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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감성적인가요 감상적인가요?

전성준 |2007.01.09 20:16
조회 6,155 |추천 4


어제 성유리, 현빈 주연의 드라마 '눈의 여왕' 마지막회를 보고 눈물 훔친 분 있나요?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자주 눈물을 훔치는 당신은 아마도 "너 감수성이 예민하구나"라는 말을 몇 번 들어봤을 거예요. 그런데 그럴 때 정확히는 "너 감상적이구나"라고 해야할 거예요.

 

 

"감성, 감수성"

 

너 감성적이구나 또는 너 감수성이 예민하구나라는 말은 "너 현미경 같은 눈과, 소머즈 같은 초능력 귀를 갖었구나"라는 말과 같아요.

 

모든 사람이 그물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자구요. 그리고 그것으로 낚시를 하며 산다고 해봐요. 대부분의 그물은 촘촘함이 축구 골대 그물망 정도예요. 이 그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잉어, 향어와 같이 크고 힘 좋은 물고기지요. 자연히 월척, "크고 대단한 것"에 열광하고 좇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작고 약한 것이 아닌 큰 것, 예를 들어 큰 돈, 명예, 학식, 좋은 직업, 대단한 지위, 권력과 같은 그러한 힘에 민감한 것은 그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주 가끔은 대단히 촘촘한 그물망을 갖어서, 작은 송사리와 올챙이까지도 낚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채 무심히 지나치는 것, 놓치는 것들을 보고 듣고 낚는데, 이것을 바로 "감성적이다", "감수성이 예민하다"라고 하는 것이예요.

 

지금 우리가 BMW 7시리즈를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 앞을 지나고 있다고 해봐요. 그런데 이 첨단의 거리, 부유하고 세련된 이들의 행진 사이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있네요. 이 호화로운 백화점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어떤 아주머니가 남루한 옷을 입고,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얼굴 여기저기가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는 채로,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채 앉아 있네요.

 

이 거리에는 지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 아주머니에게 시선조차 주질 않아요. 우연히 눈에 들어와도, 이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아주머니의 행색에 "저건 뭐야?"하며 그냥 지나치고 말지요. 아주머니의 존재, 아주머니의 상처와 아픔, 신음은 너무나 작아서, 사람들이 지닌 축구골망 같은 그물로는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에요.

 

대신 크고 호화로운 갤러리아 백화점과 그 값어치는 바로바로 의식하지요. 그래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에도 "갤러리아 백화점 앞으로 와~", "오늘 갤러리아에서 옷이나 보자, 세일이래"하고 말하곤 한답니다.

 

그런가하면 아주 가끔은,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어떻게 하지?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쩌지?'하고 갈등하고 망설이는 사람도 있어요. 감수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에요.

 

또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는 지금 함께 신문을 보고 있어요. 무심코 한면 한면 넘기던 중 성냥갑 크기의 작은 광고란 속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내용을 보니 45년 8월 15일 해방 때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다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어느 일본인의 광고예요. 그것을 보고 "쪽바리 잘됐네", "안됐지만 60년 전에 헤어진 사람을 어떻게 찾아?"하고 지나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광고를 낸 - 일본인이기 앞서 - 오빠의 애틋함과 저밈을 공감하며, 또 '시대비극이란 것 속에는 사람만이 있을 뿐 국적은 없는 거구나' 하며, 안타까움에 잠시 그 광고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요. 그의 촘촘한 그물망에 작고 여린 그 무엇이 걸린 거예요.


이렇게 감성, 감수성이라는 것은 대단히 현실적인 것이고, 우리 주위의 사소한 것들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아요.


만일 당신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면, 당신은 소설가나 시인, 사회운동가가 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을 갖춘 것예요.

 

 

"감상"


드라마와 영화 속 슬픈 사랑 이야기, 신데델라 스토리에 눈물 흘리고

일본 소설에 심취해 어쩐지 따라 자살하고 싶고

미소년 미소녀들이 총출동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의 세계 속에 살고프며

각종 온라인 게임에 몰입하는 등의 것

이러한 것을 통틀어 "감상적이다"라고 해요.

 

이들 드라마, 만화, 일본 소설, 게임의 주인공은 왜인지 대게 미남 미녀이고, 대단한 재벌가의 도련님이라거나 대통령의 딸이라거나 의로운 조폭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대단히 특별한 - 희소한 - 삶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일본 소설이나 게임의 경우에는 현실도피적, 현실외면적인 경향이 많아요.

 

이들은 대단히 자극적이고, 재미있으며, 감동적이고 슬프기까지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보고, 감동하고, 눈물 흘리면서, 제작자의 주머니를 풍족하게 불려줄 것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런 재미와 감동도 가끔은 무료한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너무 빠지게 되면 부작용이 따르게 돼요. 그런 면에서 로또와 비슷하지요.

 

드라마 속의 대단히 아름답고 환상적인 러브스토리를 보며 느끼는 활홍감과 감동이 크면 클 수록, 다음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꼭 그만큼 크고 깊은 공허감과 마주하게 되지요. 

 

'드라마 속 눈부신 주인공들과 너무도 대비되는 나와 주위 사람들의 외모. 드마라 속 화려한 삶과 비교되는 나의 평범한 삶. 항상 와인이나 양주만 마시며 늘 완벽한 모습인 드라마 주인공들과는 달리, 전날 마신 소주가 아직 안풀려 부대끼는 속을 부여잡고, 초췌한 얼굴, 눈 밑의 또렷한 다크써클, 눈꼽 끼고 부스스한 머리로 세면대 앞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 거울 속의 저 인간은 왜 저리도 구질스러운지.'

 

'오늘도 지각이구나, 또 깨지겠네. 드라마 속 회사생활은 그렇게나 다이나믹한데 현실의 내 회사생활은 재미도 없고. 드라마에서는 오나전 훈훈한 완소남 완소녀들이 회사에 바글 거리고 잘도 사내연애 하드만, 우리 회사에는 못생기고 매너도 그저 그런, 능력도 거기서 거기인 인간들만 득시글 거리고. 에휴. 내 인생이 이게 뭔가.'

 

드라마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이야기, 감상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이와 같이 현실이 너무도 보잘것 없고 시시하게 느껴지게 되는 거예요. 만화, 애니메이션도 비슷해요.

 

온라인 게임에서 엄청난 고수 플레이어인 사람은 현실에서 평범한 학생이거나 샐러리맨인 자기 자신에게보다 무림고수인 온라인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고요.

 

감상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탐미적인 즐거움에 젖어드는 것이에요. 거기에 너무 빠지게 되면 현실이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어질 수가 있어요. 감상에 심취한 사람은, 온통 장미빛 일색인 감상의 세계와, 오만가지 색이 모자이크처럼 뒤섞여 있는 현실의 동떨어짐으로 인해 공허감, 상실감을 느끼게 되지요. 무척이나 나른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사는게 지겹고 말이지요.

 

감상은 지루함을 달래며 여가 시간의 즐거움을 주는 기능도 해요. 그러니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녜요. 다만 너무 빠지면 곤란하다는 것이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 비현실적 세계와 현실을 구분 못해 현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고, 감상에 너무 젖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저도 드라마를 좋아한답니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앨리 맥빌 시리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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