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비싸, 세금 너무 많아' 경제적 이유때문에 유사휘발유 이용
석유화학제품인 솔벤트와 톨루엔 등에 알코올을 혼합해 자동차용 연료 첨가제로 2002년 6월 시판된 적이 있는 '세녹스'를 기억하십니까?
'세녹스'는 당시 1350원대의 휘발유 가격보다 저렴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곳곳에서 '세녹스'를 판매하는 업소와 주유소까지 등장했었습니다. 수많은 운전자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얼마가지 않아 '세녹스'는 법정 심판대에 올라 '유사휘발유'란 판결을 받고 그 판매와 제조가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세녹스' 아니 세녹스가 아닌 유사휘발류(첨가제)를 제조, 판매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8월에도 이 자리에서 유사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해 8월 말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인천 서구 공촌동에서 계양구 계산동으로 넘어가는 한적한 8차선 도로변에서 유사휘발유가 은밀히 판매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관련해서 아무리 값싸다고 하지만 자동차까지 망가트린다는 유사휘발유를 사지 말자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고,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 기사화된 이 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K사 시사교양프로그램에는 이 문제를 취재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헌데 방송 인터부 중 정부 그러니까 유사휘발유와 관련된 관계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의 담당자에게 유사휘발유 단속에 대해 묻자, 그는 공무원들이 흔히 둘러대는 변명, '인력과 예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만 거듭할 뿐이었습니다.
산업자원부,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지하철역에 유사휘발유 소비자신고를 바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뒤, 유사휘발유가 판매되던 그 곳에 다시금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적한 도로변이긴 하나 경찰이나 공무원, 일반시민들의 눈에도 잘 보이는 곳에 있어, 정부에서 내건 신고포상제도에 의해 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괜한 기대였을까요?
5개월전에는 그나마 첨가제를 판매한다는 표식을 몰래 숨기곤 했는데, 이젠 아주 대놓고 '첨가제'를 팔고 있다는 표지판까지 내달고 곳곳에 첨가제가 담겨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기름통들을 층층이 세워놓았더군요. 정부가 유사휘발유 판매,제조를 막고자 시행하고 있는 신고포상제도와 강력한 단속의지가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8월(왼쪽)과 올해 1월(오른쪽) 유사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도로변이다
올해는 아주 대놓고 '첨가제'를 팔고 있다는 간판까지 붙여놓았다
사람들 눈에도 잘 띄는데 정부의 단속의 손길을 미치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기름통을 마대자루 뒤에 숨겨놓곤 했는데, 올해는 아주 도로변에 내놓았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주택가까지 번지고 있는 유사휘발유 판매를 막기 위해, 반상회에 이런 자료까지 만들어 홍보했었다
정부는 유사휘발유에 대해 강력단속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튼 그 장면을 목격하고 집으로 돌아와, 대체 사람들이 유사휘발유를 사는 것일까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모 포탈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유사휘발유'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유사휘발유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사용코자 하고 있으며 몇몇은 제조, 판매까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녹스를 팔고 있다는 사람까지 나서서 답을 해주고 있다
출력저하, 연비감소, 연료계통 부품 부식 및 고장에 따른 사고발생과 환경오염물질 배출, 폭발 또는 화재 우려가 있다는 유사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자동차 엔진 등에 무리가 가서 폐차할 차가 아니면 사용치 말라는 유사휘발유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만류섞인 답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들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 차량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세금이 너무 많이 붙는다'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유사휘발유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공익광고를 비웃는 네티즌도 있다. 그만큼 유사휘발유가 공공연하게 제조,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연료로 벌어들이는 세금수익이 막대하기에 정부가 세녹스를 박해한다는 네티즌의 답변
그러면서 이들은 정유업계와 정부가 너무 많은 세금을 운전자들에게 요구하고 있고, '그 많은 세금은 대체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는거냐'며 정유업계의 로비로 인해 '세녹스' 제조, 판매가 중단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었습니다.
값비싼 석유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세녹스가 유사휘발유냐? 아니냐? 그 진위공방은 법정에서 마무리 되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유사휘발유가 제조, 판매되고 있습니다.그것도 '세녹스'가 아닌 '유사 세녹스'가 말입니다. 정부의 안일한 단속실태와 신고제도 이를 부추기고 있겠지만,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좁은 이 나라에서 자동차 바퀴 굴릴려고 턱없이 비싼 기름대신에 저질의 유사휘발유를 찾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있기에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 아무튼 정부의 실효성없는 단속과 신고에 의존하는 해결책보다는 이제부터라도 다른 대안(바이오디젤 같은 대안에너지 개발, 하이브리드형 자동차 보급 등)을 찾아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지하철 열차에서 볼 수 있는 유사휘발유 관련 포스터, 얼마나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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