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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문창현 |2007.01.14 11:53
조회 51 |추천 0
사랑의 경험은 각자에게 독특한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랑에 빠지기 위해선 스탕달이 말한 '사랑의 결정화작용 (Love as a crystallizaion)' 을 거친다. 겨울에 나뭇가지 하나를 소금 광산에 던져 넣으면 한 달 후 그 가지들은 빛나는 결정체로 덮여 있게 된다. 그러면 아무런 잔가지라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로 뒤덮여 있게 되고 마른 가지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처럼 사랑은 소금 광산이 마른 나뭇가지에 그랬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즉 결정화작용이란 우리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이상화하여 신선한 완전함을 그와 그녀에게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하는 상대끼리 서로의 어떤 특질에 대해 경탄하고 그 둘 사이에 어떤 상호 관계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상호성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을 떄 사랑은 싹트게 되며 결정화작용이 시작된다. 즉 그 대상을 이제껏 다른 사람이 보아 왔던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완전한 결정화작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의심'의 과정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이 완전하지 않을지 모르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어떤 증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탕달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선 경탄과 환상 그리고 적어도 한 가닥의 희망이 일어나고 여기에 곧 의심이 뛰따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사람들은 사랑에 완전히 빠져서 시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서 마치 어린 아기였을 때 어머니의 품안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합치감과 대양감을 맛본다. 어머니와 내가 한몸처럼 느껴지던,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이상적인 상태 말이다.

어머니의 품안에 있는 아기는 아직 자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 자아(Body ego)'를 통해 외부 세계의 의미와 리듬과 생명력을 감지하고 자연의 리듬과 소통한다. 사랑에 빠지면 아기 때처럼 신체 자아가 다시금 활동하여 모든 것은 살아 움직이게 되며 하나하나가 그 의미를 띄게 된다. 그러므로 연인과 같이 거니는 오솔길, 자주 들르는 카페 등 공간은 특별한 생명력과 의미를 가지고 존재하게 되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장소를 방문했을 때 당시의 느낌이 다시 살아난다. 연인과 같이 경험했던 것이 죽지 않고 우리의 추억 속에 살아 있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직관력이 최고조로 달하고 연인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해서 동시에 똑같은 느낌을 경험하며, 이를 신기해 하고 행복해 한다. 이제 둘은 말없이도 통하는 사이가 된다. 감정적 텔레파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고, 동시에 똑같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뿐이랴.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일종의 구원이다. 연인의 품안에서 사람의 세계는 확장되며 그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같이 느껴진다. 흥분은 단조로움을 밀어내고, 매순간을 의미로 가득 채우며, 몸에는 기쁨의 전율이 흐르고, 영혼은 세상을 다 안을 듯 확장된다.

이러한 심리적 팽창감은 실제 세계의 팽창으로 이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느끼는 확신은 그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과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새로운 계획을 강행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은 하지만 자신이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이제 연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흥미는 확장되고 연인의 흥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새로운 최향과 통찰을 얻고, 자신을 열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을 걷게 되며, 웃을 수 있는 능력이 일깨워진다. 자신을 확대시키고 변화시키는 것 외에 사랑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굳어진 한계를 깨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초월이며,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종교로 명명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의 몸 또한 열병을 앓게 된다. 우선 식욕을 잃고 숨이 차며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들의 뛰는 심장에서 사랑이 자라는 것을 느낄수 있고, 때로 몸의 어디에선가도 그 징후를 느낄수 있다. 그 열병이 심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혀가 굳어버리고, 당황하며, 얼어붙게 되는 경험도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기를 열고 자신의 진실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으로, 거절 당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혜남 (정신분석의) p.32 ~ p.35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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