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 바야르타.
정말 색다른 체험이었다.
왜냐하면 여행가서 이리도 애만 보기는 처음이었기때문이다.
물 안에서 업고, 안고, 먹이고, 울리고, 웃기고...
이게 바로 수중 버라이어티 쇼 아닌가!
세은이는 노는 게 즐거웠고 내겐 즐거운 그녀를 보는 게
그나마 기쁨이라면 기쁨이었다.
마지막 날 공항가는 셔틀을 기다리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 이게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이란 말인가?
10년 동안 뿌린 씨가 셋이니, 그 결과를 이런식으로 거둔단 말인가?
사진을 정리하고 올리면서 놀란 것은
사진 속의 내가 즐거워보인다는 점이었다.
머 사진 찍을 때 울 수야 없었겠지만...하여간
돌아와보니 그것도 휴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 안하고, 마켓 안가고, 통장정리 안하고, 숙제 안챙긴게 어딘가.
아무 것도 안하고 애만 보는 휴식.
그게 바로 이번 여행의 소중하면서도 매우 아쉬운 컨셉이다.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반드시 다시 가봐야하는 보물같은 곳이다.
순박하고 긍정적이며 열심히 사는 친절한 사람들.
때묻지 않은 비치와 울창한 정글을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환경.
편리한 교통과 안전한 거리. 싼 물가와 환상적인 날씨.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겨울은 평균 27도 정도의 여름 날씨다.
해수는 그보다 더 따뜻해서 물 밖으로 나오기가 싫을 정도.
영어가 널리 쓰여 언어적인 불편함이 전혀 없고
티비를 켜든 수퍼에 가든 미국문물이 대중화되어있다.
많은 캐네디언과 아메리칸이 겨울별장을 가지고 있고
노후를 여기서 보내려는 수요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엘에이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시차도 두 시간.
경비행기로 한 시간만 가면 세계에서 몇개 남지 않은
남아메리카 인디언 우촐 부족의 마을도 있다.
갑자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기서 노후를 보내고 계시다면
엄청나게 고마울 것같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도 손주들에게 그런 고마운 할머니가 될 수 있다면...?
잠깐이었지만 그것은 곧,
노후의 컨셉을 "아무 것도 안하고 애만 보는 휴식" 으로 잡는
"10주년 기념여행 연장계획"과 같은 실수가 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실수가 잉태하는 아주 희박한 행운때문에
푼타드미타 해변에 서있는 늙은 내 모습을 자꾸 상상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