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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경 성체 조배를 하고 있는데 예비 수녀

임희중 |2007.01.02 22:32
조회 36 |추천 0

 아침 9시 30분경 성체 조배를 하고 있는데 예비 수녀 릿다가 어떤 아가씨가 와서 수도복을 빌려달라고 한다고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수도복은 빌려줄 수 없는 것이라며 그 아가씨에게 갔다.

 

 이야기를 들으니 예술 종합 학교에 11시에 실기시험이 있는데, 수도복을 빌려준다고 한 친구가 연락이 안 되어서 다급하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것인데...... 그래서 얼른 그 학생을 수녀원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옷을 찾아다가 다림질까지 부지런히 해서 빌려 주었다.

 

 옷을 아무에게나 내 줄 수 없는 것이 어디 수녀회 회칙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인 법으로 당연시되던 것이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함부로 내 줄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복은 한 사람이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 되었다는 봉헌의 표지와 청빈의 표지로 수도복을 입는 것이니 당연히 그 옷 자체가 소중하고 아무렇게나 다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시험을 잘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는데 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학생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묻지 않았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연기시험을 평온하게 볼 수 있기를, 연습한 것을 있는 그대로 잘 풀어낼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오후 2시에 그 학생이 옷을 가지고 왔다. 시험을 매우 잘 보았다며 신의 아그네스를 혼자 연습해가지고 갔는데 매우 연기를 잘 했다며 아주 만족해하였다. 또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훌륭한 배우로 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주는 연기자,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연기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 작은 일을 통해서 나는 또 하나의 개방을 체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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