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의존적 성격, 자아에 대한 확신 부족이 점집으로 몰고가고 있다』
과학적 확률의 虛實
주요내용
과학적 확률의 虛實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本能
어떻게 인간의 운명 흐름을 맞출 수 있나
「러시안 룰렛」은 6연발 리볼버 권총에 한 발의 총알을 넣고 머리에 대고 쏘는 게임이다. 19세기 말 러시아 귀족들 간에 성행한 「러시안 룰렛」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생명을 담보로 한 「一生一代의 大도박」이었다. 이는 러시아人 특유의 豪氣(호기)와 차르(황제) 체제에서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던 당시 지배층들의 퇴영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러시안 룰렛」에서 진짜 총알이 튀어나와 사람이 죽을 확률은 이론상 6분의 1이다. 나머지 6분의 5는 게이머(gamer)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3者로선 살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여기겠지만 게임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 「사느냐 죽느냐」는 것밖에 없어 확률은 2분의 1로 껑충 뛰어오른다. 죽을 확률이 50%라는 것은 극한의 공포를 자아내는 한계점이다.
「러시안 룰렛」에서 죽을 확률이 6분의 1이라는 것은 무한한 검증과정을 거치면 분명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몇 번의 게임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100%의 죽음이 나올 수도, 0%의 죽음이 나올 수도 있다. 게임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목숨이 사라지느냐 아니냐」는 것이지 확률이 아니다.
확산되고 있는 점술(占術)
과학의 귀착점은 확률론이다. 어떤 현상이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적중 비율이 높다는 것이 판정나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과학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것도 100%를 보장하는 것은 거의 없다. 藥도 病을 낫게 할 수 있지만 분명히 부작용이 따른다.
어떤 병에 걸린 사람에게 의사가 『당신이 완치돼 살아남을 가능성은 90%』라고 했다고 하자. 환자는 이 말에 일단은 안심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환자는 불안에 빠지게 된다. 『만일 내가 죽을 가능성 10%에 해당한다면…』 이런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사람은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과학은 이런 경우에 해답을 주지 못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에 대한 臨床(임상)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지 해당 환자가 사느냐 죽느냐에 대해선 해답을 줄 수가 없다.
이런 때 파고드는 것이 神主義다. 종교에 歸依(귀의)해 神에게 의지하거나 무당의 굿에서 위안을 갖게 되기도 한다. 종교는 사회가 공인하는 보편화된 방식이고 무당의 푸닥거리는 迷信(미신)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지만 당사자에겐 종교나 푸닥거리나 차이가 없다. 자신이 再生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위안을 받는다면 그걸로 끝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占을 치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이나 홍익대 앞 등 도처에 사주 카페가 등장해 젊은이들이 자신의 운명을 감정해 보는 광경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스포츠紙에는 ×××-4684(사주팔자), 8484(팔자팔자), 8425 (팔자이오) 등 사주보는 것을 알리는 ARS(Automatic Response Service·자동응답 서비스), 인터넷 사이트와 神占이란 이름의 巫俗(무속)들 占術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어떤 날은 광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한 수 더 떠서 사주를 가르치는 강좌도 성행하고 있다. 일부 스포츠紙가 주관하는 강좌에는 수백명씩 수강생이 몰리고 있고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도 四柱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占術 행위의 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컴퓨터 인터넷 사이트와 통신 체제의 급성장이다.
최대 4조원 규모의 업종으로 등장
현재 사주풀이를 위주로 하는 易術人(역술인)들의 숫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랜 易術人협회의 경우 1990년대 초반에는 회원수가 1만2000여 명이었으나 최근에는 5만 명이 넘어 섰다. 이외에 난립해 있는 다른 단체까지 합치면 10만 명이 넘어선다. 이를 業으로 삼고 있지 않으면서도 상당 수준 공부한 사람까지 합치면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종사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巫俗들의 단체인 勝共敬神연합회도 1990년대 들어 매년 회원이 2~3%씩 늘어 역시 1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易術人과 巫俗의 전체 숫자를 따진다면 20만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들이 「한국인의 운명」을 논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형성하는 시장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최소 1조5000억원, 최대 4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일종의 산업이며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占術 행위의 확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占術 행위가 공공연해지면서 陰地(음지)에서 陽地(양지)로 나섰다는 점이다. 예전에 점을 치러 갈 때는 뭔가 꺼림칙한 면이 있어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일에 대해 대부분 「눈치 볼 게 뭐냐」는 자세로 떳떳하다.
둘째는 점을 쳐주는 사람이나 점을 보려는 사람이나 젊은 층의 증가가 눈에 띈다. 특히 易術을 業(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에는 高학력자와 여성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나이 지긋한 안경 쓴 할아버지가 길거리에서 봐주는 占術 행위가 연상됐으나 요즘은 新世代(신세대) 사고로 무장한 젊은 지식층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셋째는 예전에 은밀하게 손님을 받으며 「개인 對 개인」의 상담에 머물던 占術 행위가 이제는 점차 기업화·대형화하며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SK 텔레콤 무선 인터넷 「네이트」에선 22개 점집이 運勢(운세), 解夢(해몽), 姓名學(성명학)을 서비스하며 매월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운세 분야의 하루 매출이 2000만 원을 넘어섰다.
주식 시세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 「애스크퓨쳐 닷컴」은 60명이 넘는 역술인이 개인의 운세를 감정하면서 一面으론 株價, 油價 등을 예측하며 각종 경제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易術은 학문이 아닌 術數의 일종
첨단 과학을 云謂(운위)하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과거로 回歸(회귀)하는 듯한 행위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젊은 층에까지 運命論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상현상인 것은 확실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月刊 易學」 잡지의 대표이사인 田龍元(52)씨에게 이모저모를 물어봤다. 田씨는 이 잡지를 1989년에 창간해 13년 간 이끌고 있다.
―최근 易術이 인터넷이나 ARS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등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중국이나 한국이나 역사적으로 세상이 어려울 때 易術이 힘을 썼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 南北韓 간의 문제, 정치적 격동, IMF 사태 이후 확산된 경제적 위기감 등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1980년대 이후 反체제 운동이 확산되면서 反美감정이 고조되고 동양적인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추세에 힘을 실어 줬다고 추측한다. 예전에는 점을 치면 그냥 믿고 살았는데 요즘은 그냥 믿기보다는 「왜 그런가」 하고 本質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었다』
―高학력자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뭔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 공부도 빨리 하게 마련이다. 요즘 易術을 배운 젊은이들은 반짝하는 머리로 대중화시키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능한 것 같다. 취직도 잘 안 되고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니까 이제는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나서는 경향도 있을 것이다. 神殺 정도나 배우고 간판을 내거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일종의 붐인데 몇 년 지나면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
―易術은 인간 운명에 대한 예측을 하는 작업인 만큼 자격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국가서 자격증을 주는 것은 모순이다. 東西洋을 막론하고 이런 업종에 국가가 公認하는 예는 없다. 易術은 학문이라기보다 術數(술수)의 일종이다. 학문처럼 정밀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適者生存(적자생존)의 논리에 맡기면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래를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 살아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금방 도태된다. 고객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命理術이 가장 크게 확산되고 있다
―易術에는 어떤 분야가 있나.
『다섯 가지 분야가 있다. 사주를 풀이하는 命理學을 위주로 한 命, 周易을 중심으로 점을 치는 卜(복), 한의학으로 발전한 醫(의), 風水地理·觀相·手相·作名을 하는 相, 方術. 練鍛術(연단술) 등 巫俗과 비슷한 山 등이 있다. 醫는 별개로 발전했고 현재는 주로 命 위주로 이어지고 있다. 命은 계산이 가능한 분야라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다. 반면 卜, 相, 山 분야는 感이 중요시되는 분야로 어려워서 하는 사람이 적다』
―易術人은 대개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이지만 이 분야서도 성공하기 위해선 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분야에선 風感之氣(풍감지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게 바로 끼이고 靈氣(영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 진짜 매진하다 보면 영업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命理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면서도 業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처럼 易術이 성행하는 나라가 있나.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은 우리보다 못하지 않다. 다만 그들은 생활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그들은 사무실 배치도 風水地理에 의해 하는 등 易術이 생활의 한 분야다. 우리 易術人 중 일부가 부적을 비싼 값에 파는 등 엉뚱한 짓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요인들이 易術人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대시켰다고 생각한다. 易術과 부적 같은 것은 관계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
―앞으로 易術의 붐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앞으로 3, 4년 후에는 진짜 易術人과 아닌 사람이 구분이 되면서 과열 분위기가 진정될 것으로 본다. 일반인들은 IMF 사태 같은 위기상황에서 易術이 더 성행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거꾸로다. 사람들은 먹고 살 것이 있어야 占을 친다. 돈이 없으면 「占을 치나 안 치나 죽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위기가 된다. IMF 사태 당시 서울 미아리 일대의 점집 상당수가 문을 닫은 것이 그걸 잘 말해준다. 易術로 크게 돈 번 사람은 별로 없고 대충 1000여 명 정도가 사무실 차리고 먹고 살 만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신세대 易術人이 몰고온 波長
최근 易術界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인물 중의 하나가 「애스크퓨처 닷컴」 대표이사인 李修(37)씨다. 李씨는 서강대 대학원(경제학) 출신으로 은행 외환딜러로 근무하다가 「실패」하자 四柱 명리술에 빠져든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00년 이후 경제紙, 스포츠紙 등에 「사주 財테크 칼럼」을 쓰는 등 매스컴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한 易術人이다.
애스크퓨쳐 닷컴에는 현재 60여 명의 역술인이 모여 있고 이들 중 약 40%가 20~30代로 서울大 등을 나온 高학력자가 적지 않다. 인터넷 점집답게 고객들도 젊다. 회원 5만명 가운데 20~30代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것은 易術을 주식 등 財테크와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매년 초에 그 해 내내 매일 나타날 주식시세의 騰落(등락)을 예고하고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상으로 매일의 성과를 평가받고 있는데 지난 해에는 62.5%의 확률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고급 카페를 연상시킨다. 단순하면서도 깨끗한 이미지로 단장, 점집에 온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젊은 지식층 역술인들의 특징은 자신들이 方術을 보여 주는 術士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강하다는 점이다. 젊은 高학력자 역술인의 대표주자격인 李修씨에게 최근의 현상을 물어봤다.
―최근 易術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미래를 예측하는 시장은 西歐에서 큰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도 占星術 펀드가 상당히 많다. 주식분석가들보다 오히려 이들이 주식 시세에 대한 예측력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앞으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양의 易術은 서구의 점성술보다 훨씬 적중률이 높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사주 카페 같은 新세대적 역술원이 유행하고 있는데.
『易術界의 변화는 사주 카페 같은 外形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易術 콘텐츠를 갖고 기업화 하고 있는 추세가 중요한 것이다. 易術 콘텐츠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단편적 정보나 흥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시세나 개인의 성패와 같은 승패를 예측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신상에 관련된 것을 판정하는 것은 下級 방술이다. 보다 어려운 것은 勝敗論(승패론)이다. 승진할 것인가 아닌가, 투자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 같은 日常의 결정에서 보다 확실한 판단을 유도하는 것이 이 方術의 핵심이다』
―자신의 예측 확률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그런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다만 빈틈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이 方術에선 맞추는 것이 「장땡」이다. 나는 實戰 승부를 많이 해왔는데 비판받은 일은 거의 없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과 일본에는 걸출한 術士가 많이 나왔다. 중국의 위철리는 蔣介石(장개석)의 총애를 받던 인물로 거의 國寶級(국보급) 대우을 받았다. 위철리는 서양 신부들에게 사주풀이에 대해 많은 것을 전수해줬고 그것이 서양 점성술에도 많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아베 같은 사람도 엄청난 연구를 하며 일본 추명학의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그러나 국내선 이처럼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아직 없다』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그것의 근거가 뭔가.
『우리 先學은 60년 週期로 모든 것을 구분했다. 60년을 週期로 리듬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게 초점이다. 우리나라에선 60년 전에 주식시장이 서있지 않았지만 일본의 닛케이指數나 미국의 다우指數는 있었다. 지난해 초 나는 국내 주식 시세를 예측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것의 적중률은 62.5%였다』
―이 분야의 장래는 어떨 것으로 예측하는가.
『과거에 術士들에겐 예정된 운명이 있었다. 원래 術士들은 策士(책사)의 역할도 하면서 혁명의 신념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도 하지만 일단 사회가 안정되면 儒家(유가)에 밀려 도태당해 왔다. 혼돈 국면에선 術士들이 활발해지고 太平聖代에는 위축된다. 현재는 혼돈 국면이라 極盛(극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다르다. 미래를 예측하는 힘은 곧 정보이고 이것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 분야는 앞으로 收益 모델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는 과정에서 아픔은 있겠지만 발전의 여지는 많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