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잘 돼가?"
오랜만에 만난 K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묻자
K는 자신의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K의 말로는 스토커도 그런 스토커가 없다는 것이다.
날마다 혼자서만 친근한 문자 메세지를 보내 오고,
점심시간이면 K가 자주 가는 식당에 나타나 있고,
나를 비롯한 K의 친구들과 회사동료들 생일까지 다 챙기고,
알려 주지도 않은 집 전화번호까지 알아내서는
K의 어머니와도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어머님,어머님~" 소리도 빼놓지 않았고.
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 중 한 명이 K에게 물었다.
"좀 과하긴 하다만..좀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닌가?
스토커라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그러자 K는 들고 있던 술잔까지 내려 놓고는
양손을 번쩍 들어서 휘휘 저으며
"야~!! 모르는 소리 하지마.
어디서 나타날지를 모른다니까. 내가 어디 있어도 나타나.
너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어? 그리고 이거 좀 봐봐."
K가 몸까지 부르르 떨며 보여준 것은
그녀가 보내온 문자 메세지였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였어요.
힘내세요. 내가 늘 곁에 있어줄께요."
"싫다는 얘긴 해 봤어?"
"야, 그걸 꼭 말로 해야지 아냐?"
"아니, 그래도 한번 말로 해주면 낫지 않을까?"
"전화 하기도 싫어. 야, 내가 그 여자를 왜 만나야 돼?"
싫다. 죽도록 싫다. 무조건 싫다. 그런 K에게
나도 문득 궁금해져서 한 가지 물어 보았다.
"왜 처음에 너도 괜찮다고 했잖아. 근데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그러자 K는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으로 말하길,
"처음엔 괜찮았지."
"왜?"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그러니까 사귈 생각을 했지.
하.. 근데 만나고 보니까 영 아니더라고..
문제는 내가 싫은 티를 아무리 내도 얘는 다짜고짜 라는거야."
나는 K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
그녀를 예쁘다_고 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예쁘다'와 '예쁘장하다'는
정말이지 상당히 다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처음엔 K에게 예쁜 사람이었던 그녀.
근데 그녀는 왜 K에게 얼굴은 예쁘장한 스토커가 되었을까?
그녀의 사랑이 너무 넘쳐서?
그녀가 한 행동들이 범법 행위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은 한 가지 뿐이다.
그건 K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
물러가라 하면 물러가고
다가오라 하면 다가가는
충성스런 사랑을 하지 않아서
아니, 그것보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스토커가 되어버린 슬픈 그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