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바라보기가 힘겨울 때가 있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이거나,
나에게 할 말이 많은 듯 보이는 사람일 때는 더하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고 고약하다.
그럴 때 나는 그 사람의 그림자를 본다.
그래서 길을 걸으며 이야기할 때가 좋다.
땅을 바라보는 척 하면서 그의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
그와 내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다는 사실을
그림자를 통해서 알 수 있으니까.
나는 투명한 사물들이 지닌 투명한 그림자가 좋다.
유리잔의 그림자는 머금고 있는 액체를 검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유리잔의 투명함을 투명하게 표현해 낸다.
유리창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그 커다란 그림자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의 안 보이는 그림자를 짐작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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