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사관학교인 GE 크로톤빌 연수 체험기
잭 웰치 전 회장이 4600만달러 투자해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로 만들어
제프 이멜트 회장 등 수천 명이 수시로 연수원에 모여 기업의 당면과제를 토의
“크로톤빌 연수원에 처음 온 연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연수원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이 나무의 종류가 무엇이냐는 것과 골프연습장이 있느냐, 그리고 수영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 지난 8월 20일 세계적인 경영사관학교로 알려진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 들어선 첫날 애미 토라니 프로그램매니저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 한국인 연수자들이 강의를 듣고있다.
“답은 첫째 질문의 경우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의 경우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섭섭해 하지는 마십시오. 술을 마음껏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있습니다. 거기엔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라오케도 있습니다.” 한국인 연수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킥복싱을 즐기는 독신녀인 장신(長身)의 애미 토라니는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연수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8일간의 긴장된 크로톤빌 경영연수는 이처럼 조크로 시작됐다. “GE사가 무려 128년 동안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방법은 무엇일까?”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기업 GE(General Electric)사는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1896년 다우존스공업 지수(우량상장기업의 상징)에 오른 기업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창업 이후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1년 동안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30만명의 직원이 올린 매출은 무려 1500억달러. 여기에 순익은 183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매출은 3배, 순익은 2.5배다. 업종도 제트엔진, 에너지, 플라스틱, 발전설비, 의료기기 등 딱딱한 분야뿐 아니라 보험과 금융, 방송 등 말랑말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탄탄하다.
내가 참여한 크로톤빌 연수는 지난해부터 개설된 KEP(Korea Executive Program) 과정. GE 측이 한국의 대기업 임원과 각계 각층의 리더 20여명을 초청, 단기연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가 두 번째였다. 유명인사로는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 한준호(韓埈皓) 한전 사장 등이 참가했다.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GE의 제프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CEO로부터 배운 ‘GE의 생존법’은 바로 ‘인재와 시스템’이란 두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좋은 인재를 길러 이들이 탁월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크로톤빌 연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 강의실 벽에 붙어 있는 GE의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 내.크로톤빌 연수원의 정식 명칭은
‘존 웰치 리더십 개발 센터’. 존 웰치는 바로 GE의 전임 회장인 잭 웰치의 본명이다. 1956년 설립된 이 연수원을 지금처럼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로 탈바꿈시킨 것은 1981년 회장으로 취임한 잭 웰치였다. 웰치는 GE의 전 직원이 비전을 공유할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며
4600만달러를 들여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그는 사업 계획안에 서명을 하면서 ‘투자 수익은 얼마 동안 회수할 수 있는가’라는 항목에
‘무한(Infinite)’이라고 써넣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연수원의 위치는 뉴욕시의 중심인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뉴욕주 오시닝. 허드슨 강변에서 가까운 이곳은 전형적인 미국 소도시의 모습이었다. 연수원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누구나 숙소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강의용 2개 동, 호텔급 숙소 1개 동, 연회 및 오락을 위한 화이트하우스(게스트하우스) 1개 동 등 모두 4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숙소는 충분히 넓었으나, 목욕탕에 욕조는 없었다. 강의실에는 첨단의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로비에는 항상 충분한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
연수자들은 저녁 식사 후엔 화이트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1층에서 탁구나 당구를 치거나 2층으로 올라가 술을 마셨다. 이곳에선 두 명의 바텐더가 정장을 한 채 칵테일과 맥주를 무료로 제공했다. 연수자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쌓는 일종의 사교장 같은 곳이었다. 연수 첫날 밤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젊은 임원 사이에선 ‘폭탄주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행군이었다. 강의시간 중간의 휴식시간은 불과 10분. 강의는 연수원에서 전문교육을 담당하는 4~5명의 실무자들뿐 아니라 GE그룹의 회장인 제프 이멜트와 각 계열사 CEO 10여명이 총 동원됐다. 마치 GE그룹 전체를 옮겨온 느낌이었다. CEO들은 코네티컷 페어필드의 본사에서 헬기를 1시간쯤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수행비서도 없이 서류가방 하나 들고 오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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