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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봄

송민희 |2007.01.28 12:04
조회 19 |추천 0


산등성이에자리 잡은 암병동.

늙은 벚나무 그늘이 오르막까지 따라왔다.

바람에 그늘이 흔들렸다.

 

거꾸로 매달린 비닐주머니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링거액,

신음소리가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세 차례나 췌장암 수술을 한 외삼촌.

졸거 있던 간병인 여자가 머쓱하게 웃는다.

 

재깍재깍 태엽이 풀리고 낭비된 시간이 베개를 적신다.

복부에 붕대를 두른 사내, 휘파람을 불던 경쾌한 입술은

반쯤 벌어져 불안하고 멍청해 보인다.

페달을 밟던 힘찬 다리는 종일 빈둥거린다.

변두리로 떠돌며 한 번도 삶의 주연이 되지 못한 엑스트라는

단역을 끝내고 곧 무대 뒤로 사라질 것이다.

헐거운 사내가 희미하게 웃는다.

 

꽃눈이 오네. 선잠을 깬 여자가 커튼을 열었다.

꽃이 눈처럼 날리는, 빌어먹을, 하필...봄이었다.

 

-마경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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