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3x3 양손 평균기록 안씨 반하라 (Anssi Vanhala, 핀란드 13.22)라는 기록
은, 어쩌면 앞으로 적어도 1년은 더 지속될 수 있었던 훌륭한 기록이었다.사
람들은 한국에서 겨우 두번째로 열린 큐브대회인 KCRC 큐브 챔피언쉽2007
에서 이 기록을 깰 사람이 나올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고2때 학교를 그만둔 이 한 청년은 기어코 그 기록을 넘어서고 말았
다. 그는 공부에 취미가 없어 일찍이 가정의 불화를 연연하던 학생이었다.그
는 중학교 3학년때 우연히 접하게 된 이 3줄짜리 큐브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
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큐브와 밤낮 씨름했던 1년. 그의 손엔 피와 땀이 배인 채로
언제나 큐브가 함께 있었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수십, 수백가지의 큐브공식
들이 가득했다. 카페에서 열린 많은 정모활동을 통해 이미 다른 큐비스트들은
이 청년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그는 이미 비공인 기록에서 몇번이고 세계
1등을 잡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대회 전날 실수로 발을 헛디뎌 왼손
을 삐끗한것. 갑자기 손목 부분이 부어오르고 움직일 수 없게되자, 그를 비롯
한 많은 사람들은 당황했다. 스피드 큐빙에서 손의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아
프고 말고를 떠나서 심지어는 건조한 정도에 따라서도 큐브를 잡는 마찰력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큐비스트에게 손관리는 필수라고도 볼 수 있었기 때문.
더군다나 '한손 3x3x3 맞추기'라는 종목은 많은 사람들이 왼손을 사용하고 있
고, 그 역시 왼손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불안감이 서렸다.
다음날, 그는 부상을 털고 일어났다. 아니, 어쩌면 아직 통증은 가시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는 특유의 배시시한 미소를 띈 채 무대에 올라갔다. 그의 손이
신에 들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공식, 그리고 그 다
음공식을 수없이 되뇌였다. 그의 기록 하나하나가 모두 남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록들이었다. 3x3x3 양손맞추기 부문에서 그는 12초대에 안정적으로 머
물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는 사람임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해내
며, 당당하게 평균 11.76초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왼손의 불안감은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왼손만을 써야하는 3x3x3 한손 맞추기 부문에서, 그는 기어코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증명해내었다. '어, 어, 어....'15, 16, 17초가 지날때, 사람들은
큐브가 벌써 거의 다 맞추어져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스택맷 타이머
에 손을 올려놓은 순간, 디스플레이 화면에 뜬 19.34초. 이 기록은 나를 기록한
모든 큐비스트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큐브. 그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떠한 사소한 물
건일지라도, 그것을 사랑하는 손에 닿으면 그것은 나를 저 수없이 넓은 세계앞
에 우뚝 세울수 있게 만든다. 그것은 이번 대회에서 2종목 세계 1위를 한 유정민
선수에게도, 그것을 지켜보고있던 수많은 큐비스트들에게도 이 순간 가슴깊이
새겨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이 글을 보고있는 여러분들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2007 KCRC Cube Championship [Step], 정진화
대회를 주최한 싸이월드 클럽 '한국 큐브 연구회' http://cubekorea.cyworld.com
유정민 선수가 활동하던 다음카페 '큐브로 보는 세상' http://cafe.daum.net/withc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