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n Bruni Bruno - Fuer Marglt
따스한 방에 배를 대고 가만히 엎드린다. 귀에는 익숙한 음악이 흐르고 진한 아라비아산 커피향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지금. 소중했던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지우개처럼 슥삭슥삭 지우면서 가루들을 후우 하고 불어버리고 마는 나.
모든걸 그렇게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제 자리에 돌아 올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가 가슴 가득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어쩌면 겨울이라는 계절은 사람의 감정을 얼어붙게 하는게 아니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시기인가 보다. 추울수록 몸을 움추리고 옷깃을 한 번 더 여미면서 체온을 조금씩 올리는.
나는 오늘이 적당히 뜨거워지고 싶어도 열을 조금만 내도 금새 식어버리는 날이기를 바란다. 타오르는 열정을 붙잡아두고 싶어도 심지가 곧지 못해 이내 꺼져버리는 날이길 바란다. 자기 연민의 끝엔 심장을 꿰뚫는 고통이 올거라고 굳게 믿는다. 차가울수록 견디기 힘든 추위일수록 따스한게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그 가치를 알수 있을테니깐.
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