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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23]박물관이 살아 있다-어릴 적 상상을 눈으로 보다

이영란 |2006.12.27 17:07
조회 67 |추천 2


같이 보던 친구는 무조건 아이들 영화라고 했다. 그래 단순히 보면 그렇겠지. 반면, 난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왜?

누구나 박물관이 살아 있을 거라는, 박물관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 어린 시절이 누구나 있을 테니까.

박물관은 왠지 모르게 무서움이 존재한다. 높은 천장, 울림, 술래잡기 하기 좋은 공간들, 그다지 밝지 않은 조명, 실제 크기의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형 등.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만일 폐관 시간을 모르고 넓디넓은 박물관을 여기저기 쏘다니는 중에 사람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한 경비원이 문을 모두 잠그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잠들어버렸다고 한다면, 못다 본 전시물들을 오롯이 보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를 크리스마스 특선 어린이 영화로 치부하며 시시하게 관람한 내 친구는 속으로 괜히 봤다고 투덜댔을 것이다(겉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간 내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어야 했을 것이므로, 아마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했을 것이다). 뭐 이런 영화를 보자고 졸라댔냐고도 했겠지.

이 영화는 재미 여부를 떠나 예고편을 보고 특히 제목을 보고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릴 적 내가 상상해오던 것이었음이 희미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물관 전시물들이 살아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막연한 내 어린 상상들이었다. 30해를 넘긴 지금에야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영화의 맛 아닐까. 

박물관 소동을 목매어 기다리는 내게 이야기의 시작부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드디어 공룡이 살아나는 순간 내 호기심은 마구 살아났다. 과연 박물관에서 어떤 소동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는 내 눈과 마음을 어린아이의 그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처음 소동은 공룡. 공룡이 발을 이용해 물을 마셨다. 아쉽게도 공룡이 먹은 물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수 없었다. 옥의 티라면 티랄까. 뼈뿐인 공룡이 마신 물은 바로 뼛속으로 스며들지 않을 텐데. 여하튼 귀여운 공룡이다. 자기 옆구리 뼈를 던져주면 애교를 살살부리며 다시 받아오는 개와 같다. 개 같은 공룡.

 

변변찮은 야간경비원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 바늘만 한 독침, 비비탄 보다 작은 총알, 불똥 같은 불화살을 맞아도 끄떡없다. 인간 세상사가 다 이렇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불을 꼬매는 시침실 같은 밧줄에 묶여 기차에 치이는 장면은 너무나 앙증맞으면서도 다행스럽기 그지 없었다. 전쟁이 아무리 일어나도 죽을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싸우면 안 될까? 터질듯한 지구에 있어 처참한 전쟁은  단번에 확 먼지 털듯 인구수를 확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다. 그래서 중국이 아무리 아기를 많이 낳아도 지구는 멀쩡했다. 1999년도 무사히 넘겼다. 그래도 전쟁은 이렇게 익살스러웠으면 좋겠다.

 

내가 보는 이 영화의 명장면 중 첫번째는 래리 데일리가 아들을 위해 계속 박물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한 준비물을 사용하는 장면이다. 치밀하지 못한 나이든 전직 경비원의 충고에 따라 역사 공부를 하고 준비한 재료들은 제법이다 싶다.

열쇠를 훔쳐 래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원숭이에게는 장난감 열쇠를 주었고, 서로 영토 확장을 하겠다고 싸워대는 로마 군대 대장과 서부 개척 영웅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대신 자유를 약속했으며, 불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라이터를 주었다. 공룡을 위해서는 원격으로 운전되는 미니자동차에 갈비뼈를 묶어 즐거움을 주었고, 껌을 달라는 이스트섬의 석상에게는 풍선껌을 주었다.  

만일 내가 그라면 어떻게 작전을 짰을까 싶게 익살스런 장면이다.

또 다른 명장면은 끝까지 약을 올리는 원숭이와 래리가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이다. 작은 동물이 때린다고 똑같이 뺨을 때리는 인간이라니 정말 인간의 속좁음이란. 이런 그들을 보고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한다.

"원숭이와 자네보다 누가 더 진보했나?" "그러면 누가 더 나은 건가"

누구든 당연히 사람인 자신이라고 대답하지 않겠는가. 원숭이는 자신에게 공손함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정말 자신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느낀다면 좀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내가 상대보다 더 낫다고 느낀다면 좀더 상대를 배려하고 위할 줄 알아야 함이거늘 꼭 상처주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더 많다. 있는 놈이 더하다고 더 못됐다 싶다. 같은 종인 사람들에게 상처주려고 애쓰지 말자. 공손을 베풀면 그만큼 대접 받게 되어 있다.

세 번째는 라이터를 사용해 불을 만들어낸 네안데르탈인이 신이 나다 못해 원시인관 전시부스에 불을 내자 래리가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끈다. 바로 그 소화기에서 나온 거품에 또 신이 난 원시인 장면이다. 그렇게 신이 난 그들을 보는 자체가 그냥 즐거웠다. 저렇게 단순하게 행복하고 즐거울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영화에서는 이런 명장면들 말고 또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다. 바로 옛 코디미 스타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을 전혀 모른다고 해도 그들에게 왠지 모를 포스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관록으로 봐도 무관할 것이다.

박물관의 관장 맥피 박사와 선배 경비원 삼총사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심각함을 유지하는 캐릭터인 맥피 박사는 영국의 가장 저명한 코미디언 ‘릭키 제바이스’이며, 래리에게 일을 모두 떠넘기는 얄미운 선배 경비원들은 원로코미디언 ‘딕 반 다이크’ ‘미키 루니’ ‘빌 콥스’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더. 래리가 박물관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구직 대행사 에이전트가 바로 ‘벤 스틸러’의 어머니 ‘앤 미아라’이다. 이점을 알고 본다면 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CG에 있어 막강한 실력을 가진 할리우드가 만든 영화치곤, 오웬 윌슨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에서 어설픈 합성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최대치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실망스럽다.

 

밤이 되면 박물관 전시물들이 살아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힘이 엄청 세질 수 있는 미이라의 보물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전시물들이 살아나 확실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한 잘못된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면 고구려사나 독도 분쟁은 깨끗하게 해결될 수 있겠지? 누가 그 보물 좀 훔쳐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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