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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2006.12.23 11:41
조회 29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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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인 우울함과 함께 살아가기로 한것은 절대 존재할수 없을것만같았던 지독한 이기의 자각으로 시작했다. 그것은 자책과 반성, 그리고 짙은 자기혐오의 성질을 띄고있었던 증오와의 조우로부터 비롯되었다.

  화창한 어느 여름 날이였다.

 밤과 낯의 붉은 경계사이에 떠도는 습한 공기들이 시간에 쓸려 차갑게 식어갔다. 대기를 떠도는 그것들은 한낯의 더위를 차분하게 정돈시켜가며 하루를 매듭짓고 있었다. 여름의 초저녁 냄새는 상쾌한 것이었다.

 

 다시 돌아온 집에는 의학적인 어떤 냄새와 퀘퀘한 사체의 기운이 감도는것 같았다.

 집 구석에서 풍겨져오는 희미한 죽음의 자취에 거부감이 들었다.

 재빨리 방문을 굳게 닫았다. 머릿속에 다른 것들을 불러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대상과의 단절을 시도하는것. 그 대상이 아무리 지난 오랜시간 함께해온 가족이라도 관계없었다.

 

 의사는 안락사를 원했다.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오는 그의 말투는 은빛 금속재질로 만들어진 수술대 만큼이나 차가웠다.

 유감입니다만..가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숙여진 그의 얼굴에 얼핏 비치는 덤덤한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겉으로는 안타까움에 잠겨있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점점 커지는 무신경함 에대해서는 끔찍스런 거부감이 들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돈냄새나는 좁은 공간에 예쁜간호사 언니가 넷이나 있었다.

 알고싶지도 알수도 없는 말들이 음울하게 울리는 공간에서 돌아 나오는 동물병원의 출구엔 고가의 애견용품이 즐비하게 전시되어있었다. 창문너머로 바라본 그의 입가는 느슨해져있었다.

 

나의 오빠는 눈물을 글썽인다. 이제 죽는다. 아직은 울만큼 죽음에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나는 그저 그 슬픔의 공간안에서 제외된듯 바라 보고만 있었다.

슬픔에 잠긴 우리에게 아버지는 분위기를 바꿀 다른 제안을 했다.

다른강아지. 나는 그와중에도 마음에 담아두었던 다른종의 이름을 댔다. 사실 그것은 잔인한 배려였다.

 생명에 대한 가치판단이 부족한 어린아이에게 친구같은 존재를 금전적인 방법으로 다시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은 당장의 슬픔을 무마할수있을지 모르겠지만 훗날 개념의 확립이후 얼마나 자신을 증오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새로운 약속을 상기하며 차디찬 베란다속 철창 안에서 천천히 숨을거두는 생명을 외면한체 나는 그렇게 즐거워 하고만 있었다.

 불완전한 시기의 철없음이라 단정하기엔 그 시절의 내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럽다.

 

꼬리 흔들었어..마지막으로..힘도 없으면서.. 

싸늘하게 변해버린 그것에게 손을뻗어 주저없이 어루만지는 엄마의 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나는 눈을돌려 외면하기만했다.

 내가 손을 뻗는다면 그것은 귀엽고 애교많은 강아지가 아니라 죽음이였다.

빛조차 거두어갔던 그늘진 베란다 한켠에서 죽음을 향해 사그라들었던 그것이 마침내 꺼져버렸다.

'묻어주자..'

엄마는 정이 많은사람이었다. 그래선지 우리집의 모든동물은 그녀를 가장 좋아했다.

 닫혀진 상자 틈으로 보이는 그것은 얼마전까지 귀여워하며 쓰다듬었던 것이 아니라 푸석하게 말라가는 사체일 뿐이였다. 나는 그것이 한순간 나뭇가지와 흡사하다고 느꼇다.

 

 차디찬 철장에 조그마한 링거병이 달려있었던것을 기억한다.

그것이 어디를통해 어떻게 흐르는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바늘이 비집고 들어간 살점이 딱딱하게 식을때까지 끝끝내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 순간을 상기할때마다 눈가에 떨림과 함께 묵직함이 전해져온다. 머리속을 맴도는 죄의식. 물에잠긴듯 시야가 흐려지고 굴곡으로 얼룩진다. 눈가가 뜨거웠다.

 

일부는 공기중에 흩어졌고 일부는 바닥으로 떨어져 자취를 감췄다. 일부는 뺨을타고 입가로 흘러들어왔다.

퀘퀘한 시체 냄새가 느껴졌다. 그것은 언젠가 내집 구석에 깔려있었던 죽음의 냄새와 닮아있었다. 비리고, 비참하고, 더럽고, 추한 슬픔

의 자취. 그때도 지금도 그것은 내몫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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