을 실시했는데 마침 이날 열린 수료식 참석, 영화제 관련 교민언론 기자회견, 그리고 개막식과 저녁 식사. 이것으로도 시간이 아주 빠듯했습니다.
영화제에는 의 연생이 박은혜씨가 한국 손님으로 함께 갔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보다 더 어리고, 더 예뻤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뉴질랜드 사람들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지적인 것 같다"더군요. 뉴질랜드에 온 적 있느냐는 질문에 박은혜씨,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CF 촬영하러 왔었어요. 눈 내리는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한국에서와 달리 감자가루를 뿌려서 효과를 내는 거예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래요.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새들이 그 감자가루를 먹을 수 있고요.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뉴질랜드하면, 그 생각이 납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나라, 자연을 사랑하는 나라." 참 깜찍한 답변이었지요?(헌데,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감자가루를 한국 CF쪽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나봐요. 뉴질랜드 관계자말이, 감자가루를 한국에서 수입해왔는데, 농산물이 아니라 영화촬영용이라고 관세 당국을 설득해야했다더군요.)
영화아카데미는 한국 기술진 교육처로 처음에는 과 의 작업을 한 피터 잭슨의 파크로드포스트를 생각했어요. 헌데 파크로드포스트는 교육을 한 적이 없고, 작업을 하느라 바빠서 일정을 내기가 어렵다더군요. 대신 그곳 사람들과 리처드 덩컨 등이 오클랜드의 옥토버 디지털스튜디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사우스웨스트영화대학에서 이 스튜디오와 산학협동을 잘 하고 있으니, 대학과 대화를 하면서 일을 진행해보라는 거였지요. 하여튼 결과, 5명의 참가자들이 대만족을 표했습니다. 옥토버 쪽도 한국 '학생'들이 열의와 이해도가 높다고 만족. 이 스튜디오는 그리 크지 않지만, 건물 의 공간구성 자체가 작업 흐름과 고객들 중심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파크로드포스트와 달리, 커머셜 작업도 많이 한다는데, 어쨌듯 인구가 적은 이 나라가 창의력으로, 디지털 후반작업과 특수효과로 명성을 쌓게 된 오늘을 이곳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테일러 전 대사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영화'광'으로 소문난 분이었으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총리의 '성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부장관을 겸임하고 있습니다만, 총리는 한국과 뉴질랜드가 준비하고 있는 5편의 공동제작 작품들이 성공하기 바란다, 영화를 통해 두 나라가 서로를 잘 이해하게되기 바란다고 말하며 영화에 관한 특별한 관심을 표했습니다. 노동당이고,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 이 여성총리, 가 선정한 세계 주요여성 100명 가운데 20위를 기록했다지요, 아마.
뉴질랜드는 인구가 워낙 적어서 자국시장으로는 영화를 발전시키기 어려워 일찍부터 할리우드 등과 공동제작을 해왔는데, 피터 잭슨같은 천재가 있어서 일이 더 수월해졌지요. 디지털 특수효과 실력을 과 등으로 과시했습니다. 이 기반을 공동제작을 통해 십분 활용하자는 것이 뉴질랜드의 전략 되겠습니다. 한국과 공동제작협정 맺기 위해 준비하다가, 2년 쯤 중단된 상태로 있는데, 아마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질랜드가 바라는 협정은 자기네 산업과 정부조직에 걸맞는, 텔레비전과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아우르는 공동제작입니다. 우리나라는 셋이 각각 분리되어 있고요. 그래서 과정이 조금 복잡합니다.
어쨌든(다시 어쨌든이로군요), 나는 여성이라서,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 이 나라 가면 직접 물어보리라 생각했습니다. 헌데, 뉴질랜더들은 그 역사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들 하고 있더군요. 여자가 워낙 강해서 그런가 봐요, 하고 웃더라구요. 보세요, 총독도 여자지요, 총리도 여자지요, 뉴질랜드에서 가장 힘있는 기업(이름 기억 못함)의 대표도 여자지요,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아주 강하거든요, 라면서.
"마오리들의 경제적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그러나 어떤 부족들은 상황을 잘 이용해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토지의 소유권 보상을 받아서, 그 돈으로 교육환경과 문화적 여건, 경제적 여건 등을 개선한 겁니다. (부족 이름을 들었는데, 기록을 못했습니다. 그냥 대화하다 나온 얘기라서.) 소유권 관련; 영국인들이 마오리들에게 토지이용에 관한 서류를 내놓고 서명을 받았다지요. 영국인들은 토지소유권을 자기들이 이전받았다고 주장해왔지만, 마오리들은 땅을 어떻게 넘기느냐, 빌려주었을 뿐이다 라고 또 주장했다는군요.(그런 마오리들이 땅을 찾았다는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접한 바 있습니다.) 땅을 되찾은 부족도 있지만, 아직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마오리들은 대부분 마오리 거주지역에서 살지만, 그곳은 미국의 집단수용소(인디언 레저베이션)와 다릅니다. 와타커리와 오클랜드에도 그런 지역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마오리들이 도시로 나와 빈민을 형성하기도 해서, 마오리 지역의 개발이 주요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이 그들이 살던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래서 친환경개발을 기본정신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와타커리가 얼마전 세계 최고의 환경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공항 근처 작은 화산(분화구만 남은) 지역을 가리키면서 리처드 덩컨은 저곳이 마오리 마을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을을 계단식으로 조성하고, 마을 앞에는 참호를 파놓았는데,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지혜의 소산이었답니다. 적이 침공해서 후퇴할 경우, 한계단 더 올라가고, 또 한계단 올라가는 식의 방어전략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답니다. 참호는 없어졌다나요.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마오리로부터 배운 참호를 전선에서 활용했다고 그는 부연설명했습니다.
이 마오리들이 영화제 개막식을 열었습니다. 제문이거나, 축문처럼 들리는 긴 인사를 마오리 식으로, 마오리 대표가 읊는 것으로 개막식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자의 설명, 가장 먼저 이곳에 살기 시작한 주인이 식을 여는 것이 이 주인들의 전통이랍니다.
두번째 마오리 인사는 노래를 청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잠잠해져 오면..."으로 시작되던 연가. 뿌칼리칼리아나, 움 와아야 와이아푸...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노래는 마오리의 연가입니다. 뉴질랜드 백인들은 당연히 이 노래를 잘 압니다. 마오리어가 영어와 함께 공식언어라서 그들은 노래가사를 모두 압니다. 한국 손님과 교민들도 마오리어를 모르더라도 이 노래를 잘 압니다. 지휘자 없이도 화음은 아름다웠습다.
그리고 붉은 꽃을 달고 있는, 크리스마스에 그 꽃 만개한다는 부흐칼리아(정확한가?)와 이 곳에 무성했다는, 지금은 오클랜드 북부에 가야만 숲이 남아 있다는, 영국인들이 배의 돛대로 활용하기 위해 거의 베어냈다는, 단단하고 곧게 높이 자란다는 카오리 나무, 그들의 이름을 여기 적어둡니다. 시간 지나면 곧 잊을 우려가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