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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일지라도, 내 잃어버린 기억.

남영빈 |2007.01.21 22:00
조회 59 |추천 0

시간은 그리움이란 침전물을 남기고 너무도 느리게 지나간다. 내 주변의 것들도 느리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도 늘 깜빡하는 시간인데, 왼쪽 팔에 선명하게 남은 불주사 자욱처럼 선명한 시간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고 그것은 아직 날 쓰러질 수 없게 만드는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미련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사람은 항상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만 하는걸까.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 날 심하게 다퉜던 그 날에 나는 너무도 비참했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돌아서는 네 뒷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 남겨진다는 생각에 불안함으로 가득한 나의 자괴감을 이겨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걸까, 난 아직도 개봉 전 부터 제목과 내용에 끌려했던 영화를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보질 못하고 있으니. 넌 언제나 그랬다. 이성적이기를 추구하는 나에게 항상 뭐든지 열정있게 덤벼드는 그런 무모하게 사랑하는 방법, 사랑받는 방법을 택했었다. 어쩌면 난, 그런 너의 모습을 사랑한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 하나 재지 않고 가장 바르게 나에게 다가온 사람, 항상 나에겐 상처밖엔 남기지 않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죽기보다 상처받길 싫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너였다.

 

그러나 젊음이란 오만하고 영악한 것이어서 날아갈 듯한 희열 속에서도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려 슬퍼하고, 가장 아득한 불안 속에서도 그것을 훗날 그리워하리라고 예감한다. 하지만 만약 너를 다시 만난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배가 고프다며 라면만 먹고 잠들던 너, 누구보다 많이 걸어도 지친 내색 보이지 않던 너, 책과 음악과 옷에 늘 두근대던 너. 이런 널 만나 다시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작아지고 약해져 버려서. 너는 나의 잃어버린 기억, 그러나 우리는 과거다. 널 떠올리는 데 들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 인정할 수 없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널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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