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재료 준비
당시 어무이 아버지는 '애정의 조건' 열혈 시청중. 집에 올 때마다 저런 짓을 한다고 핀잔 주시는 부모님의 주의가 다른 곳을 향해 있을 때 슬슬 재료를 준비한다.
굵직굵직한 재료는 고구마, 박력분, 흰 설탕, 달걀, 크림 등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제빵책.
대출한 지 5년이 되었는데도 독촉 전화가 없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인기가 없는 도서인가보다.
우선 고구마부터 준비하자.
고구마는 촉촉하게 삶기 보다도, 타박하게 굽는 것이 좋다.
나중에 크림과 섞어 고구마 크림을 만들 텐데, 수분량이 많은 고구마에는 크림양을 상대적으로 적게 넣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풍미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타박하게 삶기 위해서는 오븐이나 솥에 구워도 좋고,
흙이 묻은 고구마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 전자렌지에 7-8분 정도 돌려주어도 좋다.
케익틀도 미리 패닝해두어야지.
버터를 케익틀에 펴바른 뒤에, 밀가루를 뿌리고 틀을 탁탁 쳐주면 밀가루가 곱게 입혀진다.
패닝한 틀에 반죽을 붓고 구우면, 나중에 빵이 틀에서 쉽게 떨어진다.
그런데 버터만 발라도 잘 떨어지더라.
그리고.....
버터 함량이 높은 케익(파운드케익 종류) 반죽은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맨 틀에다 구워도 잘 되기만 하던데....
다음은 달걀 준비.
신선한 달걀 여섯개를 상온에 두었다가 사용하는 게 젤 좋댄다.
차갑게 보관한 적이 없는 달걀을 사용할 때 거품이 잘 나고 맛도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일 터.
하.지.만.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달걀을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사용한다고 해서
거품이 안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쓰자.
그러나 달걀이 너무 차갑다.
혹시나 좀 따뜻해질까 싶어 손으로 달걀을 감싸쥐고 잠시 있어본다.
별로 달라지는 건 없구나, 쩝.
걍 달걀을 볼에다 푼 채로 상온에 놔두었다. 달걀씨들, 미지근해져 주어요.
흰 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각각 볼에 담는다.

얘네들은 잠시 놔두고 박력분을 180g 정도 준비한다.
케익을 만들 때는 박력분을 사용해야 하지만, 박력분도 없고 사러 나가기도 귀찮을 때
중력분을 대신 써도 괜찮다.
(그런데 이거 사러 나가기 귀찮은 사람은 아예 케익 만들 시도를 하지 않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강력분만 아니면 된다.
흠
강력분으로 케익 만들어 본 적은 없으니, 설마 될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밀가루는 두세 번 곱게 체에 친다.
많이 칠수록 밀가루가 공기를 함유해 봉긋하고 푹신한 빵을 만들 수 있다.
두 세번 치는 것도 귀찮을 때는 꽤 높은 높이에서 한 번만 쳐도 된다.
체를 칠 때는 깨끗한 종이를 밑에 두고 체를 친 다음,
종이를 기울여 체에 다시 담아 체를 치면 편리하다.
요렇게.
그릇에다 치면, 설거지도 해야하고 번거롭잖아.
2. 반죽 만들기
이제 흰 설탕을 노른자와 흰자에 각각 넣는다. 노란 설탕을 쓰면, 흰 설탕을 쓰는 것에 비해 잘 부풀지도 않고 맛도 떨어진단다.
하.지.만.
거품 내는 기술부터 제빵 전문가에 비해 현저히 딸리므로, 애초에 내가 만든 스펀지가 제과점의 것처럼 하얗고 뽀송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 어차피 거기서 거긴데 노란 설탕 쓴다고 해서 심하게 차이나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만은 그래도 흰 설탕이 있으면 흰 설탕을 쓰는 것이 좋겠다.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마구마구 저어준다.
엄마가 전동거품기를 사놓으셨다.
홈쇼핑에서 전동 칫솔이랑 싸게 팔아서 안 살 수가 없으셨단다.
매번 팔이 빠지도록 저어댔는데 기기가 있으니 조금 편리하긴 하다.
색깔이 연한 노란빛을 띨 때까지 저어준다.
사진으로 보니 많이 노란데, 실제로는 아이보리에 가까울 정도로 저어준다네.
할 일 없어 만드는 것이다 보니, 심하게 오래 저을 때도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저으면 수분이 날아가서 빵이 퍽퍽해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젓는 게 좋겠다.
여기다가 물과 콘시럽을 섞어준다.
콘시럽이 없어서, 매번 물엿, 꿀, 핫케이크에 딸린 메이플시럽 등을 넣었다.
흰 자도 거품을 내주세요.

흰 자는 거품을 꼿꼿하게 낸다. 볼을 뒤집었을 때 거품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
이제 섞자! 우선 노른자에 흰 자 거품의 1/3을 넣어 섞는다.
다음 밀가루를 넣어주는데, 체에 담아 한 번 더 쳐주면서 넣어주는게 좋다.
대충 섞는다. 거품 내듯이 저으면 안되고, 반죽을 베어 내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섞는다.
여기다 남은 흰자 거품과 녹인 버터(중탕해서 녹인 후 식힌)를 넣고 후딱 섞는다.
버터를 넣고 나서는 정말 후딱 섞되, 동시에 가볍게 섞어 주어야 한다.
버터를 반죽 위에 막 부었다가는 거품이 죽기 십상이므로, 볼 가장자리에 주걱을 갖다대고 버터를 흘려주는 것이 좋다.
자. 이제 반죽을 틀에 부어보아요.
반죽은 틀 높이의 2/3선까지 붓는다. 가득 채우면 반죽 중앙이 설익게 됨시롱.
고구마케익 반죽량이 많은 건지, 둥근 틀 하나로 감당이 안된다. 항상 틀 하나가 더 필요해.
3. 굽기
180도로 예열해 둔 오븐에서 35분 정도 굽는다.
두근두근두근
처음 스펀지 케익 만들었을 때, 잘 굽히나 궁금해서 시도 때도 없이 오븐 문을 여닫았더니 빵이 부풀어오르다 죽어버렸다.
특히 굽기 시작해 15-20분까지는 더더욱 문을 열면 안된다.
문을 여는 순간 찬 바람이 들어가서 오븐 안의 온도를 떨어뜨려 반죽이 내려앉기 때문.
그나저나
다 굽혔다.
지나치게 노릇노릇하게 굽인 건 아닌지. 그래도 저 갈색 부분이 달달하니 젤 맛있지요.
살살 벗겨내서 먹으면 굿굿굿!!!
다 굽힌 빵은 틀에서 꺼내 식힘망에 얹어 식혀주어요.
4.고구마 크림 만들기
까먹고 있었던 고구마를 전자렌지에서 꺼낸다.
빵이 굽히는 시간 동안 고구마 크림을 만드는게 좋겠지.
껍질을 살살 벗겨낸다.
그런데 왜 흙이 묻은 상태 그대로 전자렌지에 돌리라는 건지. 이건 미스테리다.
책에서 그렇게 하라니 하긴 한다만
흙이 묻지 않도록 껍질을 벗기는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다음은 더 귀찮고 오래 걸리는 작업.
고구마를 으깨서 체에 걸러주기.
이거 심하게 오래 걸린다.
체에 거를 필요 없이 믹서에 갈아줘도 될 것 같은데
고구마에 있는 섬유(줄기 같은)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체에 꼭 걸러줘야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믹서에 갈면 섬유도 끊어지니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체에 걸러줬다. 큼큼.
크림 준비.
마트에 가면 휘핑크림, 생크림, 휩트 크림 등이 있는데..
생크림이나 휘핑 크림 중 하나를 준비한다.
크림양의 10-20%(수치가 가물가물)정도의 슈가파우더를 넣고 거품을 낸다.
슈가파우더를 따로 구입할 필요 없이, 흰 설탕을 분쇄기에 갈아 써도 된다.
크림의 거품을 낼 때는 필히 차가운 곳에서 거품을 내자.
거품을 내는 볼을 얼음이 담긴 볼에 담아 거품을 내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나는 보통 크림팩을 몇분간 냉동실에 놔뒀다가 거품을 내곤 한다.
겨울엔 추운 베란다에서 거품을 내면 성공.
머랭(흰자 거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쉽게 거품을 올릴 수 있다.
거품을 낼 때, 3-40%상태 거품이 났다 싶으면
슈가파우더를 1/3정도 넣고 1분 거품 내고 (전동거품기로)
또 1/3넣고 1분,
1/3넣고 1분 거품을 내면 좋단다.
슈가파우더를 한꺼번에 넣지 말고 나눠서 넣으라는 것이 포인트일 게다.
참. 크림 거품을 100%상태 가까이 꼿꼿하게 내기보다 한 80%정도 내는 것이 좋다.
고구마와 섞으려면 너무 팍팍한 것보다는 적당히 부드러운 것이 좋기 땜시롱.
자. 이제 크림과 고구마를 섞어 주세요.
여기다 럼이나 브랜디 등의 술을 첨가하면 풍미가 살아난다.
(밤이나, 고구마, 호두 등의 식재료는 럼과 브랜디와 어울리고, 과일 등의 식재료는 쿠엔트로, 리큐르 등의 술과 어울린다.)
하.지.만.
없으니 안넣는다.
술이 어찌나 비싼지. 그거 살 돈이 있으면, 케익 안만들고 사먹고 만다.
5.케익 몸 만들기
스펀지 케익으로 돌아가서 스펀지의 뚜껑을 잘라낸다.
잘라낸 뚜껑은 맛있게 먹자.
뚜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총 4등분을 한다.
이 중에서 잘생긴 두 놈만 남기고 나머지는 빵가루로 만든다.
빵가루로 만들 놈들은, 테두리의 갈색부분을 도려내어야한다.
그런 다음 체에 내려주세요.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체에 내릴 필요 없이 믹서에 갈아도 괜찮다.
아까 잘생긴 두 놈 중 한 놈을 밑에 깔고 고구마 크림을 바른 다음 나머지 한 놈을 위에 올린다.
원래 무스틀에 스펀지 한장을 깔고 고구마 크림을 빈틈없이 매끄럽게 담은 다음
스펀지로 덮어야 깨끗한 몸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무스틀 살 돈이 있으면 역시 고구마케익을 사먹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발라준다.
랩으로 꽁꽁 싸고, 냉장고에 2-3시간 정도 재워주세요.
6.케익 옷 입히기
냉장고에서 스펀지 케익을 꺼낸다.
그 위에 스페튤러(스펀지에 크림을 입히는 길다란 도구)로 크림을 입힌다.
(고구마 크림이 아니라, 여분의 크림을 따로 거품낸 것.이 때도 앞서 크림 거품 내듯 만들면 된다.)
하지만 스페튤러가 없을 때는, 그나마 비슷한 식칼 등을 이용하자.
대충대충 바른다.
전혀 매끈하지가 않구나. 뭐 어차피 빵가루로 덮을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자. 여기에 아까 준비해 둔 빵가루를 묻히자.
그럴싸하다. 흐뭇.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땅콩, 호두 등으로 장식하면 제법 볼 만한 케익이 완성된다.
좀 길죠..그래도 참고해서 맛있게 만들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