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후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원하던대로 PD나 기자가 되어서 방송국의 신입사원으로 뛰고 있을지, 아니면 언론사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 다른 목표를 위해 뛰고 있을지. 우리 언론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올해말에 자신이 서있을 위치가 너무나 궁금할 것이다.
늘 열심히 해보겠다며 의지를 다잡고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향하지만 확실한 보장도 없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이 얼마나 기본적으로 불안한 일인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영화 '클릭'에 등장하는 만능리모콘이라면 이런 불안감들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FF(fast forward)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우리의 인생테입이 1년,10년 후로 순식간에 감기기 때문이다.
만능리모콘의 신통한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님과 부인의 지겨운 잔소리는 음소거 기능을 이용하여 꺼버릴 수 있고 중요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에는 상황을 정지시키고 과거로 돌아가 필요한 장면만 꺼내 볼 수도 있다. 때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이나 부인의 잠자리유혹이 성가시게 느껴질 때는 빠르게 건너뛸 수 있는 skip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마이클(아담 샌들러)은 성공만이 자신과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밤낮으로 일에 매진하는 건축가다. 하루빨리 사장의 파트너가, 더 나아가 회장이 되야 한가롭게 살 수 있다는 조급함에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아까워 하고 대화조차 귀찮아 하기에 이른다. 그런 그의 손에 쥐어진 만능 리모콘은 그야말로 'lovely bebe'였다. 그는 FF기능을 주로 애용하여 사장의 파트너가 되어 있는 일년 후로 가며 모든 번거로운 과정들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중요한 기능이 있었으니, 바로 FF를 누르는 순간 그 과정에 있던 모든 순간의 기억들도 함께 넘어가 버린다는 점이었다.
FF기능 몇 번 사용하고 몇 십 년후 회장이 되어버린 그에게 닥친 현실은 이런 것이었다. 아내는 참다못해 다른 남자와 재혼하고,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던 자신과 아들은 슈퍼돼지가 되어있었으며 딸은 소위 양아치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였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사태가 도무지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간신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간 마이클은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연로한 아버지가 아들의 사무실을 찾아오셨지만 자신은 바쁘다며 아버지를 제대로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도리어 짜증을 낸 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장면을 재생 할 수만 있을 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아무리 눈물로 후회 한 들 자신이 소홀히 해서 놓친 것들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빈 껍데기 같은 화려한 직책만이 마이클의 고통을 대변해 줄 뿐이었다.
마지막에 이 모든 일들이 마이클이 꾼 '꿈'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에 나에겐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스쳤다. "모야, 역시 이 할리우드식 가족주의 영화란" 이라는 '픽'웃음과 함께 "휴, 근데 정말 다행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음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을 때, 내 앞가림도 불안하고 바뻐 죽겠는데 언제 남까지 챙기랴라는 생각이 들 때, 주변인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귀찮기까지 할 때, 한번 쯤 달리던 호흡을 고르고 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걸 소중한 줄 모르고, 감사한 걸 감사한 줄 모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꿈'을 달성해도 의미가 없을 사람들이 되기 때문이다.