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사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몇 안되는 브랜드 중의 하나가 바로 Gretsch 입니다. 21세기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는 지금도 확고한 자신만의 사운드와 고집을 지켜가고 있죠.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레치의 설립자는 독일인이었던 Friedrich Gretsch 입니다. 그는 1856년 독일에서 태어나 16세 되던 해에 그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죠. 그의 아버지는 이미 독일에서 밴조(banjo)와 드럼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습니다.
1883년 프리드리히 그레치는 뉴욕의 브루클린에 밴조, 템버린, 드럼 등을 만드는 공장을 세우게 되는데 이게 바로 그레치 기타의 시초입니다.
같은 미국대륙의 동부에서 시작한 Gibson과 Gretsch의 닮은점을 보면서 역시 악기는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군요. 혁신보다는 전통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것 역시 비슷한 지역에서 발전해 온 두 브랜드의 공통점이고, 이 점이 미대륙 서부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펜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겠죠.
설립자인 프리드리히 그레치는 1895년 모국인 독일을 여행하던 중 서른 아홉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가업을 이어가는 독일인의 방식대로 그의 장남 Fred Gretsch Sr.가 사업을 물려받게 되는데 15세의 이 당찬 소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업에서 재능을 발휘해 20년 후 그레치 사를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10충짜리 건물로 옮겨가게 되죠.
그 후에도 그레치 사는 대를 잇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해갑니다. 이후 그레치의 역사는 미국 현대사와 맞물려 대공황과 세계대전 등의 고비를 넘어 현재에까지 내려오고 있죠.
지금도 그레치의 홈페이지에 가면 창립자인 프리드리히 그레치의 손자인 Richard Gretsch Sr.의 92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의 가족사진이 걸려있습니다.
그레치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걸쳐 일렉트릭 할로우바디 기타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는데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Mr. Guitar라고 일컬어지는 Chet Atkins 입니다.
디자인 및 개발에 관한 모든 최종 결정은 쳇 앳킨스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레치에서는 수많은 샘플제작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그가 만족해하는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쳇 앳킨스는 단순히 시그너처 모델을 받아서 사용하는 엔도서(endorsor) 차원을 넘어 기타의 개발 및 디자인에 전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회사의 경영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할로우바디 일렉트릭 기타가 그레치의 주력 모델이 된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그레치하면 할로우바디 모델이 가장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음악적 재능과 그에 걸맞는 인기, 레코드 판매량, TV출연으로 인한 광고효과, 게다가 스스로 기타의 회로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실험하기를 즐겼던 쳇 앳킨스야말로 이러한 역할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1964년 2월 9일은 비틀즈와 그들의 팬들 못지 않게 그레치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조지 해리슨이 에드 설리반(Ed Sullivan) 쇼에 그레치를 들고 출연하면서 그레치는 폭발적인 주문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이로서 재즈/컨트리 음악 뿐만 아니라 락큰롤/팝 음악 시장에서도 그레치의 사운드가 울려퍼지게 되죠.
조지 해리슨은 Country Gentleman을 자주 들고 나왔는데 그레치에서는 당시 기타 회사로서는 엄청난 양인 하루에 100대라는 생산량으로 공장을 풀가동하면서도 주문량에 약 1년의 시차로 뒤처지게 되는 해프닝이 생기게 됩니다
그레치의 디자인 컨셉을 대변하는 모델 중의 하나인 화이트 팰콘(White Falcon) 입니다. 현재 그레치의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 지금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모델이죠.
원래는 정규 생산라인이 아닌, 시카고에서 열린 악기쇼에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실험적인 기타였습니다. 1941년부터 그레치에서 일해온 Bill Hagner에 의하면, 전부 흰색으로 칠하고 금장 하드웨어를 사용해서 전시장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미래의 기타'라는 제목을 붙여서 전시했다고 하는군요. 홍보는 큰 효과를 거두어 1950년대 중반부터는 정규 생산라인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활동중인 기타리스트 중에 그레치 사운드로 가장 유명한 브라이언 세처(Brian Setzer)와 그의 가장 최근 모델인 Hot Rod의 사진입니다.
컨트리, 락, 스윙, 재즈, 비밥, 라커빌리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예전의 Stray Cats, 현재의 Brian Setzer Orchestra를 이끄는 브라이언 세처를 위해 그레치에서 6120(Country Gentleman으로 알려졌죠) 모델을 바탕으로 커스텀 페인팅한 가장 최근의 작품이죠.
Guitar Player 10월호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세처의 문신...멋집니다. 그리는데 40시간 이상이 걸렸고 아직도 칠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군요.
얘기가 잠깐 옆길로 샜지만 어찌됐건 Gretsch라는 이름은 락큰롤이 등장하기 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락큰롤이 존재하는 한 그와 함께 남아있을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러한 전통의 고수야말로 그레치와 같은 브랜드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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