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벨라 (Isabella, 2006)
감독 : 팡호청
음악 : 피터 캄
출연 : 두문택, 이사벨라 룽
너를 보면... 내 첫사랑이 떠올라!
반환을 눈앞에 둔 1999년 찌는듯한 여름의 마카오에서 우연처럼 만난 두 남녀.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경찰 싱. 매일밤 이어지는 원나잇스탠그만이 유일한 소일거리인 그는 어느날 ‘첫사랑’과 눈이 닮은 소녀를 만난다. 싱은 늘 반복되는 하룻밤 사랑의 상대일 줄만 알았지만 소녀 얀은 싱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주장한다. 싱은 얀을 내치지만 얀은 밀린 집세와 잃어버린 개 ‘이사벨라’를 핑계로 싱에게 자꾸 찾아온다. 이사벨라는 싱이 버리고 도망친 옛 사랑의 이름이기도 했다.
결국 싱과 얀은 부녀인지, 연인인지 모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데...
우연이 만난 낯선 영화 한편이 이젠 보석 같은 영화가 되었다.
지난 여름 부천국제 영화제에서 다양한 호러 영화에 빠져 즐거움에 비명을 지르던 그때,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포스터가 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Is she a one-nighter or is she his daughter?
어찌 보면 자극적인, 카피에 끌려서... 환타지 멜로 정도로 생각하고 뒤늦게 현매를 통해서 보게 된 영화...
그러나 영화의 엔딩으로 치닫는 그 즈음에, 난 주체할 수 없는 행복한 감정에 사로 잡혔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이사벨라’는 사랑의 상처와 그리움, 그리고 소통을 그린 영화다.
뭐든지 제멋대로인 경찰과 거리를 방황하던 소녀가 서로를 차츰 이해하며 보듬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는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데,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화려하면서도 흐릿한 영상이 춤추 듯 서 있는 두 주인공의 내면은 물론 혼돈의 마카오를 잘 잡아낸다. 유려한 카메라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적절한 긴장감과 잔잔한 영상미를 보여 준다.
특히 그린톤의 화면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괴리된 순수함을 보여 주는 듯 하다. 싱과 얀이 보여주는 그 순수함은 인간적인 유머로 녹아나, 영상에 치우친 영화에서 놓치기 쉬운 따뜻한 온기까지 선사하고 있다.
흔히들 팡호청 감독을 제2의 왕가위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 사람은 영화적 지향점이 분명 다르고 설령 이사벨라만 놓고 비교해도, 스타일이 유사할진 모르나 왕가위가 과거에 대한 사랑 이야기라면, 팡호청 감독은 새로운 관계와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이다.
베를린 영화제 최고음악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말해 주듯이영화 '이사벨라'의 백미는 음악인데, 특히 포루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는 정서적 자극을 극대화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이후 오랜만에 느껴 본 가슴을 울리는 선율이었다.
이 가을, 사랑을 앓고 있거나 그런 경험이 아련한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랑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 제목인 '이사벨라'는 주인공 싱의 첫사랑 이름이며, 얀이 키우는 개의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실제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 영화속 유독 식사하는 장면이 많은데, 정서적으로 상처가 있거나 약한 사람들은 자기 본능적으로 음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폐막식, 관객과의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