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일본의 칸칸모리에 살면 모두가 한가족

김진석 |2007.01.18 16:56
조회 91 |추천 0
일본 ‘칸칸모리’에 살면 모든 가구가 한가족 함께 식사하며 가사 분담하되 주거는 따로
노인은 덜 외롭고 ‘맞벌이’는 육아걱정 덜고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입력 : 2007.01.15 00:56 / 수정 : 2007.01.15 09:02 도쿄 아라카와(荒川)구 닛포리(日暮里)에 있는 한 건물의 3층 식당. 12일 주말 저녁 7시 식사에 10여명의 ‘대가족’ 식구들이 모여 앉았다. 80대 할머니에서 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 20대 젊은이 등 식구들은 햄버거와 생선 구이로 젓가락을 움직이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집은 한 지붕 아래서 서로 모르는 가구가 독립된 주거공간에 살면서, 식당과 현관 등은 함께 사용하는 집합주택(collective house)인 ‘칸칸모리’.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선 각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연령이 다른 여러 가구가 공동의 생활공간에서 가사(家事)를 돕는 생활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12층 건물의 양로원 2·3층에 들어선 이 칸칸모리에는 모두 23가구 36명이 살고 있다. ‘대가족’의 구성은 어른이 32명(여자 24명, 남자 8명), 어린이가 4명. 젊은 부부 세 쌍과 두 모자(母子)가구도 포함됐다. 직업도 회사원·영화평론가·광고대리점 운영·대학원생 등 다양하다. 식사 준비와 장 보기, 집안 청소 등 가사는 어른 3명이 한 팀이 돼서 번갈아 맡는다. ▲ 공동 부엌에서 식사 준비 일본에서 여러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여사는‘칸칸모리’방식이 주목받고 있다.도쿄 아라카와구 닛포리에 있는 한 칸칸모리 공동 부엌에서 주부들이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한 60대 부부는 “공동 저녁 식사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둔 보육원 교사 히코사카 사나에(彦坂早苗·29)씨는 남편(30)과 상의 끝에, 4년 전 단독주택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단독주택에 살 때는 이웃들과 관계도 없었고 아이들 키우는 데 고립감을 느꼈는데, 여기선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내 부부가 맞벌이해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칸칸모리의 최연장자인 야마다 사치코(山田幸子·81) 할머니도 작년 2월, 양로원 대신에 이곳을 택했다. 사치코 할머니는 “올 겨울에는 함께 스키 타러 갈 친구가 생겼다”고 즐거워한다.

칸칸모리 주민의 생활 수준은 도쿄 전체에서 중상층에 속한다. 가족 단위의 독립 공간(임대료 월7만~17만엔) 외에 공용 시설로 부엌·채소밭·놀이터·컴퓨터 방·세탁실·어린이 놀이터·게스트 룸 등이 갖춰져 있다. 사적(私的)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이웃 이상’의 정(情)을 나누자는 취지다.

이런 주거 스타일은 일본에선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피해자용 부흥 주택에서 처음 소개됐고, 이후 일본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친구를 만들어 노후를 즐겁게 보내고 싶은 노인들과, 어린이를 편하게 맡기고 맞벌이 생활을 계속하려는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거 전문가인 ‘커뮤니티 네트워크 협회’의 사사키 도시코(佐佐木敏子)씨는 “집합주택은 노(老)·장(壯)·청(靑) 세대 간의 교류와 육아 지원이 가능한 독특한 시도”라면서 “이른바 ‘표준 세대(월급쟁이 남편과 전업주부, 아이 2명으로 구성된 가구)’가 무너지면서 이런 생활 스타일이 계속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