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JA VU]
벌써 광고에서 자막부터가 이상하다.
네이버 광고에서 '지난 나흘간을 보여주죠'
라는 것의 어폐는 본 사람은 알테고.
여러모로 스릴러물 취급하며 이상하게 끌어들인다.
혹은 누가 보면 덴젤이 끊임없는 데자뷰를 통해
사건을 막는다는 내용으로 오해하겠다.
편집된 고양이도 그렇고.
이미 매트릭스에서 데자뷰 현상을
감지하는 단서를 설명하기 위해 고양이를 출현시켰었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고양이는 영화상 정신적-기계적 데자뷰의
이중적 뉘앙스를 줄 뿐이지 그것이 데자뷰라고
설명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영상의 배열도 뒤죽박죽이라-그건 늘 쓰는 수법이기는 하지만-
예고편과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카피때문에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랴.
이퀼리브리엄을 "매트릭스는 잊어라"
이온 플럭스를 "냉혹한 아름다움, 불멸의 파워"
물론 역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졸작이라고 하기는 뭐한
그런 작품들에는 반드시 주제가 있기 마련인데
도대체...
일단 판타지 드라마라는 점, 영웅이 등장하는 점 등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만하고 환상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브룩하이머 첫번째 가족 드라마다. 일부 폭력성은 차치.
워낙 덴젤의 매력이 충만하다보니 영화 전체가 매력적이다.
심오한 과학 원리로 흥미진진한 개념을 펼쳐냄에
자칫 얄팍한 전달로 조잡한 과학 기술로의 전락의 위험이 있던
백설공주 장치는 팀원들의 의외로 어이없는
EBS식-혹은 CSI식- 설명으로 친절하게
관객에게 원리와 기능이 전달됨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랐던건지
장치의 이름 그대로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도 죽지 않았던
훈훈한 이야기와 유사하게 와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치를 통한 수사 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덴젤 덕분에 관객도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며
4일전과 현재의 동시상영에 흠뻑 취한다.
그리고 타임머신 개념이 탑재되면서
진정한 판타지를 전개해나가는데,
마치 언브레이커블에서 보여준 초능력 소유의 일반인 영웅처럼
이미 장치의 존재로 인해 뒤죽박죽된 사건을
조금이나마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장치로 뛰어드는
그의 영웅심리로부터 아이들은 또한 교훈 하나를 얻고 간다.
짐 카비젤이 시사하는 어이없는 '맹목적 애국심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교훈처럼 설파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이지만,
몇몇 영화들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현실감 없는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비추면
별로 걱정거리도 아니고, 귀감이 될만하지도 않다.
그런데다가 쓰레기같은 블록버스터를 은근히 거부하고,
평이한 캐릭터를 은근히 거부하던 짐 카비젤의 연기 행보에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정말 평범한 악당역이었다.
요즘들어 심하게 평범한 역만 고르는 느낌이지만,
이 배역은 누구라도 매력을 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예전 영화들에서도 타임머신의 개념,
같은 시간에서 여러개의 공간들의 중첩,
현재와 과거의 굴레 속을 끊임없이 순환해야 하는 필연,
등등의 컨셉들은 많이 다뤄졌었기에,
그부분에 있어서는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결국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며 한국 관객이 겪는 문제와
비슷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그 사실은,
원 톱 배우에 의존하는 영화들을 보며
영화를 보는건지, 배우의 연기를 보는건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잘 알고 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처음엔 카피 얘기, 나중엔 무슨 얘긴지...
데자뷰는 그런 느낌을 줬다.
판타지는 판타지임을, 잊지 말고 동심으로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