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은 참 독특한 영화다.
무협의 문법에 충실한 어떤 것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최악의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구양봉(장국영)의 내면과 우려한 영상, 편집기법에 주목한 사람에게는 큰 만족을 줄 것이다.
열사의 사막, 태양이 사시사철 내리쬐며 조금의 수분도 용납하지않는 건조한 모랫바람이 이 동사서독을 지배하는 중심 이미지이다.
그리고 구양봉은 사막과 같이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이다.
시간적 배열을 무시한 전개를 인내하고 영화의 앞뒤를 살펴보면
구양봉이라는 이 악한에게도 동정할만한 구석은 있다.
그도 한때 한 여인을 뜨겁게 사랑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으나
그 여인이 형의 아내가 되는 첫사랑의 실패를 경험하고
그 현실적,정신적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하여 절망속에서 방황하는 불쌍한 한 인간이다.
그리하여 친형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인도하고도 눈하나 꿈쩍안하고
하나뿐인 친구를 죽이기 위해 칼을 옆에 놓고 기다리고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홍칠을 타락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어찌 구양봉 뿐이었을까.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황약사도...동방불패도...심지어 홍칠까지...
그러나..설사 그것이 내일의 계란 한쪽에 불과할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홍칠은 구양봉과 분명히 틀리다.
홍칠은 구양봉보다 강한 인간이며 그에게는 미래가 있다.
자신의 상극이 북개(북쪽의 거지) 홍칠임을 예견하고
그를 타락하게 만들려는 구양봉은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양심을 버리며..세상을 향해 '판단중지'를 실행한
냉혈한 구양봉과 홍칠에게 서로를 용납할 구석은 없어보인다.
영화에서 뿐이겠는가. 우리가 겪는 세상도 희망과 절망은 교차하고 있고 한번의 실패로 넘어지는 인간이 있는 반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찾은 사람도 있다.
분노로 시작하여 동정으로 이어졌지만 최후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첫사랑에 실패한 인간, 삶의 희망을 포기한 인간의
철저하고 벗어날길 없는 비극...
동사서독은 참 괜찮은 영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