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 줄곧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이 나의 인생에 개입하는 게 두려웠고,
나 역시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가끔 아주 비싸고 맛있는 초콜릿을 사기 위해 멀리까지 가곤 하지만,
그렇게 사다 놓은 초콜릿들은 몇 년째 그대로 쌓여 있어요.
꽃은 사지 않아요. 무엇이든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 싫어요.
화분도, 고양이도, 사람도, 시간도,
토마토는 좋아하지만 토마토케첩은 먹지 않아요.
모든 종류의 푸른색을 좋아해요.
하지만 무언가가 너무 좋아지지 않도록, 늘 긴장을 하고 있어요.
좋아하게 되는 순간, 슬퍼지고 외로워지니까요.
그리고 몇 년 전,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났어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슈테른이 두 병째 흑맥주를 따면서 말한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적어도 나를 존중해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난 원래 무색무취인 사람이에요.
쉽게 물들고, 쉽게 망가지고, 쉽게 혼란에 빠져요.
나는 그때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던 그 모든 시간들 속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었을까요?
하루는 대니가, 내 친구가 그랬어요. 너 , 숨은 쉬고 있니.
이즈음의 너를 보면 금방이라도 먼지처럼 부서질 것 같아서 불안해.
나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두 손이 사라지고, 두 손이 달려 있는 팔이 사라지고, 다리가 사라지고, 심장이 사라졌어요.
오로지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던 심장이 말이에요."
*JANUARY 2007 PAPER. p18. seventeen lesson 8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달의 뒷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