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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마을 이야기 17

노원나눔의집 |2007.01.03 17:46
조회 53 |추천 0
 

열입곱번째날

창동에 있다는 인력 시장에 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났습니다. 계획대로 5일날 인력 시장에 나가서 당일 바로 현장 체험을 하려면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답사를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5시에 일어났습니다. 6시전에 일찌감치 도착하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방이 춥네요. 보일러를 보니 실내온도가 9도입니다. 밖이 아주 추운가 봅니다. 라디오를 켜니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밤새도록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던 것 같은데, 난방이 영 시원찮습니다. 집이 벽이 튼실하지 않다보니 외풍이 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전기 장판이라도 가져와야 하나. 대강 씻는데, 몸이 가늘게 떨려왔습니다. 나름대로 인부 복장을 갖춘다고 트레이닝 바지에다가 위에는 외투를 입었습니다. 집을 나섰습니다. 밖은 아직 깜깜합니다. 골목길 끝가지 나왔다가 180도 뒤로 돌아왔습니다. 바보 같으니라고. 발에는 구두를 신었기 때문입니다. 습관은 무섭습니다. 운동화로 갈아신고 집을 나섭니다. 골목길 오른쪽 동산 위로 보름달이 낮게 떴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당고개역에 도착하니 5시 15분. 매표소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그 앞으로 예닐곱의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습니다. 교통카드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놀랍게도 그 시간이 되도록 첫차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을 김예자 할머니가 보입니다. 인사했습니다. “버스 타고 갈 걸”하고 말씀하십니다. 청량리로 일보러 나간다고 하십니다. 눈치가 나를 기억 못하시는 듯 합니다. 아닌가, 내가 다른 분을 착각하신 건가. 5시 25분 첫차가 드디어 도착합니다. 5분 동안 뜸을 들이던 열차는 30분에 출발합니다.

당고개발 4호선 첫차 중에 우리 객차에는 14명이 타있습니다. 노약자석에 어르신이 4분 앉아서 말을 주고 받고, 그 옆으로는 60대쯤 되어보이는 노부부가 마스크를 하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40대의 단단한 몸집의 아저씨가 앉아있습니다. 운동화를 신은 것이 노동일을 나가는 듯 합니다. 그리고 내 왼쪽으로는 수험생인 듯한 학생 한명이 책을 보고 있고, 그 맞은 편에 40대 아주머니가 숄을 두르고 단정하게 앉아있습니다. 그 대각선 옆으로 노란 파카를 입은 역시 40대 아주머니가 성경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60대쯤 되보이는, 구두 신은 어른신과 등산화 신은 40대, 구두 신은 30대가 보입니다. 열차가 상계에 서자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창동에 내려 사람들에게 길을 묻습니다. 의외로 인력 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침내 길을 아는 사람을 만납니다. “나를 따라와” 김용재(60)씨입니다. 김씨는 집이 우면동 임대아파트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삽니다. 집에는 1주일에 한번만 갑니다. 평일에는 창동역 근처 찜질방에서 잡니다. 두 아들이 있는데, 한명은 통일전망대 양식부에서 일하고, 또 한명은 샤시일을 합니다.

김씨를 따라 건물 한 곳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립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좁은 복도에 늘어선 30여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두 오늘 하루 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복도에서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인력회사의 ㅇ 사장의 목소리입니다. 그렇게 삼상오오 이름이 불린 인부들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십장을 따라 작업장으로 떠납니다. 엘리베이터로 사람은 계속 들어오고, 계속 나갑니다.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거기도 약 30여명의 남자들이 창구를 바라봅니다. 은행 창구와 비슷하게 생긴 유리벽 너머에는 이 사장과 두 명의 직원이 부산하게 일을 나누고 있습니다. 유리 창구에 적힌 문구가 살벌합니다. “질서유지를 위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임” 그러고보니, 이 사장과 세 명의 직원 모두 미국 공군 점퍼를 입고 있습니다. 거의 전투태세입니다. 이 사장은 나중에 “바닥까지 간 사람들이 오는 곳인데,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합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벽에 적힌 이런 저런 문구들을 적는데, 바로 반말이 날라옵니다. 직원인양 아무개 과장입니다. “당신 누구야, 거기서 뭘 적어?” 창구로 가서 신원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허락도 안받고 적어도 됩니까. 나가 주세요.” 분위기가 험악하다. 부아가 났지만, 내일 일자리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괜히 시비 붙었다가 일자리도 못 얻으면 나만 손해다. 일단 사무실을 나왔다가, 3분 후에 다시 들어갔다. 희한하게 이번에는 별 말이 없다. 재미있는 건 이름을 불러도 안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는데, 알고 보니 나가는 작업장의 분위기와 임금까지 훤히 꿰고 있어서 ‘고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까지 얼러서 하나둘씩 작업장으로 보내는 것이 이 사장의 일이다. 간혹 젊은 사람들도 보인다. 단국대 3학년이라는 길현오와 호원대 3학년이라는 김경하 두 학생은 “용돈을 벌러” 이곳까지 왔다.

이 사장에게 취재 협조를 부탁하고 사무실을 나오니 7시.

집에 돌아오니 몸이 꽁꽁 얼었다. 몸을 좀 녹이고, 지하철에서 가져온 신문을 보다가 9시에 나눔의 집으로 나온다. 캡으로부터 기획 두 번째에 대한 새로운 지시사항이 떨어졌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빈민청소년 교육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과 통화를 계속 했다. 미국에서 유학중인 창국이에게서 계속 메신저로 도움을 받았다. 창국이는 교육학 전공이다. 교육개발원으로부터 를 택배로 받았다. 쓸만한 데이터를 고른다. 취재를 하다보니, 노무현 정권 들어서 빈곤 청소년 정책은 나름 상당한 발전을 했다.

저녁에는 나눔의 집 초중학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것도 지면에 실릴 내용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과의 대화 초록이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신명지 (12) 

엄마와 외삼촌, 동생과 같이 삽니다. 엄마는 여덟살 때 아빠와 이혼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엄마는 ‘건물 짓는 거’를 합니다. 가끔 보는 아빠는 보기 싫습니다. 왜 그런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전기쪽을 일을 합니다. 나중에 커서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픈 사람들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선민 (7)

선민이는 수줍음이 많습니다. 엄마랑 같이 살다가, “(우리나라 나이로) 빠른 여덟살”때 아빠에게로 왔습니다. 예쁜 엄마를 자주 못봅니다. 아빠는 자꾸 구구단 외우라고 하고, 틀릴 때마다 때려서 싫습니다. 



조명수 (11)

명수의 엄마는 ‘돈 벌러 간다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래서 아빠랑 동생이랑 같이 삽니다. 아빠는 중국집에서 배달을 합니다. 중국집에서 먹는 자장면이 아주 좋아합니다. 소원은 “엄마랑 다 같이 사는 거”입니다. 명수는 나중에 커서 피시방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액션 게임 ‘던전 엔드 파이터’를 실컷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빠한테 하루에 500원씩 받는 용돈을 모아서 토요일에는 피시방에 갑니다.

 

석재민 (12)

아빠는 무직인데, “술 먹고 담배 필 때만 빼고” 좋습니다. 엄마는 여섯살 때 집을 나갔습니다. 엄마가 1년에 두세번 정도 보러옵니다. 엄마랑 같이 살면 안되냐고 아빠한테 물었지만, 아빠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재민이는 나중에 크면 ‘굿 네이버스’ 같은 단체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인도 같은 곳에서 불우이웃을 돕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대학에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만 같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못 갈 거” 같습니다. 공부가 “꼴찌는 아닌데, 중간에서 뒤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최진철 (12)

6학년 진철이 아빠는 회사 택시를 모십니다. 원래 카센터를 했는데 장사가 잘 안되서 1학년 때 장사를 접었습니다. 12살이 더 많은 형은 자동차 정비를 합니다. 엄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진철이는 커서 박찬호같은 야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운동은 잘 못합니다.

 

류진서 (13)

진서는 부모님과 남동생하고 삽니다. 아빠는 공무원이고, 엄마는 가정주부인데 부업으로 자개를 붙이거나, 바지를 꼬매거나 “별 걸 다” 합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거의 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만 없어서 속 상합니다. 부모님에게 졸라도 소용 없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시험입니다. 국어하고 수학이 싫습니다. 나중에 커서는 장애인들에게 옷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아침 잠이 많아서, 등교시간이 11시로 미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인 (14)

정인이의 아빠와 엄마는 2년 전에 이혼했습니다. 아빠는 이삿짐을 옮기는 일을 하십니다. 엄마는 지방에서 식당일을 합니다. 엄마를 떠나서 아빠랑 같이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공부는 잘 못합니다. 커서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노세은 (12)

세은이 부모님은 세은이가 3학년 때 이혼했습니다. 지금은 엄마랑 누나랑 같이 삽니다. 엄마는 집에서 자개 붙이는 일을 합니다. 엄마 팔이 아파서 걱정입니다. 아빠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한달에 한두번씩 와서 돈도 주고, 먹을 것도 사줍니다. 가장 속상할 때는 친구들이랑 싸울 때입니다. 커서 댄스 강사가 되고 싶습니다. 춤추면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설동훈 (10)

동훈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공항에서 일하는 아빠는 두달에 한번 집에 옵니다. 동훈이가 “아주 어릴 때” 어느날 엄마는 아빠랑 동훈이랑 피자를 먹었습니다. 그 이후에 엄마는 떠났습니다. 가래가 많이 나오는 할아버지는 종이 박스를 모읍니다. 할머니는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같이 방에서 자는 동훈이는 아빠가 오는 날에는 거실에서 아빠랑 같이 잡니다. 그렇지만 아빠가 공부하라고 자꾸 혼내서 싫습니다. 




윤현선 (13)

현선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동생이랑 같이 삽니다. 아빠와 새엄마는 걸어서 20분쯤 거리에서 떨어져 삽니다.아빠는 통신쪽 일을 하십니다. 집에 있으면 왠지 답답합니다. 방을 따로 구해서 독립하고 싶습니다. 현선이는 음식 버리는 사람들이 제일 싫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집안에 망신을 주는 일입니다. 현선이는 음식이 맛이 없어도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김미희 (13)

미희는 아빠랑 오빠랑 같이 삽니다. 엄마는 집을 나갔습니다. 일주일 전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아빠랑 엄마랑 막 싸우길래, 공부방으로 와 버렸는데, 그 이후로 엄마가 안 보입니다. 엄마는 일곱살 때부터 올해초까지도 집에 없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빠는 노동일을 합니다. 공부 잘 하는 오빠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오빠는 돈 더 벌어서 대학교에 갈 거라고 합니다. 오빠가 핸드폰을 안 사준다고 해놓구선 자꾸 안사줍니다. 미희는 커서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가족들이 더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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