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서산으로 가버린 태양
날은 어두워 지고
성날대로 성난 바람은
길가에 주저 앉아 칼을 갈고 있다
매서운 찬 바람 속에서도
하나 둘 살아나는 불빛들의 저항
오랜 옛날 배고픔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살아나듯
두려움 없이 살아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알까
얼음처럼 차가운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배고픔과 추위를 이불속에 묻던
허기진 가난의 기억이
잠꼬대 처럼 머리를 때린다
온몸이 멍들대로 멍든 낙엽 몇잎이
길거리에서 가쁜숨을 몰아쉬는 밤
맨발로 내려운 달빛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전봇대 옆에서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