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 1994-2005 끌림 TRAVEL NOTES (이병률 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