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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11

은하철도 |2006.07.14 20:57
조회 729 |추천 0

 

 

 

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11


첫날밤의 살풀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개비아범이 뛰어가 목욕탕 문을 열어보니 복실엄마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얼른 안고 나오는 장면이 아주 야합니다. 개비아범의 품에 안긴 복실엄마의 바지는 무릎 아래에 걸려있고 그 위는 매끈한 허벅지에 꽃무늬 팬티입니다.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요. 개비아범은 얼른 카운터에 전화해서 구조를 요청하고 수건을 가져다가 복실엄마의 머리를 감아 묶었습니다. 침대에 눕히니 하얀 시트에는 첫날밤의 붉은 선혈이 낭자합니다. 정신이 돌아오는지 복실엄마가 응응...... 신음소리를 내는데 무척 섹시합니다. 피를 멈추게 하려고 개비아범이 머리를 꽉 누르니깐, 정신이 드는지 복실엄마는 비몽사몽 “아파...... 아파...... 살살, 살살 눌러......”합니다.

황당한 사건에 비록 개비아범의 씩씩대던 거시기가 아래로 폭 처박혀 꼭꼭 숨었지만 첫날밤의 화려한 구비조건은 다 갖춘 셈이죠.


달려온 모텔종업원은 아주 눈치가 빨랐어요. 일단 남의 눈에 안 띄게 움직이는 은밀한 행동이 민첩했어요. 둘을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이로 짐작하고 얼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개비아범이 복실엄마를 엎고 내려와 차에 태우자 신속하게 운전하여 근처의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복실엄마는 정신이 다 돌아왔어요. 참 어이가 없었죠. 도둑질도 해 본 놈이 흔적 없이 해 치우는 법이죠. 이거는 불륜도 아닙니다. 당당하게 푸닥거리를 해도 아무 거리낌 없는데, 괜히 소문 날까봐 조마조마해하며 지레 자존심 상한 채 껄쩍거리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죠.

소문은 이제부터가 진짜 무섭습니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머리통만 깨졌다면 시장통 사람들이 다 웃을 일입니다. 복실엄마는 얼른 개비아범에게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그냥 길거리에 넘어져서 다쳤다고 얼버무릴 예정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모텔에 두고 온 핸드백을 찾아 간직하라고 부탁했습니다. 개비아범은 안 떨어지는 발걸음이지만 모텔로 돌아가 핸드백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복실엄마는 복실이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머리를 여섯 바늘 꿰맸습니다. 집에 오니 가게문을 열고 있던 사위가 방에 들어섰습니다. 사위는 날카롭게 복실엄마를 살펴보더니 이것저것 캐물었어요.

“어머니, 어디서 다친 거예요?”

“응응...... 저기...... 우체국 옆 골목인가......”

“그런데 핸드백은 어디 있어요?”

“응? 핸드백? 글쎄......”

복실엄마가 얼버무리자 사위는 더욱 바짝 다가앉으며 마치 수사관이나 된 양 또 캐물었어요.

“혹시...... 어머니가 퍽치기한테 당한 거 아녜요?”

복실엄마는 퍽치기가 뭔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엉거추춤 넘어가려 했어요.

“응...... 그런가...... 잘 모르겠네.”

사위는 침을 꼴깍 삼킵니다. 뒤에서 퍽치기가 몽둥이로 내려친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장모님의 기억이 흐릿한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복실이가 깜짝 놀라며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어요.

“어머나, 그러면 어떻게 해요?”

사위는 가슴을 쑥 내밀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죠.

“일단 경찰서에 피해신고를 하고. 수사를 의뢰해야 돼.”

복실엄마는 깜짝 놀랐어요. 무슨 소리인가 해서 눈을 두리번거리는데 사위가 삑삑 핸드폰을 눌러댔습니다.

“아, 경찰서죠? 강도한테 당했어요. 어서 와 주세요.”


“조또...... 씨팔, 또 꽝이네.”

손에 들은 쪽지를 확 구겨버리는 경찰서 강력2반의 조형사입니다. 몇 년 전에 경찰관이 로또복권에 당첨 되어 그날로 사표를 던졌었습니다. 그 기사를 신문에서 본 조형사는 매주 로또복권을 한 장씩 사지만 항상 로또는 조또로 끝나죠. 그래서 조또형사라고 불려집니다. 저쪽에 앉아있던 껀수반장이 조또형사를 힐끗 째려봤습니다. 이 사람은 강력2반 반장인데 매일 껀수 올리라고 보채기에 껀수반장으로 불려집니다.

“야, 조또형사, 어제 접수된 사건 말이야. 생선가게 하는 아주머니 강도사건...... 어서 나가서 빨리 범인을 잡아 껀수 올리란 말이야.”

오늘 껀수반장은 완전 저기압상태입니다. 옆의 강력1반과 강력3반에서는 이틀이 멀다하고 범인을 잘도 잡아와 껀수 올리는데, 자기 반만 개점휴업이에요. 벌써 보름째 잔챙이 범인도 못 잡고 공치고 있습니다. 조또형사는 껀수반장의 표정을 살피더니 슬그머니 일어났습니다. 오늘부터 범죄가 일어난 장소주위를 탐문수사하고 다녀야합니다.

“저 나갑니다. 에그..... 오늘 로또만 콱 맞았으면 인생역전의 사표를 던지는 건데. 에휴.”


조또형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몰랐어요. 복실엄마를 만나서 여러 가지를 캐물었지만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대답이 애매모호했어요.

“우체국 옆골목에서 당했죠?”

“네...... 그런 것 같아요......”

대답하는 복실엄마의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누구한테 당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인가요?”

“글쎄요...... 그랬나?”

복실엄마는 적당히 대답하면 경찰서에서 그냥 흐지부지 할 것 같았어요.

“핸드백에는 뭐가 들어 있었어요?”

“생선도매상에게 줄 돈 170만원하고,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핸드폰......”

이 순간 조또형사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곧바로 경찰서에 돌아와 이동통신사에 복실엄마의 핸드폰 위치추적을 부탁했어요. 범인이 핸드백을 가지고 있으니 그 위치만 알면 범인을 추적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어요.

그러나 이동통신사에서 알려온 핸드폰의 위치는 00동 244번지였는데, 이상하게 복실엄마의 주소번지였어요. 사실 이때에 핸드폰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개비아범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복실엄마의 주소가 244-6호고, 개비아범은 그 바로 옆의 244-7호였거든요. 그러니 핸드폰 위치가 같은 244번지에 뜰 수밖에요.


조또형사는 갸웃했어요. 아무래도 복실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핸드폰을 집에 두고 핸드백에 들어있다고 진술했다는 판단이었어요. 조또형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동네를 돌아다니며 탐문수사를 벌리고 있습니다. 말이 탐문수사지 햇볕도 쨍쨍한 여름날에 껀수반장의 눈치가 보여 에어컨도 시원한 경찰서를 놔두고 그냥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에잇, 정말......짜증난다. 어떤 놈은 로또에 팍팍 맞아서 형사질을 그날로 집어치우는데, 나는 이게 뭐야? 에휴, 어디로 가지? 쯧. 그 아줌마도 얼띠긴, 어디서 어떤 놈한테 강도를 당했는지도 제대로 기억 못하니...... 그러니 강도나 당하지...... 쯧,”

그러나 이번 사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껀수반장이 펄펄 날뛸 것이 분명했어요. 한 달 전에 조또형사가 다른 강도사건의 범인을 잡아왔던 일이 있었어요. 이틀을 조사하여 검찰에 넘겼는데 알고 보니 진범이 아니었어요. 엉뚱한 사람을 잡아다가 범인으로 몰았다고 검사한테 꾸지람을 들었던 껀수반장입니다. 그리고 열흘 있다가 조또형사가 또 도둑놈을 잡았는데, 그것도 진범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이래저래 조또형사는 껀수반장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닌 결론이죠. 거기에다가 양쪽에 있는 강력1반과 3반은 거의 매일 경사에요. 퍽치기, 아리랑치기, 절도, 소매치기 등등 매일 범인을 잡아들이니 반장들의 입이 귀에 걸렸죠. 하여튼 껀수반장이 날뛸 만도 합니다.


삼 일째 조또형사는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복실엄마가 강도를 당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러다가는 또 미제사건으로 빠질 것 같았어요. 저녁이 되자 경찰서로 돌아갈 마음도 안 생깁니다. 시장통에서 콩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우고 슈퍼마켓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 건너편에서 누가 손짓하며 다가왔어요. 세탁소를 하는 박씨였습니다. 박씨는 조또형사 앞에 앉더니 머리를 맞대라고 손짓했어요. 무슨 일인가 해서 조또형사가 귀를 솔깃하니깐 의외의 단서를 박씨가 제공했습니다.

“그제 손님한테 세탁물을 받았는데 좀 이상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박씨는 주변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피고 더욱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어요.

“바지하고 티셔츠를 누가 맡겼는데, 그게 이상하단 말이에요. 온통 피가 묻어 있거든요.”

조또형사의 눈이 번쩍 했습니다.

“그거를 세탁했어요?”

“아뇨, 아무래도 수상해서 세탁은 아직 안했어요.”

조또형사는 박씨를 데리고 세탁소에 가서 피 묻은 바지와 티셔츠를 보고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어요.

“아, 개비아범이라고...... 저 위에 있는 생선가게 뒷집이에요.”

번개처럼 조또형사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어요.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에 세탁물이 맡겨졌어요. 또 바로 옆집이 범인이기에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니 복실엄마의 위치로 나온 것이죠. 주소를 알아보니 244번지의 6호와 7호,

바로 244번지의 7호에 사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결론이 딱 떨어졌어요.



글 / 은하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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