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하철 3호선 홍제역
2001년 가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 준 기억이
있는 장소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만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숙취 전혀 없는 막걸리를 팔던
인사동의 어느 지하 전통술집을
그 날 이후, 미친듯이 찾아봤었지만 결국 못 찾았듯이
만남 역시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그 날의 만남에서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는 작은 배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몇 달 후에는 별로 안 친했던 고등학교 여자 동기를
동문회 때 만났을 때, 연습삼아 아파트 단지까지 바래다 줘보기도
했었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
...
만성 솔로들의 착각 중에는
이런 착각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연애를 안해봤으니 내 사랑을 태어나서부터 고이 간직해왔고
바람둥이 같은 녀석들보다는 내 사랑이 순수할 거고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면 나는 정말 모든 걸 바쳐 사랑할거야."
그런데...
이런 생각은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착각"일 뿐인 것 같다.
모든 인간 관계가
그러하듯이
연애 역시
경험에서 축적된 습관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예로
자주 사람들 앞에서 앞장서서 뭔가를 해보려고
시도를 해봐야 리더쉽이 생기고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야
어느 집단에서 리더가 되기 쉽듯이 말이다.
외로움이 누적 된다고 해서
아껴둔 사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데미안의 "아브락사스"가
알껍질을 깨고 나와야만 비로소 비상할 수 있듯이
틀에 박힌 혼자만의 착각에서 벗어나야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