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욤 뮈소의 몇 편의 소설을 읽었고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이러한 어떤 독자들의 만족감을 좀더 충족시켜주기 위함인지, 그의 장편 데뷔 소설이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서 간간히 보여지던 미스터리와 추리 소설적인 요소들이 이번 소설에서는 전면저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월드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속보로 시작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프롤로그와 함께 소설의 에필로그는 월드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특집 보도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곧이어 소설의 본편이 시작되면 네 명의 사람이 사라진 모나리자의 일부분을 어떤 메시지와 함께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 네 명의 짧지만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된다.
“예로부터 문화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문명의 가치관들을 한데 어우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소포를 보낸 자는 각각의 메시지를 통해 현재 서구 문명의 근간이 되는 네 가지 중심축을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정통 추리물이라고 하기에 기욤 뮈소의 소설은 조금 허술하다. 네 명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인 이들의 만남의 장소인 성당의 비토리오 카로사 신부, MIT에서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매그너스 제머렉 교수, 시애틀의 매투 앤드 웨슨사에서 판매 담당 부장을 맡고 있는 바버라 웨버, 전직 변호사인 테오 멕코일이 한 자리에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아 비토리오 신부와 매그너스 박사는 메시지를 금세 알아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빨리...)
현대 사회의 네 가지 중심축인 자유 시장 경제, 개인주의, 과학, 민주주의가 본래의 정신을 잊은 채 자유 시장 경제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냉소주의를 조장’하며, 과학은 ‘신종 우생학 같은 터무니없는 영역으로 영향력’을 뻗기나 하고, 민주주의는 ‘본질마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아일랜드의 매그너스 박사의 별장으로 자리를 옮겨, 헬레나와 몇 개의 숫자 그리고 스키다마링크(서양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할 때 술래를 정하는 노래라는...)라는 새롭게 전달받은 암호문과 함께 자신들이 빠진 함정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도난당한 모나리자와 납치되고 살해되는 마이크로글로벌의 스타이너 회장, 리얼 아일랜드에 살포될 뻔한 독극물과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자행되는 비밀 연구, 프로파일이 불가능한 연쇄 살인범인 마우미와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멜라니 엔더슨까지 소설은 다양한 인물과 상황들로 채워지면서 모든 사건의 베일은 서서히 벗겨진다.
사실 기욤 뮈소의 정통 추리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소설은 조금 실망스럽다. 현대 서구 사회의 문제점을 종합하고(모나리자의 도난, 다국적 기업 회장의 납치, 각종 암호문과 그 해석을 통하여...),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몸으로 제시하는 (네 명의 인물과 한 명의 중심축을 통하여...) 소설은 조금 욕심이 과해 보인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힘을 잔뜩 싣느라, 추리의 정교함을 만드는 데에는 조금 무심해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첫 작품에 이처럼 세계 전체를 향한 가치관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당돌함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