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간 여자친구 기다리는 남자> 선물 보내는등 갖은 정성 외국인과 눈 맞을까 걱정 “양성평등사회 반영한 것”
“여자만 군대 간 남자 기다리나요? 전 외국 간 여자친구 기다리는 중이죠.”
한양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4)는 지난해 9월 여자친구를 뉴욕으로 보냈다. 며칠 전엔 몸살에 걸린 여자친구 이모씨(24)가 국제전화를 받지 않자 뉴욕에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부르게 했다. 이들은 시차가 14시간이나 나는데도 모닝콜로 아침을 시작한다. 미니 홈페이지의 커플 다이어리에 서로 하루의 일과를 꼼꼼히 적고, 웹캠과 마이크를 연결해 국제 전화비를 아낀다. 김씨는 오로지 여자 친구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군대 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들의 자리를, 이제 ‘곰신남(男)’들이 차지하고 있다. ‘곰신’은 고무신을 줄여 부르는 신세대들 사이 은어. 유학, 어학연수, 교환학생 제도가 보편화되면서 해외로 떠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성들이다.
작년 연세대 교환학생 남녀 비율을 보면 여학생이 417명, 남학생이 170명으로 여학생이 남학생의 두 배나 됐다. 고려대도 여자 408명, 남자 200명. 성균관대 역시 여자 249명, 남자 165명으로 여학생이 훨씬 많다. 군에 입대해야 하는 남학생들은 졸업이 늦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교환학생을 선호하지 않는 데다 학점에서도 여학생에게 뒤져, 교환학생 수는 여학생이 월등히 많다. 숫자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 어학연수생도 비슷한 추이다.
여자친구를 해외로 보낸 이들 남학생들의 정성은 눈물겹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싼 생필품을 보내주는 것은 기본이다. 생일이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케이크와 선물이 제때 도착하도록 미리미리 체크한다. 작년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고려대 이지현씨(24)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데도 내 생일 12시(자정) 정각에 전화해주었다”고 자랑했다. 생일에 맞춰 택배로 선물을 보내온 건 당연하다.
곰신남들의 마음고생도 크다. 대학생 곽모씨(24)의 여자 친구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지 8개월째다. 그런데 파티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 여자친구가 파란 눈의 호주 남자들과 어울리는 상상을 하면 괴롭다. 그가 여자친구에게 가장 자주 보내는 선물은 액세서리. 크기가 작아 택배로 보내기도 쉽고, 여자친구가 늘 착용하면서 자신을 잊지 않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새우깡·맛동산 등 한국 과자를 다달이 박스로 보내주는 섬세함도 잊지 않는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부권이 약해지고 딸을 강하게 키우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여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조화시키는 데 반해 남자는 점점 여성성만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구대 심리학과 박은아 교수는 “어떻게 보면 강인하고 푸근한 연상녀와 부드럽고 의존적인 연하남 커플이 많아지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며, “양성평등사회가 정착되면서 남자들의 ‘외조’가 점점 더 필요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