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남자
나는.. 제일 처음 나한테 준 편지,
수백번 읽어 봤어.
편한 게 좋다고 했던 말..
일 년에 한 번을 만나도 편한 사이.
일일이 메세지에 답장을 하지 않아도,
어제 뭘 했고 오늘은 왜 바쁜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오해하지 않는 사이.
나는 니가 말한
그런 사이가 되려고.. 많이 노력했어.
그래서 나는 너한테 화도 한 번 못냈어
니가 싫어할까봐.
보고 싶다는 말도 못했어
니가 싫증낼까봐.
자주 전화도 못했어
니가 지겨워할까봐.
지난 일 년이 너한텐..
그저 그런 연애 기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니 전화 목소리가 조금만 낮아도
니 눈동자가 조금만 흔들려도
세상이 꺼질 것 같은 세월이었어.
그런데.. 이제와서
그런 세월이 너한텐 지겹기만 했다니..
그럼 난 지난 일 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산거니?
난.. 이제 뭘 어떡하면 좋으니?
그여자
그랬구나, 너도 그 편지를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기억하고 있다면서
넌 왜 그랬니?
기억하고 있었다면..
내 눈이 좀 붉어져도
내 목이 좀 잠겨도
아는 척하지 말지 그랬어.
니가 나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동안..
나는 자유로웠을까?
나도 너무 갑갑했어.
우울하고 싶은 날에도
울고 싶은 날에도
넌 내가 웃기만을 바랬잖아.
내가 웃지 않으면
니가 한숨을 쉬었잖아.
전화기 너머에서
내 눈치를 살피는 널 느낄 때면
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어.
니가 나빴다는 건 아니야.
난 다만 사랑이 공기 같았으면 했는데..
그런데 니 사랑은.. 마스크 같았어.
너무 갑갑했어.
더는..
마스크를 쓴 채로 살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