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또 하루가 진다.
어제도 그렇게 졌고,
서른 번째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도 그렇게 졌어..
오늘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퇴장하고
또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이 세상에 초대되고 있겠지.
떠나가는 자, 남아있는 자, 울며 웃고 마시고 취해 떠드는 자,
외로운 자, 사랑에 빠진 자, 가난한 자, 부유한 자, 불안한 자, 안정
된 자............
벗이여
오늘, 나의 하루는 어제 그대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건만
오늘, 내가 또 흘려 보낸 오늘은 그대가 그토록 염원했던 미래였건
만....
삼십 해를 살아온 내 오늘은 왜 이리 힘겨워야 하는게지?
때론 지나간 세월을 탓한 적도,
지나간 사랑을 원망한 적도,
내 모질지 못함을 저주한 적도 있었어..
그렇게, 그렇게 원망하고 한탄하고 슬퍼하며 보낸 시간도 있었어.
벗이여,
그러나, 때론 사는 것이 살지 않는 것보다 더 힘든거라네.
때론 고민하며 사는 것이 생각없이 사는 것 보다 더 힘든거라네.
그 언제나 다른 누군가를 그리며 사는 것은,
그 누군가를 가슴에 묻고 사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훨씬 더 힘든 일이라네...
벗이여,
이해하시게.
나의 나약함을,
나의 곤고함을
나의 이 공허함을
부디 내 삶의 증거로 오롯이 받아들여 주시게...
벗이여,
내 서른 해 삶의 고백이 '방랑자'임을 긍휼히 여겨 주길...
오늘 내 삶의 독백이
내 스스로에 대한 맑은 시선에서 비롯된 것임을,
진실히 여겨주게...
'아직 방랑자'일 따름이지만 '앞으로도 방랑자'이지 않기를
항상 기도해 주게...
찰나와도 같은 이 삶이 지고 다시 만날 때,
그때 넌 최선을 다했다고 꼭 어깨를 두드려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