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어린이에게 그림책은 ‘이롭다’든가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어른에게 독서는 즐거움이듯이 어린이에게도 독서는 즐거움입니다. 그림책도 유아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기 이전에 즐기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그림책이 얼마만큼의 즐거움을 주는지 우선 어른이 스스로 체험해 보는 것이 유아와 그림책의 관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많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거의 다 어른이 읽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어떤 이는 어른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이 어린이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린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책은 어른도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책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은 어린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어린이의 독서와 어른의 독서는 다릅니다. 어린이는 대단히 방자한 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소설을 읽을 때 잘 모르는 곳이 나오면 대체로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작가의 힘이 모자라서 불충분한 표현을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른 독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적당히 보충해서 읽어 나갑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그렇게 책을 보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쓰여 있는 대로 충실하게 읽어 내려고 합니다. 따라서 작가가 명쾌한 이미지로 이야기의 무대를 전개해 주고,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줄거리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고, 알기 쉽도록 재미있게 쓴 것이라면 어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 줍니다. 어린이는 극히 순수한 독자입니다. 그래서 표현이 불충분하거나 애매하면 걸려 버립니다. 그런 경우, 어린이는 어른들처럼 내용을 보충하면서 읽지 않습니다. 이런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강하게 나타납니다. 알기 어려운 곳, 재미 없는 곳은 한두 번은 참아 줄지 모르지만 여러 번 나오면 아예 책을 덮어 버립니다.
잘 알 수 없다는 것은 재미 없다는 것이며, 재미 없는 일을 어린이는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어른은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안 읽으면 손해본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아무리 부모가 거금을 들여서 사 준 책이라도 재미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아무 미련도 없이 도중에 책을 덮어 버립니다. 이 때 부모는 어렵게 사 준 책을 다 읽지도 않는다며 야속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혹시 우리 집 아이는 독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걱정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요인이 겹쳐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맙니다. 부모님의 이런 행동은 잘못된 것입니다. 어린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책이 나쁩니다. 부모님들은 책을 향해서 불평도 하고 화도 내야 할 것입니다.
아동 문학 연구서로 정평이 나 있는 리리언 스미스의 《아동문학론》은 내가 즐겨 읽고 많은 가르침을 얻은 책인데, 거기에 ‘어린이의 마음은 객관적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되새기면서 생각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정말로 어린이는 객관적으로 책을 읽습니다. 책에 쓰여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읽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숨은 뜻을 파헤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책은 절대적으로 알기 쉽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어린이에게 독서는 교양도 아니고 연구도 아니고 도움이 되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한 가지, 즐거움입니다. 책의 즐거움, 이것만이 어린이를 책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힘입니다. 독서가 재미있으면 어린이는 어른들이 부탁하고 명령하고 지도하지 않아도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범람하고 있는 책 가운데 진실로 재미있는 책은 적습니다. 또한 어른들은 무엇이 재미있는 어린이 책인지 통 모르고 있습니다.
2. 좋은 그림책의 그림
어린이는 그림책의 그림을 읽는다고 흔히 말합니다.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를 읽어 낸다는 뜻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저절로 이야기의 줄거리를 읽어 낼 수 있게 만들어진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입니다. 그것은 훌륭한 그림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입니다.
어린이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어 낸다는 사실에 관해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가 그림을 읽어 내는 방법으로 어린이는 그림책의 그림의 세부를 읽고 즐긴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 장면의 그림 속에서 여러 가지의 이야기와 뜻과 놀이를 읽어 내는 데 어린이는 독특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이와 같은 세부를 읽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림책을 통해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읽어 내고, 이야기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림책의 그림만큼 세부를 소중히 하고, 구석구석까지 정확하게 이야기의 세계를 그려 내고 표현해야 하는 그림은 없습니다. 화가가 이 세부를 얼마만큼 그려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그림책 화가로서의 자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입니다.
게다가 이들 세부는 그림책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세부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엮어 나감으로써 이야기의 언어 세계를 비약적으로 시각적 세계로 발전시킬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것이 장애가 되어 작품 전체의 현실감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지 않느냐의 문제로 화가가 이야기를 해석하고 참여하는 선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많은 것을 명확하게 볼 수 없으면 그려 낼 수도 없고 생략할 수도 없습니다. 얼핏 단순하게 보이는 표현의 뒷면에 많은 이미지가 감추어진 경우도 있고, 단순히 그것 외에는 볼 수 없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어린이들도 이 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화면 가득 이것 저것을 그려 넣은 그림책이 많아졌습니다. 대체로 과잉 장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장식은 중요합니다. 장식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주술적인 힘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상대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이 분명하지 않으면 안일한 장식성이 됩니다. 주제와 표현이 엄격하게 추구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표현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전체를 받쳐 줄 이미지까지 표면에 나타나 이미지를 희석시켜 버립니다. 이것은 작가의 이미지의 천박함을 폭로하는 결과가 됩니다.
주제는 무엇인가,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할 표현은 무엇인가, 그 표현을 받쳐 주는 세부는 무엇인가 등을 하나하나 짚어서 어린이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그림책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림책의 그림은 동화책의 삽화처럼 단순히 문장의 설명이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 그 자체가 그림책의 내용, 주제, 세부를 이야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뛰어난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강의 줄거리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도 혼자서 그림책을 읽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의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책은 그림만 현란할 뿐이지 아이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그림책은 머지않아 아이들에게 버림받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의 감상자가 아니니까요.
그들은 그림책의 표지를 열면, 거기에 신비한 세계가 열리고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 가서 즐거운 체험을 하고 신나는 모험을 기대하며, 그림책을 덮으면서 비로소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요. 그러므로 그림책에는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세계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림책의 그림은 반드시 색채가 다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흑백의 그림도 그 그림이 이야기의 내용과 일치할 때 아이에게 충분히 수용됩니다. 그림의 색채나 스타일은 그 이야기의 내용과 가장 잘 어울려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유아용이라고 해서 부자연스럽게 귀엽게만 그린다는 것은 어린이의 인격을 경시하는 처사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요.
3. 좋은 그림책의 언어
좋은 그림책과 그렇지 못한 그림책은 그 책 속에 얼마만큼의 풍부한 언어, 알맹이가 있는 언어, 존재감이 있는 언어,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마음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언어가 담겨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한 언어는 풍부하고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림책은 많이 출판되고 있으나, 진정 문장의 질이 높은 것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간혹 있다고 해도, 유아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질 높은 문장의 그림책은 극히 드뭅니다. 아이들의 언어 체험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언어나 모두 중요하지만 문학적인 언어 체험을 좀더 중요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에 의한 언어 체험을 풍부하게 해 주었으면 합니다. 언어에는 과학적, 논리적인 언어 세계도 있는데, 이것도 5~6세경부터 중요시해야 합니다.
문학적, 시적 언어 체험이 풍부하거나 빈곤하다는 면에서 유아기의 발달에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유아기에 이 언어 세계를 체험하지 못하면 상상력이나 이해력 발달이 극히 빈약해질 것입니다. 특히 시적인 언어에서 체험하는 리듬, 느낌, 이미지의 연결, 즐거움, 쾌감 등은 언어의 음성적인 부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길러 주며, 유아가 언어를 생생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줍니다. 현대는 지나치게 산문적인 언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언어가 빈곤해졌습니다. 언어의 빈곤은 표현의 빈약을 의미하고, 그것은 또 창조력의 쇠퇴를 가져옵니다.
유아들에게는 특히 언어가 풍부한 그림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되풀이하여 읽어 주십시오. 이 때에는 세부적인 언어의 의미나 이해보다, 언어의 재미나 즐거움 같은 감각적인 것을 소중히 다루었으면 합니다. 유아는 즐거운 시나 언어, 문장 등을 통째로 기억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이 언젠가 그 어린이가 언어의 의미를 획득했을 때, 가장 강하게 어린이의 것이 되겠지요.
지금까지 거듭 지적한 일이지만 그림책을 어른이 읽을 때는 어른은 그림보다 문자에 먼저 눈을 돌립니다. 그래도 문장을 읽고 난 후에 그림을 찬찬히 보는 이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제대로 그림책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유아는 글자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우선 그림을 읽습니다. 그림으로부터 이야기를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지요.
어린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무엇을 문장과 그림이 일치되어 표현된 것을 통해 납득하고 공감합니다. 반대로 문장과 그림이 따로따로 놀면 그림책 세계에 들어가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흥미를 잃습니다.
어른은 문장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평가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참 좋은 것이 담겨 있구나(‘정말 잘 표현했구나’ 하는 것과 다릅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어른과 어린이의 관심이 어긋나는 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린이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문장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표현 방법이 좋지 못한 것이지요. 좋은 그림책의 열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린이에게 잘 전해지도록 눈에 보이는 듯한 언어로 짜여져 있으며, 언어로 표현한 내용을 그림이 잘 이어받아 세부와 전체를 조화롭게 표현합니다. 이런 경우, 어린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말이다’라고 납득하며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주제를 작가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표현 방법이 어린이가 납득할 수 있게 그려져 있지 않으면 어린이에게 전달될 수 없습니다. 그런 책이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그림책의 주제가 유아에게 납득이 되는 형식으로 문장과 그림이 질적으로 일치되어 있는가를 살피는 일입니다.
‘정말이다’라고 납득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힘은 ‘어떻게 말하는가’,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표현 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주제가 아무리 좋아도 표현이 나쁘면 작가의 생각은 전달이 안 됩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일수록 표현 방법은 엄격하게 적부를 가려야 합니다. 그것을 선별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어린이와 함께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어린이의 눈으로 가려 내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후에 어른의 눈으로, 또한 문학과 미술의 측면에서 평가를 가함으로써 비로소 그림책의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감동케 하는 것은, 작가의 훌륭한 생각이 주인공을 통해서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의 행위에 공감하고 그 공감을 통해 작가의 생각에 접하고 납득을 합니다. ‘정말이다’라는 내용은 결코 한 가지일 수는 없습니다. 그 질의 차이를 가려 내는 일이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4. 좋은 그림책이란?
우리가 문학을 알기 위해서 문학 이론서 혹은 문학 연구서나 비평을 아무리 읽어도 문학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문학 주변을 빙빙 겉도는 것뿐입니다. 문학을 알려면 문학 작품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스스로 체험해 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또는 그림책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고 싶으면 그림책을 한권 한권 읽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어린이에게 읽어 주세요. 다시 말하면,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의 세계를 즐겨 보지 않으면, 그림책을 이해하거나 어린이에게 있어서 그림책이란 무엇인가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우선 어린이와 관련짓지 말고 한 사람의 인간,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읽어 보십시오. 그림책은 어른이 읽어도 감동하고 즐겁고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만의 책이라는 의식이 날아가 버리고 그 내용의 훌륭한 점에 압도당할지 모르지요. 이것이 그림책인가, 그림책이란 이렇게 멋진 세계인가를 느끼게 될지 모르지요. 뛰어난 그림책은 그것이 그림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독자적인 예술입니다.
만약 당신이 감동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읽어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십시오. 또 어린이에게 직접 읽어 주세요. 당신의 감동을 담아서 읽어 주면, 이상하게 아이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집니다. 당연한 결과라고도 하겠으나, 읽어 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은 듣는 어린이도 좋아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읽는 이와 듣는 이의 소중한 마음의 교류가 있습니다.
자신이 읽어서 생각하고 느끼게 된 것과,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읽은 결과를 고찰해 보면, 그림책의 세계는 더욱 새롭게 전개될 것입니다.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 어른으로서 보았을 때 이상의 풍부한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어 봄으로써 우리 어른들은 진정으로 그림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가르쳐 줍니다.
그림책도 좋은 작품을 되풀이해서 보고 있으면 그림책을 보는 눈이 밝아집니다. 그 위에 미술과 문학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이 더해지면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단지 미술과 문학에 대한 이해를 잘한다고 해서 그림책을 충분히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이 두 가지의 질의 연결을 보는 힘이 없으면, 그림책이라는 종합적인 작품 세계를 전체로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은 유아가 일상 생활 속에서 늘 보아 온 것을 확대경으로 비춰 보았을 때 신선한 발견과 놀라움을 얻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이나 식물, 탈 것, 장난감 곰처럼 친근한 존재, 친구 관계, 언어의 재미, 색의 아름다움, 여러 가지 모양, 이야기라는 신비한 힘으로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은 여러 가지 사물과 사건이 하나의 주제 아래 만들어진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날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보고 느끼고 의아스러워했던 것이 확실하게 보이고 깊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은 그림책이란 어린이의 기분에 맞추어서 무엇을 어떻게 제시하고 말하고 있는가를 확실하게 볼 수 있고 보다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평소에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체험하고 싶다고 느낀 것을 ‘자 여기에 있어요’ 하고 제시해 주는 그림책을 발견했을 때 기쁨을 느낍니다.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 그림책을 선택하는 사람, 그림책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때 어린이와 마음의 교류가 가능하고 어린이의 신뢰와 공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도서관원인 화이트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최초로 만나는 책입니다. 앞으로 기나긴 독서 생활을 하면서 읽는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입니다. 그 어린이가 그림책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의 양에 따라 평생 책을 좋아하게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그림책은 가장 아름다운 책이어야 합니다. 화가와 작가와 편집자가, 그리고 독자가 어우러져서 어떤 책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각이나 영화와 같이 그림책은 하나의 예술 형식입니다.”
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