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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김수미 |2007.01.06 23:25
조회 19 |추천 0
 

로또를 샀다.

3일전 대통령을 꿈에서 보았고, 일주일전 산에서 고라니를 보았다.

새해부터 좋은 징조라고 거금 3천원을 들여 로또를 산 것이다.

지금은 로또 발표 1시간 전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후세인사형문제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고 하고 있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뉴스에서는 미국과 이라크 북핵문제를 얘기한다.

그 역시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

나에게 중요한건 1시간 뒤 로또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뭘 할까... 로또 1등이 되면...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먼저 자동차 할부금을 갚고, 앞으로 보험금을 선납하고 빚을 정리한 뒤에 사직서를 쓸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고 국민은행 피비센터에 가서 내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것이다.

10억 정도 되겠지.

그 돈을 정기예금을 넣어 한달에 몇 백 만원의 이자로 월급을 대신해서 소설을 쓸 자원을 마련할 것이다.

아니야. 재테크를 해야지. 주식을 좀 살까. 아님 부동산을 좀 살까.

아니야. 난 소설을 쓰려는 특명을 타고 났지. 그러기에 생활이 곤궁했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도록 정기예금 이자가 최고야. 월급대신으로 꼬박꼬박 받아서 소설 공부를 하는 거야.

이런 상상을 하는 동안 테레비는 스포츠 뉴스를 하고 있다.

농구얘기가 나오고 배구얘기가 나온다.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털을 꺽었다는 얘기다.

레안드로라는 괴물용병이 삼성화재의 기둥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또 넘어야 할 산인 것이다.

그렇든가 말든가, 나는 이 시간이 끝난 뒤 로또에 모든 걸 걸었다.

사직서, 말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

직장은 얼마나 나를 함부로 대해 왔던가.

상사 비위에 맞지 않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반벙어리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까다로운 고객은 언제나 자기가 옳다하고, 하물며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킨다.

“고객은 항상 옳다.”고,

빌어먹을 누가 항상 옳을 수 있단 말인가.

전도된 가치 속에서 오직 희망은 로또에만 있다.

이 또한 전도된 가치이겠지.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숱한 자살시도도 수포로 돌아간 뒤에 남은 한 장의 카드다.

드리어 로또 시간이다.

양복을 입은 멋진 아나운서가 로또 시작을 알린다.

공이 둥근 원에서 빙그르르 돌다가 하나가 툭 나온다.

“27” 빌어먹을.

다시 또 한번의 기대를 갖고 2등이라도...“33”

얼추 하나는 맞네,..

7,22,47,35,45 연이어 나온 공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제길..

오늘도 글렀군.

내일 또 로또를 사야할까 말아야 할까.

담배 한 개피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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