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정다빈은 불사조"… 5년전 "논스톱" PD 글 눈길

엄아름 |2007.02.13 03:00
조회 551 |추천 1

 

“혹시 저 친구에게 우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힌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보자. 이후 등장한 캐릭터가 발랄한 말괄량이 푼수 역이었습니다. 놀랍도록 일취월장하는 연기력! 오호라, 이 캐릭터가 저 친구에게 딱 이구나."

MBC 시트콤 ‘논스톱’ 시리즈를 연출한 김민식 PD가 탤런트 고(故) 정다빈(본명 정혜선)에 대해 쓴 글이 새삼 네티즌들의 눈길을 끈다. 김 PD는 ‘논스톱 3’가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던 2002년 11월7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시트콤 사랑’(cafe.daum.net/sitcomlove)에 ‘논스톱 캐릭터 열전 6 - 정다빈 편’이란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민식 PD의 글(2002.11.7.) 전문■

시트콤에서 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논스톱 3에서의 정다빈이라는 캐릭터입니다. 가끔 농삼아 ‘논스톱의 불사조’라 부르는 정다빈, 그 파란만장한 캐릭터 변천사를 한번 짚어볼까요?

작년 봄, 처음 투입된 정다빈의 역할은 타조알 영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대생이었습니다. 청순가련한 이미지에 커다란 첼로를 메고 걸어가는 그녀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 당시 사춘기를 막 앓은 영준에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가게 되죠. (당시 다빈이는 왜 하필 첼로 전공이었는지, 비록 빈 통이지만 첼로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하소연을 했죠. 요즘은? 첼로 멘 모습 거의 안 나옵니다. 쇼핑백만 메고 다니지…)

초기 그녀의 연기는 논스톱 제작진의 마음에 썩 든 편은 아니었습니다. 1주일이 머다하고 ‘그래, 영준 인성 다빈 삼각만 끝나면 빼자’와 ‘그래도 기숙사 외부 인물은 하나 필요하니까 그냥 두자’라는 의견이 엇갈렸죠. 청순 가련형 이미지를 연기하는 정다빈, 어딘가 어색습니다.

‘혹시 저 친구에게 우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힌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보자. 이후 등장한 캐릭터가 발랄한 말괄량이 푼수 역이었습니다. 놀랍도록 일취월장하는 연기력! 오호라, 이 캐릭터가 저 친구에게 딱 이구나. 영준이와의 사랑 이야기, 역시 이루어지고 나니 커플 이야기는 더 이상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빈에게 새로운 코미디 파트너를 붙여 주기도 했죠. 박경림과의 테이블 아래 전투 장면, 기억하시는지? 상극인 캐릭터를 가진 탓에 경림과 억척 또순이 대 사치병 푼수의 대결을 자주 벌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걱정자매 김효진과의 만남. 두둥!

일주일에 다섯편의 대본을 만드는 작가 회의실의 분위기는 정말 독특합니다. 작년 뉴논스톱의 작가진을 이끄는 두 명의 맏언니들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오리지날 걱정 시스터즈…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하진 않겠습니다.) 이들은 틈만 나면 동료 작가들의 신상이나 연출 피디의 성격 등등에 대해 걱정을 해주곤 했습니다. 걱정 소재가 떨어지면 때론 국가 안보나 나라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해주지요. 이들이 내세우는 방어론이 ‘남들 걱정해주는거야’였습니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효진 다빈 걱정자매의 탄생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효진과 다빈의 코미디를 풍부하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지요. 나중에 다나까지 들어와 한단계 업그레이드까지! 오, 놀라워라, 걱정 자매의 위용이여!

논스톱에 투입된지는 오래지만 장나라 김정화 등의 슈퍼 루키들이 먼저 기숙사에 입성해 주인공으로서의 성가를 올리는 동안, 정작 정다빈은 외부인물로 오랜 세월 기숙사 손님 역만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올 봄, 논스톱 3로 개편하면서 기다리던 기숙사 입성의 꿈을 이루게 되지요. (논스톱 세트에 이제 자신의 방이 생긴 게 정말 좋았나 봅니다. 녹화때, ‘여자 연기자들, 효진방으로 오세요!’하고 FD들이 콜을 하면, ‘효진 다빈 방이라고 불러 주세요.’하고 와서 투덜대곤 했으니까…)

논스톱 3의 판을 짜면서, 영준 군이 동구리와 함께 빠지겠다고 했을 때, 제일 큰 걱정은 남은 정다빈의 캐릭터였습니다. 보통 극중 상대역이던 커플이 빠지면, 혼자 남은 과부 캐릭터나 홀아비 캐릭터는 러브 라인의 긴장감 실종으로 파워가 떨어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과감히 내린 결정이 ‘떠나간 영준은 잊고 새 삶을 찾아나서게 하자’ 였죠. 영준과 함께 내보내기엔 다빈이란 캐릭터가 아까웠고, 그냥 붙잡아두고 아무런 역할 없이 망가뜨리기엔 다빈의 연기력이 아까웠습니다. 작년엔 경림 인성, 동근 나라의 러브 라인에 가리워졌지만, 이번엔 더 업그레이드된 다빈의 사랑을 보여주는거야.

그리하여 논스톱 초기에는 다빈에게서 타조알 냄새 지우기 작전이 진행되었습니다. 매일 나이트다니고, 소개팅이다, 미팅이다, 찾아다니는 캐릭터. ‘영준이는 어떡하고, 저렇게 철없이 구느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과 반대도 있었지만, 저희는 파렴치하다 싶을 정도로 다빈에게 싱글의 이미지를 굳히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리하여 다빈이 영준의 여자 친구였다는 기억조차 희미해질 때… 그때… 논스톱의 새로운 작전이 시작되는거죠.

지금도 가끔 시청자 게시판에 다빈은 영준이 여자 친구 아니냐며, 논스톱 제작진의 기억력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글쎄요, 작년 인성 첫사랑 파동 때 밝혔듯이, 사랑에 대한 제 입장은 ‘사랑이란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고, 그 사람이 떠나면 그 자리만큼 가슴에서 베어내는게 아니라, 사랑한 만큼 더 성숙하여 새로운 이에게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입니다. TV 극중 캐릭터에게 까지 정조 관념을 강요하는 것은… 글쎄요.

자신의 천적, 짠돌이 최민용을 만나 내내 툭닥거리고 싸우던 다빈, 요즘 그에 대한 짝사랑에 절절히 가슴 무너집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게 아닐까요?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의 사랑. 그가 내가 생각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갖추지 못했음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사랑. 저는 요즘 논스톱 3에서 진행되는 다빈 민용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다빈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 그녀의 표정 하나 하나에 감탄합니다.

신인 연기자의 연기력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만, 저는 다빈을 보며 되새깁니다. 연기력이란 한 사람이 가진 한계가 아니라, 연출가와 제작진이 공들여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랜 인고의 세월, 푼수와 말괄량이, 온갖 험한 캐릭터 변천사를 견뎌내고 이제 논스톱의 견인차가 된 정다빈. 음악캠프의 엠씨로 활약하며, 새 미니시리즈 ‘삼총사’에서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주는 그녀. 논스톱이 찾아낸 별 중의 하나로 오래도록 빛나기를 바랍니다.

정다빈 캐릭터 열전 부록 - 정혜선 편

아시다시피 ‘일류대 법학과 정혜선’은 정다빈의 1인 2역 캐릭터입니다. 정말 리얼리티 떨어지는 다빈의 변신 이야기, 어떻게 나온 것일까요?

극중에서 ‘골다빈’ 이라는 별명을 달고다니던 다빈, 어느날 제게 와서 투덜대더군요. ‘감독님, 바깥에 나가면 초등학생들이 저보고 골다빈이라고 놀려요. 사람들도 제가 실제로 모자라는 푼수 아니냐 그러구요.’ 그때, 정색하고 ‘그럼 아녔어?’ 했다가 바로 꼬리 내린 민시기, 한편 걱정이 되더군요. 다빈의 논스톱 상의 캐릭터가 주는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실제로 배우와 극중 인물 사이의 혼동을 일으킬 정도라면… 그렇다면 다른 연출자들 역시 다빈의 연기가 말괄량이 푼수에 국한된다고 생각할텐데… 그건 문제군… (저는 연기자가 논스톱 출연만으로 대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뜬다 싶으면 스케줄이 중복되지 않는 다른 드라마 출연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

다빈에게 그랬죠. ‘그럼, 너에게도 이지적인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되겠구나.’ 입삐죽이던 다빈, ‘감독님, 그럼 저 리즈 위더스푼 나온 ‘금발이 너무해’영화 패러디 시켜주면 안되요? 말괄량이 푼수가 예일 법대가는 이야긴데.’ 흠… ‘그래, 니가 일류대 법대를 간다는건 아무리 시트콤이라도 말이 안되니까, 그냥 일류대 법대생인척 1인 2역을 하는건 어떨까?’

그리하여 등장한 캐릭터가 정혜선. (이름이 왜 정혜선이냐구요? 정다빈의 본명이랍니다. 극중 정다빈은 비록 푼수 역을 하지만, 자연인 정혜선은 이런 이지적인 모습도 있다. 이런 조크였죠…) 내내 최민용에게 지고만 살던 다빈, 드디어 현숙하고 지적이고 똘망똘망한 정혜선의 모습으로 숙적 최민용을 물리칩니다. ‘정다빈, 푼수만 할 줄 아는건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 논스톱 제작진은 세상에다 외치고 싶었던겁니다.

정다빈의 변신 캐릭터, 정혜선의 활약,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글쎄요… 그건 알 수 없죠?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